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후회할지도 몰라

01

그 날 밤.

모두가 깊이 잠든 밤, 해담은 방 안에 작은 등불 하나에 의존하여 잠을 이루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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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 이왕 죽을 것, 그 사람이 평생 아파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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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그 사람이 내게 상처를 준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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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그래서 우희가 버려질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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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그렇다면...

해담이 고민 끝에 도착한 곳은 해담의 집으로부터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호숫가였다.

얕아보이는 수심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안은 상상조차 못 할만큼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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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 당신이 아파할만큼 고통을 주려면 이 방법밖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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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어쩌면 우희를 내치지 않고 혼인을 할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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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저도 제가 어려서, 연모하는 감정 따위 알지 못하지만 단 하나는 알아요.

' 당신은 아무 잘 못도 없다는 걸. '

풍덩_!!

그래. 우희를 선택했던 건 당신 잘못이 아니야.

우희를 선택한 당신이 날 찾아온 건 잘못이야.

난 당신이 평생 불행했으면 좋겠어.

사랑 그딴 감정 따위 난 어려서 잘 몰라.

하지만, 단 하나는 알아.

내가 죽고나면 저승에선 난 당신을 무척이나 그리워 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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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허억!

눈을 뜨자 해담은 모래 사장 바로 앞 바닷가에 누워 있었다.

해담은 낯선 기분에 이 곳이 저승인지 판단해야 했기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해담이 깨어난 곳의 주변은 온통 번쩍거리는 건물들이 줄줄이 높게 세워져 있고 해변 근처을 걷는 사람들은 모두 해담을 이상하게 처다봤다.

탁탁탁탁_!

???

괜찮으세요?

순식간에 달려온 한 남자는 해담에게 말을 건냈다. 해담은 눈이 커지며 이 곳이 저승이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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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 왜, 난... 내 맘대로 죽을 수도 조차 없는거야...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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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혹시, 그대 이름은 무엇이죠? 지금이 몇년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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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일단 제 이름은 김태형입니다. 지금은 2024년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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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네?!

2024년? 내가 있던 곳은 분명 1402년이었는데, 600년도 더 넘게 흘렀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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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혹시, 도령께선 이 곳이 어딘지 아는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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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네? 당연히 알죠? 대한민국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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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 대한, 민국... 내가 있던 곳은 분명 조선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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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하... 일단 여기서 이러지맙시다. 내가 보기 안 좋게 얼굴 팔리면 안되는 사람이기도 하고, 감기 들면 곤란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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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에?... 네...

해담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태형의 손에 이끌려 어딘가로 향하게 된다.

덜컹, 쾅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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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들어와요. 외간남자 집에 와서 탐탁치 않겠지만, 난 선행을 하는 사람이라. 당신같이 어려운 사람을 보면 지나치질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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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 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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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어디서 살았어요? 왜 바닷가에 뛰어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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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 제, 제가 산 곳은 조선입니다. 대한민국이 아닌데... 여긴 도대체 어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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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조선? 역사책에 나오는 조선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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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조, 조선을 알아, 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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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자꾸 도령, 도령... 어린애가 된 기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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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조선을 멸망했습니다. 무슨 시간귀환자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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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나는 조선 38대손 최대감 댁 첫째 딸이란 말이예요! 내가 무슨 각오를 하고 뛰어들었는데, 복수는 커녕 다시 되살아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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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알겠으니까. 일단 씻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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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 뭐, 뭐라고요? 남녀가 한 공간에 있는데, 욕간을 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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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아니, 저기 방 안 쪽으로 들어가면 욕실 있어요. 문도 다 닫혀있고 막 내가 들어가지도 않을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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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 제가 도령을 어떻게 믿습니까? 이리 집에까지 쉽게 들인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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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무 속셈 없습니다. 정 걱정이 되면, 나는 윗층에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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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 윗 층에 있다가 갑자기 내려와서 문을 쾅 열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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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러면, 음... 저도 윗층에서 씻으러 갈까요?

태형은 순간 아차 했다. 이 의미가 어떤 의민지 이 여자도 모르지 않을터.

하지만, 태형의 예상과 달리 해담의 대답은 천진난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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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오! 좋은 생각이에요. 각자 씻고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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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하... 그 쪽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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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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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니, 아니야. 씻을 때 필요한 도구 줄게요. 모르는 것 있으면 말해요.

태형은 해담의 뒷 쪽에 놓인 수납장에서 다 떨어지기 전 구비해놓은 욕실 용품을 해담의 손에 얹어주었다.

해담은 그 중 몇가지를 들며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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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이 마늘 그물처럼 되어있는 이건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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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건 샤워타월이라고, 물에 샤워 타월을 불려서 비누같은 걸 묻히면 거품이 나는데 그걸로 몸을 닦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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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아... 그럼, 이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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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건 칫솔... 이를 닦는데 사용합니다. 거기 보면 치약이라고 이를 닦는데 사용하는... 어, 그러니까... 소금을 대신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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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아... 이해되었어요. 마지막으로, 이 두개의 병은 뭘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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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하나는 샴푸고, 하나는 트린트먼트인데... 머리에 물을 적신 다음에 샴푸를 손바닥에 짜내서 거품이 나면 머리를 감는 겁니다. 그리고 트린트면트는 머릿결을 부드럽게 해주는건데, 샴푸를 물로 다시 헹구고나서 물기를 약간 짜고 트린트먼트를 사용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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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아, 그렇구나. 한번 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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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래요. 나도 씻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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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

네. 이따 봐요!

태형과 해담은 각자 정해진 길로 향했다. 태형은 해담에게 설명을 하느라 이미 진이 빠진 듯 보였고 해담은 새로운 물건들이 신기한 듯 중얼 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