Être capturé

(36) 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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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로잡히다 (36) 병실

팀장에게 나와의 관계를 실토했다는 정국은 이후에 왠일인지 더 자주 오기 시작했다. 아예 경찰서와 병원만 왔다갔다하는 듯 자는 것도 먹는 것도 씻는 것도 모조리 병실에서 해결했다. 허허... 나는 물론 누구랑 같이 있는 편이 더 좋긴 했지만...

나는 김석진서장이 한 말 때문에 정국이에게 책임감도 들고 신경쓰였다. 민윤기 팀장이 우리의 관계를 나쁘게 보진 않은 걸까..? 굳이 둘이 어떤 얘기를 했는지 더 꼬치꼬치 캐묻진 않았지만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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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이후로 종종 악몽을 꾸고 있었다. 습관적으로 꾸던 악몽에서 느끼던 시선의 실체가 김태형이라는 것을 깨닫고 난 뒤, 그 시선이 더 구체적으로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그가 구속이 되었다는 것이 확실한데도 아직 나에게 풀리지 않는 두려움같은 것이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꿈에서 깨면 식은 땀이 나고 왠지 한기가 서려서 이불을 둘둘 말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정국이와 있을 때는 괜찮았다. 살짝 가위에 눌릴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옆에 그 애가 잠들어 있는 것을 보면 안심이 된다고나 할까..? 꿈에서 시선이 느껴지면서 갑자기 악몽으로 뒤바뀔 것 같은 두려움에 몸서리치다 잠에서 깨어나면, 나는 고개를 옆으로 빼꼼히 내밀어 보호자 침대에 정국이가 잠들어 있는 것을 확인 했다. 그냥 그 애가 자고 있을 뿐인데도 그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 가슴 속에 뭉쳐 있던 두려움이 탁 풀리면서 사라졌다. 그래서인가 이 녀석이 조사 때문에 늦게 퇴근해도 꼬박꼬박 와서는 쪽잠이라도 자고 가는 게 미안하면서도 참 고마웠다.



"으응..."



곤히 잠든 정국이를 침대에서 고개를 내밀어 내려다보다가 살며시 볼을 쓰다듬었다. 그러자 살짝 잠이 깨려고 하는지 정국이가 웅얼거렸다. 서둘러 손을 뗐는데, 정국이에게 그만 손목이 잡혔다. 어느새 말똥해진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깼어...? 미안.."



더 자라고 하고 돌아 누으려고 하는데 순식간에 몸을 일으킨 정국이가 손을 뻣어 나의 고개를 끌어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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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이 부드럽게 부딧쳤다. 

하아.. 넌 어쩌다 내 맘에 들어온걸까...? 
이렇게 너에게 기대도 되는 걸까...?

잠시 붙었다 떨어진 입술이 아쉬워서 나는 고개를 숙여 더 가까이 다가가서 더 깊히 입을 맞췄다. 잠시동안 따듯한 두 채액이 뒤섞이는 소리가 병실의 적막함을 깼다.



"또 악몽 꿨어...?"


"응... 조금...? 그런데 괜찮아, 이제 괜찮아졌어"


"다행이네..."


"여기로 올라올래..? 거기 불편하잖아..."



나는 옆으로 움직여서 정국이가 누울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줬다. 하지만 정국이는 망설여지는 듯 선듯 올라오질 않았다.



"나 잠깐만 안아줘.."


"알았어. 그럼 잠깐만, 실례 할께 ~ "



잠시 망설이는 것 같았던 정국이는 침대로 올라와 넓은 가슴으로 나를 폭 안아줬다. 두근두근두근... 귀에 맞닿은 품으로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렸다.

얘는 나에게 어느 포인트에서 넘어온 걸까..? 아직 잘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은 이 아이가 나를 좋아한다는게 너무 안심이 되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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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까무룩 따듯한 품 속에서 잠이 들었나보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보호자 침대 위에 정국이가 입고 있던 잠옷이 깔끔하게 개어져 있었다. 

모든 관계에는 끝이 있다. 그래서 누군가와의 관계를 시작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래도 헤어짐을 감수하고라도 이 아이를 받아들이고 싶어졌다면, 이제는 괜찮지 않을까...? 

깔끔하게 개어져있던 정국이 옷에서 나는 한동안 시선을 거둘 수가 없었다. 

악몽의 한기를 몰아내는 온기가 그 곳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