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청춘)

EP.01 웅의 이야기 - 04 (END)

주변이 다시금 잠잠해지고 차에 시동이 걸리며 가게를 지나간다.

그 사람들이 돌아갔다. 조심스럽게 숨어있던 몸을 이끌고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 대충 가게 안의 상황을 확인했다.

그 사람들이 한 번 갔다 왔다고 가게 안은 금세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고, 수한이는 흐트러진 옷차림을 한 채 묵묵히 진열대를 정리한 뒤 못 쓰는 물건들을 버리고 있었다.

나는 종 소리를 내는 문을 열고선 조용히 수한이를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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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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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괜히 나 때문에 팔자에도 없는 사채업자들이랑 만나고.

"

먼저 건낸 나의 사과의 말이었지만 수한이는 아무 말도 없었다. 나는 그러려니 했다. 나 때문에 피해 받은 것은 사실이니까 지금 만큼은 내가 꺼졌으면 할지도 모른다.

둘이서 조용히 가게를 정리하고 시계를 봤을 때에는 바늘이 5를 지나가고 있었다. 곧 다음 타임 알바가 올 시간이었다.

우리는 가게를 치울 때부터 다음 알바가 오고 가게를 나설 때 까지 말을 섞지 않았다.

청춘 (청춘)

함께 새벽 길을 걷고 있을 때였다. 수한이는 잠깐 멈춰서고는 나를 바라봤다.

"네게 어떤 말을 해줘도 위로가 되지 않을 걸 알아서 계속 어떤 말을 해줄까 하고 고민하다 타이밍을 놓쳤네."

"지금 너가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그저 운이 조금 없었을 뿐이야. 힘들더라도 우리 포기는 하지 말자. 그냥 계속 부딪혀보자. 어쩌면 그게 탈출구일지도 모르니까."

"별 시련을 다 격고 성장해 나가는게 청춘이니까. 우리는 기깔난 청춘을 즐기고 있다 생각하자. 알았지?"

가만히 서서 그 말을 들음과 동시에 눈물이 쏟아졌다. 이 전에 하도 많이 울어서 더이상 나올 눈물도 없을 것 같았는데 기어코 또 쏟아져나온다.

하지만 과거의 내가 흘렸던 눈물과는 결이 다르다. 과거가 억울하고 힘이 듦에 대한 눈물이었다면 지금 흐르고 있는 이 것은 고마움, 삶을 다시 새로 시작할 기대에서 나오는 눈물이었다.

수한이는 말 없이 나의 어깨를 토닥여주며 같이 서있었다.

그러기를 몇 분.

내 어깨의 움직임이 잦아들고 조금 진정하여 한껏 붉어진 눈으로 수한이를 쳐다보자 수한이는 배꼽이 빠질 기세로 웃어댔다.

"진짜 울보 아니야?"

"아, 웃겨 죽겠다. 아무튼 잘 들어가고 나 가볼게. 내일 봐."

툭툭-

내 어깨를 가볍게 두 번 친 수한이는 얼마 안 지나 내 눈 앞에서 점점 멀어져갔다. 시간이 늦었지만 집도 그리 안전한 공간은 아니었기에 몸을 한껏 웅크린 채 무작정 걸을 생각으로 길을 나섰다.

공허한 공간에 울려퍼지는 타격음들,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나 자신이 이제는 혐오스러울 정도다.

나는 대체 무엇을 위해 그리 악착같이 살아왔는가? 어차피 이렇게 될 운명이란 것을 알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왜 살았는가?

지금까지 버티며 살아온 내게 끝없이 질문을 던지지만 그에 대한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복통이 심해지고 계속해서 피를 토해내고 있다. 정신도 시야도 흐릿해져가는 중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커다란 창고의 작은 창문 틈으로는 황혼이 비춘다.

아, 이젠 정말 끝일지도 모른다. 힘 조차 나지 않는 손을 애써 들어올려 눈 앞에 보이는 다리를 꽉 움커쥐었다. 물론 그것도 잠시. 온 몸에 힘이 빠지고 나는 이제 더 이상 빛을 볼 수 없게 되었다.

24세 전웅 / 붉은 별

20xx. 0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