너는 민트향 라벤더 (시즌 1)

EP28. 오직 당신을 위해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그동안의 얘기도 듣지 못한채로 그를 떠나보내야만 할 것 같았다

내가 저 멀리 하늘에서 그를 내려다 볼 지언정 그가 날 내려다보는 건 미치도록 싫었다

그래서..난 그의 멈춰가는 시간을..죽어가는 그의 손을...붙잡았다

김여주

흐윽...흡...끄흑...안돼..절..대로..안돼...

두 손으로 창백해진 그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채에 거르고 남겨진 찌꺼기처럼 남겨져있는 날 위해서라는 그의 말 한마디가 계속 멤돌아 내 마음을..찌르고 있었다

마치 나의 외면 아래에서 그가 꼭꼭 감춰두었던 그 슬픔과 분노가 이젠 나에게서 느껴지는 것 같았다

김여주

으윽...끕..하아...하아...

악마가 주위의 공기를 모두 가져간 듯 숨이 턱 끝까지 막혀왔다

더 이상 슬픔을 느낄 시간은 허락되지 않았고 그를 위해 내가 내려놓았던 나의 숨은 서서히 거둬지고 있었다

겨우 붙잡고 있던 정신이 점점 혼미해지기 시작했지만 난 언제부턴가 나를 향한 석진오빠의 걱정과 곧 돌아오겠다는 정국이와의 약속보다 박지민의 목숨이 더 중요했는지 그럴수록 그의 손을 더 꽉 잡고 놓지 않았다

이 손으로..나의 한계로..세상으로부터 멀어지려는 그의..한계를 붙잡고 싶었다

김여주

으극...끅...

어느새 그의 손에 적게나마 온기가 느껴졌고 그제서야 난 살며시 그의 손을 놓았다

나도 그의 손을..이제서야 온기가 생긴 그의 손을 놓고 싶진 않았지만 그의 앞에서 이렇게..이 꼴로 눈을 감은 모습을 보이는 건 더더욱 싫었다

이를 악문 채로 정상적으로 쉬어지지 않는 숨을 애써 쉬어가며 가까스로 바닥에서 일어났고

뿌얘져가는 시야와 아득해져가는 정신에게 아직은 안된다고 외치며 골목을 빠져나왔다

최대한..아주 멀리로..그가 날 볼 수 없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에게서 멀어져야한다는 슬픔은 끝까지 나를 뒤쫓아와 더 이상은 갈 수 없다는 듯 빗물 가득한 도로 한가운데에 날 멈춰 세웠고..

맥없이..난 바닥으로 쓰러졌다..

'툭..투둑-'

비오는 날의 불행이 방울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비로서 이 긴 전쟁 속 나의 승리를 알리는 소리였다

더 이상 이 불행이 나의 라벤더가 아닌 나에게 찾아왔다는 소리

빗물이 내 온몸으로 쏟아져 내렸지만 더 이상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난 이렇게 영원한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죽음이 닿지 않은 머리에서 느껴지는 승리에 대한 기쁨. 그를..나의 라벤더를 지켜냈다는 기쁨에 마지막 미소를 품은채로 중얼거렸다

김여주

.......널...위....해서.....

"어머...!!! 여기 사람이 쓰러졌어요!!!!"

"저기요!!..119에 신고 좀 해주세요!!!!!!"

"ㅅ,숨을...사람이 숨을 안 쉬어요..!!!!!!!"

김여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