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결] 재벌한테 걸려버렸다
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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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
청춘의 프롤로그에서 만난 너

정신없이 잠에 빠져 있던 태산이 눈을 뜬 것은 방 안이 주황빛 노을로 물들 무렵이었다.
머리를 짓누르던 지독한 열기는 한풀 꺾여 있었지만, 여전히 욱신거리는 둔탁한 두통이 남아 있었다. 태산이 인상을 쓰며 상체를 일으키려 하자, 제 팔뚝에 무언가 무게감이 실려 있는 것이 느껴졌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제 손목을 꼭 쥔 채 소파 모서리에 쪼그리고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여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방 안으로 스며드는 저녁 노을 빛이 여주의 뺨과 흩어진 잔머리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아 있었다.

한태산
……바보, 누가 보살펴달래?
태산이 낮게 쉰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반대편 손으로 여주의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쓸어 넘겼다. 손끝에 닿는 피부가 말랑하고 따스했다. 그 바스락거리는 기척에 놀란 것인지, 여주가 눈을 파르르 떨며 서서히 일어났다.

김여주
으응……? 태산아? 너 일어났어?
졸음이 가득 묻어나는 목소리로 눈을 비비며 제 상태부터 살피는 여주를 향해, 태산은 일부러 툭 내뱉듯 말했다.

한태산
사람 몰래 침 흘리면서 자는 취미 있었냐, 김여주.
뭐래! 나 침 안 흘렸거든? 그보다 이마는 어때? 열 좀 내렸어?
발끈하며 제 이마를 짚어보려는 여주의 손목을, 태산이 이번에는 살짝 힘주어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두 사람의 거리가 순식간에 가까워지자, 여주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태산은 가라앉은 눈빛으로 여주를 똑바로 응시하며 낮게 속삭였다.

한태산
... 열은 내렸는데 ...

김여주
근데? 어디 다른데 아파 .. ?

한태산
다른 데가 아픈거 같아.

김여주
어 .. ? 어디가 아파? 병원 다시 갈래? 약 먹을까?
걱정으로 가득 찬 눈으로 제 얼굴을 이리저리 살피는 여주를 보며, 태산은 옅은 한숨과 함께 피식 웃어버렸다. 이 둔감하고 다정한 아이가 제 심장을 얼마나 흔들어놓고 있는지, 이 애는 평생 모를 터였다.

한태산
너 때문에.

김여주
... 뭐가 .. ?

한태산
아무것도 아니야. 밥이나 먹자, 배고프다.
태산이 슬그머니 소파에서 일어나며 여주의 머리를 가볍게 툭 헝클어뜨렸다. 여주는 얼굴이 또다시 달아오른 채 "누가 밥 차려준대?" 하면서도 바쁘게 주방 쪽으로 향하는 태산의 뒤를 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