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넥도 잏링/이한 리우] 주장님, 저 좀 봐주세요

[보넥도 잏링] 주장님, 저 좀 봐주세요 2화

축구부에 들어온 지 일주일.

이한은 생각보다 빠르게 팀에 적응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팀이 이한에게 적응하는 중이었다.

"이한!"

운동장 반대편에서 리우가 소리쳤다.

이한이 고개를 들자 공이 빠르게 날아왔다.

그대로 발을 뻗어 공을 멈춘 이한이 주변을 살폈다.

수비수 두 명이 앞을 막고 있었다.

"왼쪽!"

리우가 다시 소리쳤다.

이한은 반사적으로 왼쪽으로 몸을 틀었다.

그 순간 리우가 오른쪽 공간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한의 발끝에서 공이 빠르게 굴러갔다.

리우가 받아 그대로 슈팅했다.

골.

"좋아!"

팀원들의 환호가 터졌다.

리우가 돌아서서 이한을 바라봤다.

"방금 좋았어."

"선배가 왼쪽이라고 했잖아요."

"그래도 네가 바로 판단한 거잖아."

"그럼 선배가 잘 가르친 거죠."

이한이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자 리우가 피식 웃었다.

"요즘 말하는 거 보면 나한테 점점 익숙해지는 것 같은데?"

"처음부터 안 불편했는데요."

"그래?"

"네."

"그럼 왜 처음에는 그렇게 딱딱하게 대답했어?"

이한이 잠시 리우를 바라봤다.

"선배가 어려워서요."

"내가?"

리우가 어이없다는 듯 자신을 가리켰다.

"제가 주장이고 선배는 3학년이잖아요."

"그래서?"

"괜히 가까워졌다가 제가 실수하면 뭐라고 하실 것 같아서."

리우가 잠시 말을 잃었다.

"나 그렇게 무서운 사람 아니야."

"지금은 알아요."

"지금은?"

"네."

"그럼 처음에는 무서웠다는 거네?"

"조금요."

리우는 웃음을 터뜨렸다.

"너 진짜 솔직하다."

"거짓말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래. 그런 건 마음에 드네."

그 말에 이한의 표정이 아주 조금 굳었다.

리우는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왜?"

"아니요."

"뭔데?"

"그냥."

이한은 공을 주워 들었다.

"선배가 저한테 잘한다고 하면 기분이 이상해서요."

"왜 이상해?"

"모르겠어요."

그 말을 남기고 이한은 먼저 돌아섰다.

리우는 멀어지는 이한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이상한 건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요즘 들어 이한이 자신의 말을 유독 잘 듣는 게 신경 쓰였다.

그리고 자신 역시 이한이 어디에 있는지 계속 확인하고 있었다.

연습할 때도.

쉬는 시간에도.

심지어 운동장을 나갈 때까지도.

"오늘 연습게임 한다."

코치의 말에 선수들이 하나둘 모였다.

"주장, 팀 나눠."

리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선수들을 둘러보던 리우의 시선이 이한에게 멈췄다.

잠시 고민하던 리우가 말했다.

"이한은 나랑 같은 팀."

"왜요?"

이한이 바로 물었다.

리우가 웃었다.

"왜긴. 네가 잘하니까."

"저 반대편에 두면 더 재밌잖아요."

"나랑 붙어보고 싶어?"

"네."

"자신 있어?"

"없었으면 들어오지도 않았어요."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

리우는 고개를 저었다.

"좋아. 그럼 다음 게임에서는 반대편으로 보내줄게."

"다음 말고 지금은요?"

"오늘은 내가 너 얼마나 맞춰줄 수 있는지 보고 싶어서."

"제가 선배한테 맞춰야 하는 거 아니에요?"

"둘 다 맞춰야지."

리우가 공을 이한에게 건넸다.

"우리는 한 팀이니까."

그 말에 이한이 잠시 공을 바라봤다.

별것 아닌 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경기는 생각보다 거칠었다.

이한의 실력을 견제하려는 상대팀의 수비가 거칠어졌고, 이한 역시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이한!"

리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한은 고개를 돌렸다.

리우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패스할까.

아니면 직접 돌파할까.

짧은 순간 고민하던 이한은 리우에게 공을 넘겼다.

리우가 그대로 받아 달렸다.

한 명.

두 명.

그리고 마지막 수비수를 앞에 두고 이한에게 다시 패스했다.

"가."

공을 받은 이한은 그대로 골문을 향했다.

슈팅.

골.

휘슬이 울렸다.

"좋아!"

리우가 웃으며 다가왔다.

"방금 패스 좋았어."

"선배가 다시 줄 거 알고 있었어요."

"그걸 어떻게 알아?"

"선배는 제가 혼자 넣는 것보다 같이 만드는 걸 좋아하니까."

리우의 표정이 잠깐 멈췄다.

"너 나 관찰했어?"

"많이 봤어요."

"축구를?"

이한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 짧은 침묵이 이상하게 길게 느껴졌다.

리우가 먼저 시선을 피했다.

"다시 시작한다. 자리 잡아."

"네."

둘은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갔다.

그날 연습이 끝날 때까지 리우는 이상하게 이한의 시선을 의식했다.

그리고 이한 역시 리우가 자신을 볼 때마다 괜히 심장이 빨라지는 걸 모른 척했다.

"이한."

운동장을 정리하던 리우가 이한을 불렀다.

"네."

"내일 아침에 일찍 나올 수 있어?"

"몇 시요?"

"여섯 시."

이한이 눈을 가늘게 떴다.

"왜요?"

"개인 훈련."

"선배랑요?"

"응."

"둘이서?"

리우가 웃었다.

"왜, 싫어?"

이한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럼 내일 보자."

리우가 먼저 돌아섰다.

몇 걸음 걷던 리우가 다시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네?"

"너무 기대하지는 마."

"뭘요?"

"내가 특별히 봐주는 거."

이한이 작게 웃었다.

"저도 선배한테 특별히 봐달라고 한 적 없는데요."

"그럼?"

이한이 리우를 바라봤다.

"제가 선배한테 특별한 후배가 되는 건 괜찮잖아요."

리우의 걸음이 멈췄다.

하지만 이한은 아무렇지 않게 가방을 챙기고 있었다.

"내일 뵐게요, 선배."

리우는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혼자 작게 중얼거렸다.

"……쟤 요즘 왜 저래."

아직은 몰랐다.

내일 아침의 두 사람만의 훈련이,

서로를 의식하기 시작한 첫 번째 순간이 될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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