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슨 일이지?
장면 하나하나가 기억나지 않았다.
어찌어찌 싸우는 걸 말렸던 것 같은데..... 정신을 차려보니 이동형은 어디 갔는지 없었고, 내 앞에는 얼굴 터진 최연준만 있었다.
"야... 너 괜찮아?"
"아, 아파요-"
나는 최연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최연준은 입술이 찢어져 있었고 얼굴 곳곳에는 긁힌 상처가 많았다.
음.....근데.....
이 장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아.....
그때 기억났다.
4년 전에, 최연준이 학교에서 치고박고 싸웠던 거.
나는 그때 생각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뭐야? 내 얼굴 만지니까 그렇게 좋아요?"
"뭐래...."
"야, 너 그나저나."
"여친?"
"여친-??!"
최연준은 어째서인지 당당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누가 네 여친이야."
"왜, 여친일 수도 있지."
"참 나, 진짜 어이가 없어서."
"쌤은 뭐가 좋다고 저딴 새끼를 만났어요?"
"쌤이 뭐가 부족한데."
"글쎄다-"
"확실히 소개팅으로는 남자를 만나면 안 될 것 같아."
"그래요, 이제 소개팅으로 남자 만나지 말고 주변을 잘 살펴봐요-"
"남친감이 있지 않나?"
나는 최연준의 말에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아니? 없는데?"
"......"
"그렇구나."
"갈까요, 이제?"
"삐졌어?"
"아니."
"차 타요."
"삐졌고만 저 잼민이...."
"재, 잼민..?"
"나?"
"나 말하는 거예요? 나?!"
"그래 너, 이 쨈민아."
ㅈㄴ 긁혔네 잼민이ㅋㅋ
최연준은 나를 집 앞에서 내려주었다.
"데려다줘서 고마워."
"너도 얼른 들어가서 쉬어."
"먼저 갈게~"
나는 차 문을 닫고 집으로 향했다.
근데 뒤에서 차 문이 여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최연준이 내렸다.
"왜?"
"할 말 있어?"
"...."
"나, 좀만 있다 가면 안돼요?""
.....
아니, 얘가 오늘따라 왜 이래?
나는 당황스러움에 어쩔 줄 몰라했다.
최연준은 장난스러운 표정이 아니라, 정말 진지한 표정이었다.
"어.....그......"
"그럼..."
"들....어올래...?"
.....
?
내가 무슨 말을 한 거지 방금?
뭘 들어와 ㅆㅂ????
아, 아까 급하게 준비하느라 집 청소도 못 하고 나왔는데...
이제 와서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하여튼간 배은, 생각하고 말 하는 습관을 기르자고 그렇게 다짐했으면서...!!
최연준은 얼어붙은 나를 보며 피식 웃었다.
"장난이에요."
"들어가요-"
"아....어."
"잘 가."
....
내가 미친 건가? 왜…..
간다고 하니까 아쉽지….
집에 들어오니 진짜 돼지우리가 따로 없었다.
와, 이 상태로 최연준 들어오게 했으면....
진짜 상상도 하기 싫다....ㅋ
바닥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옷더미에, 설거지하기 귀찮아서 싱크대에 쌓아놓은 그릇들이랑 언제 널었는지 모르겠는 빨래건조대에 속옷들......
좀.... 치우고 살아야겠다.
혹시 모르니까...
흠, 이제야 사람 사는 집 같네.
나는 청소를 끝내고 핸드폰을 보았다.
와 청소하고 나니까 벌써 세 시가 다 됐네.
근데 엄마한테서 부재중 한 통이 와 있었다.



아니 하….. 미치겠네.
아니 나 27살인데 선을 보라고?
한창 청춘인데 나?
……
S기업….이면.
개쩌는 기업인데…
그런 사람이 나랑 선을 왜 봐…?
또 이동형 꼴 나라고?
당황스러워서 핸드폰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던 가운데, 전화 벨소리가 울려서 보니 최연준한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잘 들어갔어요?"
-"응."
"너는?"
-"나도요."
"뭐하고 있었어요?"
-"아 집 청소하다가, 잠깐 쉬고 있었어."
-"와, 배은이 청소를?"
-"너 진짜 뒤질래…?"
-"ㅋㅋㅋㅋㅋ"
"다음 주에 시간 돼요?"
-"언제?"
-"음…."
"목요일?"
다음 주 목요일은 내가 선을 보는 날이었다.
최연준한테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아… 목요일?"
-"일정 있어요?"
-"…응 어쩌지."
-"뭐야, 나 빼고 누구랑 놀아요?"
"서운하려고 하네-"
-"아이, 누구랑 노는 건 아니고…."
-"그럼?"
"목요일에는 학원 수업 없잖아요."
-"…그날은 그…."
"맞선 보러 나가야 돼."
최연준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갑자기 맞선?"
-"응, 나도 몰랐는데 엄마가 마음대로 스케줄을 잡아놨더라고."
"미안…"
-"뭐야, 이제는 그런 식으로 만나는 거 말고 주변에서 찾아서 남자 만난다면서."
"거짓말이었나?"
-"아잇, 내가 원해서 잡은 거 아니라고…."
-"ㅋㅋ알겠어요."
"그러면 금요일은요?"
-"금요일….은 수업이 있긴 한데."
"6시에 끝나."
"퇴근하고 만날까?"
-"네, 그래요."
-"근데… 너는 근무가 없어?"
-"있죠-"
-"너 근무도 예전처럼 땡땡이치는 거 아니지?"
-"허, 아니거든요?"
-"ㅋㅋ알겠어."
"내가 나중에 연락할게."
-"네."
…….
왜 이렇게….
내가 맞선 본다고 하니까,
목소리가 안 좋아진 것 같지?
아, 기분 탓이겠지?
…..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나 맞선은 어떡하지…..?
아 ㅆㅂ몰라. 하…..
머리 복잡해…..
나는 머리를 부여잡고 침대에 누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