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후회할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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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년 조선

최씨 대감 댁 마당에는 아침부터 소란스러운 고함이 들린다. 또, 둘째딸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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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제가 제물로 바쳐지다뇨?

우씨 부인

아, 이 년... 깜짝 놀라지 않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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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빨리 답해주세요! 제가 제물이라뇨? 설마 해신의 제물입니까? 아니면, 설마 우희의 혼인을 위한 제물입니까?

최 대감

어디서 큰 소리냐! 해신의 제물로 나라에서 처녀를 한 명 바치라는데, 우리 집엔 너 밖에 없지 않느냐?! 우희는 세자빈이 될 예정이 아니더냐.

우씨 부인

그래. 담아, 비록 니가 사생아긴 하여도 우리 집, 우리 가문을 위해 한번쯤 희생할 수 있는 것 아니냐?

항상 이런 식이었다. 물건이 예쁘면 세자빈이 될 우희에게 모조리 빼앗겼고, 우희조차 날 사생아라며 무시했다.

그리고, 이젠 제물이 되라며 집 안에서 쫒겨나는구나.

내가 세자빈이 될 수 없었던 이유는 없다. 외려 세자저하께서 진심으로 연모하는 건 나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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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 우희는 항상 제 모든 걸 빼앗으셨죠. 세자저하도, 제 물건도, 부모님의 관심도.

해담은 흐를 것 같은 눈물을 입술을 꽉 물면서 어떻게든 참아내려 눈에 힘을 준다.

우씨 부인

저, 저것이! 눈을 어디 똑바로 뜨고 제 부모를 처다보는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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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저를 제물로 바치든 죽이든 마음대로 하세요. 어치피 아버지는 제 어머니도 저도 한번도 사랑하신 적이 없으시지 않습니까.

벌컥_!

해담은 독을 품은 입술로 막말을 내뱉고 방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눈 앞에 보이는 건 기세 등등해보이는 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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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

어째? 이젠 이 집에도 그 이 옆에도 언니가 설 곳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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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우희.

해담이 주먹을 꽉 쥐고 몸을 부들부들 떨며 입을 겨우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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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

그러게. 내가 말할 때 잘 듣지 그러셨어? 언니가 생각하는 것보단 내가 성격이 좋지 않을 걸 잘 알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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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 하. 그래, 내가 몰랐네. 내가 몰랐어. 니 엄마가 얼굴에 철판을 깔고 들어왔을 때부터 알았어야 했는데. 이미 늦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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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

뭐?

해담의 말 한마디에 우희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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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왜? 화나? 제가 뭘 어쨌다고요?

해담은 우희를 골리기라도 하려는 듯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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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

이, 이게!!!

우희는 순식간에 부채를 들고 있던 팔을 들어 해담의 뺨 쪽으로 내리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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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그만!!!

순식간에 들려온 둘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에 우희는 당황해서 팔을 내리지도 못하고 눈을 굴렸고, 해담은 옆을 처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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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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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

하,하하... 저하 이건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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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말로 설명할 필요 없다. 실망이구나, 우희. 형제지의라고 하거늘, 너희는 어째서 두기지유 하는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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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

... 저희가 얼마나 정다운데요. 두기지유라뇨. 서로를 해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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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니가 니 행실을 보아라. 감히 제 언니에게 소리를 꽥꽥 질러대고, 손찌검을 하려하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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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 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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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해담. 감싸줄 필요 없다. 이럴 때 일수록 아랫 동생을 크게 혼내야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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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그만하세요. 더 이상 우희를 혼내지 마셔요.

해담의 말에 석진은 당황한 듯 보였고, 우희는 제 언니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나보다 하며 코웃음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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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저희는 이미 끝난 사이입니다. 저를 대변하지도 마세요. 우희를 보러 오신거라면 제가 자리를 비켜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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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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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우희, 나중에 얘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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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

어?... 어.

해담은 즉시 자리를 벗어나고, 석진은 주먹을 꽉 쥐더니 해담을 뒤따라 나선다.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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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어째서냐.

석진은 해담을 붙잡고는 서글픈 듯한 눈으로 해담을 바라보며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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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 잡지 마세요. 사람들이 이상하게 처다보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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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상관 없다. 이 나라의 세자가 나인데, 저들이라고 뭐 내게 어떤 말을 하겠느냐! 너만, 너만 오면 끝인데 대체 뭘 망설이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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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저하께선 우희를 선택하셨습니다. 단지 그 이유입 뿐이란 말입니다! 더이상 저를 힘들게 하지 마셔요.

해담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 같은 눈으로 석진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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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 우희를 선택한 것이 아니야. 그것은 전하의 뜻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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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저하께선 전하의 뜻이라면 뭐든 받아들이시나 봅니다. 왜요? 저보단 왕좌가 탐이 나셨겠죠! 그러셨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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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아니다. 아니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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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더이상 절 찾아오지 마세요. 우희를 연모하시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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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어차피, 어차피... 전 곧 죽을 목숨이니.

해담은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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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방금 뭐라하였느냐. 니가 죽어? 어째서?

파악!

해담은 놀라서 손을 뿌리치며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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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모, 못들은 걸로 하세요. 전 아무것도 모릅니다.

탁탁탁탁탁_!

해담은 급히 도망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