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기 5분 전에

08 . 좀만 있다 가면 안돼요?




























.......










어떻게 된 일이지?


장면 하나하나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찌저찌 싸우는 걸 말렸던 것 같은데..... 정신을 차려보니까 이동형은 어디간지 없었고, 내 앞에는 얼굴 터진 최연준만 있었다.


"야...너 괜찮아?"


"아, 아파요-"


나는 최연준의 얼굴을 어루어만지며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최연준은 입술이 찢어져있었고 얼굴 곳곳에는 긁힌 상처가 많았다.


음.....근데.....


이 장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아.....


그 때 기억난다.


4년전에, 최연준이 학교에서 치고박고 싸웠던 거.


나는 그 때 생각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피식 나왔다.


"뭐야? 내 얼굴 만지니까 그렇게 좋아요?"


"뭐래...."
"야, 너 그나저나."
"여친?"
"여치인-??!"


최연준은 어째서인지 당당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누가 네 여친이야."


"왜, 여친일수도 있지."


"참 나, 진짜 어이가 없어서."


"쌤은 뭐가 좋다고 저딴 새끼를 만났어요?"
"쌤이 뭐가 부족한데."


"글쎄다-"
"확실히 소개팅으로는 남자를 만나면 안 될 것 같아."


"그래요, 이제 소개팅으로 남자 만나지말고 주변을 잘 살펴봐요-"
"남친감이 있지 않나?"


나는 최연준의 말에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아니? 없는데?"


"......"
"그렇구나."
"갈까요, 이제?"


"삐졌어?"


"아니."
"차 타요."


"삐졌고만 저 잼민이...."


"재, 잼민..?"
"나?"
"나 말하는거예요? 나?!"


"그래 너, 이 쨈민아."


ㅈㄴ긁혔네 잼민이ㅋㅋ
























최연준은 나를 집 앞에서 내려주었다.


"데려다줘서 고마워."
"너도 얼른 들어가서 쉬어."
"먼저 갈게~"


나는 차 문을 닫고 집으로 향했다.


근데 뒤에서 차 문이 여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최연준이 내렸다.


"왜?"
"할 말 있어?"








"...."
"좀만 있다 가면 안돼요?"










.....


아니, 얘가 오늘따라 왜 이래?





나는 당황스러움에 어쩔 줄 몰라했다.


최연준은 장난스러운 표정이 아니라, 정말 진지한 표정이었다.


"어.....그......"
"그럼..."
"들....어올래...?"





.....


?


내가 무슨 말을 한거지 방금?


뭘 들어와 ㅆㅂ????


아, 아까 급하게 준비하느라 집 청소도 못 하고 나왔는데...


이제와서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하여튼간 배은, 생각하고 말 하는 습관을 기르자고 그렇게 다짐했으면서...!!








최연준은 얼어붙은 나를보며 피식 웃었다.


"장난이예요."
"들어가요-"


"아....어."
"잘 가."





....














내가 미친건가?  왜…..




간다고 하니까 아쉽지….





















집에 들어오니 진짜 돼지우리가 따로 없었다.


와, 이 상태로 최연준 들어오게 했으면....


진짜 상상도 하기 싫다....ㅋ


바닥 곳곳에 널부러져있는 옷더미에, 설거지 하기 귀찮아서 싱크대에 쌓아놓은 그릇들이랑 언제 널었는 지 모르겠는 빨래건조대에 속옷들......


좀....치우고 살아야겠다.








혹시 모르니까...



















흠, 이제야 사람 사는 집 같네.


나는 청소를 끝내고 핸드폰을 보았다.


와 청소하고 나니까 벌써 세 시가 다 됐네.


근데 엄마한테서 부재중 한 통이 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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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하….. 미치겠네.


아니 나 27살인데 선을 보라고?


한창 청춘인데 나?


……





S기업….이면.


개쩌는 기업인데…


그런 사람이 나랑 선을 왜 봐…?


또 이동형 꼴 나라고?


당황스러워서 핸드폰만 멍하니 쳐다보고있던 가운데, 전화 벨소리가 울려서 보니 최연준한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잘 들어갔어요?”

-“응.” 
 “너는?”

-“나도요.”
 “뭐하고 있었어요?”

-“아 집 청소하다가, 잠깐 쉬고 있었어.”

-“와, 배은이 청소를?”

-“너 진짜 뒤질래…?”

-“ㅋㅋㅋㅋㅋ”
 “다음주에 시간 돼요?”

-“언제?”

-“음….”
 “목요일?”


다음 주 목요일은 내가 선을 보는 날이었다.


최연준한테 이걸 말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아… 목요일?”

-“일정 있어요?”

-“…응 어쩌지.”

-“뭐야, 나 빼고 누구랑 놀아요?”
 “서운하려고 하네-”

-“아이, 누구랑 노는 건 아니고….”

-“그럼?”
 “목요일에는 학원 수업 없잖아요.”

-“…그 날은 그….”
 “맞선보러 나가야 돼.”




최연준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갑자기 맞선?”

-“응, 나도 몰랐는데 엄마가 마음대로 스케줄을 잡아놨더라고.”
 “미안…”

-“뭐야, 이제는 그런식으로 만나는 거 말고 주변에서 찾아서 남자 만난다면서.”
 “거짓말이었나?”

-“아잇, 내가 원해서 잡은 거 아니라고….”

-“ㅋㅋ알겠어요.”
 “그러면 금요일은요?”

-“금요일….은 수업이 있긴한데.”
 “6시에 끝나.”
 “퇴근하고 만날까?”

-“네, 그래요.“

-”근데… 너는 근무가 없어?“

-”있죠-“

-”너 근무도 예전처럼 땡땡이 치는 거 아니지?“

-”허, 아니거든요?“

-”ㅋㅋ알겠어.“
 ”내가 나중에 연락할게.“

-”네.“










…….





왜 이렇게….


내가 맞선 본다고 하니까,


목소리가 안 좋아진 것 같지?


아, 기분 탓이겠지?


…..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나 맞선은 어떡하지…..?


아 ㅆㅂ몰라. 하…..


머리 복잡해…..


나는 머리를 부여잡아 침대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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