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위기 때문인지, 취해서인지 우리의 분위기도 한껏 진지해졌다. 나도 현재 지민이에게 마음이 확고하지만, 또 모르는 거니까. 계속 마음을 확인하고 싶은 거 같다. 나도 약간 취했는지 조금의 미소로 웃어 보이며 대답을 대신하고는 마지막 남은 와인까지 쭉 들이켰다.
━ 여주야, 취하겠다. 이제 들어가자.
━ 나도··· 좋아, 너···.
지민이도 내 대답에 미소를 띠고는 나를 일으켜 세워 룸으로 갔다. 지민이도 약간 취한 상태라 정신이 둘 다 멀쩡하지는 않았지만, 이 순간이 정말 좋았다는 건 우린 느꼈다. 룸으로 들어와 샤워하고는 나왔다. 샤워하니 술기운도 다 깬 거 같았다. 오늘 처음으로 지민이에게 민낯을 보이는 순간이었다. 내 민낯을 보고 싫어하면 어쩌지 생각도 했다.
━ 귀여운데 왜 부끄러워해.
괜한 걱정이었다.
━ 너한테 처음 보여주는 거잖아. 좀 부끄럽다···.
━ 화장한 거나 안 한 거나 똑같이 예쁘네요. 뭘 먹고 이렇게 예쁘신가요?
━ 야ㅋㅋㅋ 하지 마.
지민이는 먼저 침대에 자리를 잡았고 나는 케어를 모두 마친 뒤 잠깐 머뭇거리고 있었다. 침대라는 공간이 그렇게 두 사람의 거리가 먼 건 아니잖아. 얼굴에 남아있는 스킨을 다 두드리고 흡수가 완전히 될 때까지 톡톡 두드리며 거울로 지민이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침대로 가기 너무 민망하고 부끄러워서.

━ 얼굴 터지겠다. 그만 두드리고 얼른 이리 와.
━ 어···? 아직 흡수 안 됐어···.
━ 안 오면 내가 안고 와버린다.
━ 나 무거워서 어차피 못 들어.
━ 어? 이건 좀 자존심 상하는데. 가벼운 너를 내가 못 든다고? 나 힘세거든?
━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잖아.
자존심 상한다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나를 갑자기 막 들어 올리고는 침대로 왔다. 얘가 감독님 없다고 아무도 없으니까 미쳤나 보다. 감독님과 스태프분들은 옆 방에 따로 위치하고, 여기는 카메라밖에 없다. 아직 술이 덜 깼나 너무 행동이 적극적이었다.
━ ㅇ, 야 너 미쳤지.
━ 안 미쳤는데?
나에게 얼굴을 막 가까이하고는 눈을 계속 마주쳤다. 나는 얼굴이 점점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어 지민이를 거세게 밀치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 얼굴을 숨겼다. 심장은 막 요동을 치고 난 감추기 바빴다. 지민이도 본인 자리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
━ 우리 한 침대에 한 이불 덮고 있다.
━ ······.

━ 여주야, 카메라 끌까?
━ 뭐?! 카메라를 왜 꺼!!
━ 깜짝아ㅋㅋㅋ
아무 소리도 안 들렸다. 너무 떨려서 지민이가 뭐라고 하는지 내가 뭘 듣고 있는지도 몰랐는데 갑자기 ‘카메라 끌까?’라는 물음은 정말 정확히 들었다. 나는 이불을 걷어차고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얼굴은 더 시뻘게진 채로 말이다.
━ 끄자.
━ 안 돼!!
어차피 이 부분은 편집해 주시겠지 하고 몸을 내던져 카메라를 끄려고 하는 지민이를 막았다. 막 카메라도 등져서 막고 이리저리 들고 움직이기도 하고 막 야단을 치며 야밤에 뛰어다니다가 결국에는 지민이에게 손에 카메라를 든 채로 침실로 다시 들어와 붙잡혔다.
━ 나 졸린데.
━ 그, 그럼 가서 자.
━ 네가 나 잠 깨웠잖아.
내 손에 꼭 쥔 카메라를 뺏어 결국엔 전원을 끄고 침대 옆 협탁에 세워 두고는 나를 다시 침대에 눕혔다. 그러고는 얌전히 본인도 옆에 누웠다. 그래서 내가 ‘뭐지’라는 반응으로 지민이 쪽으로 몸을 틀어 바라 보니 지민이가 입을 열었다.
━ 자려고 끄자고 한 건데 왜 이렇게 흥분했을까.
━ 응···?
━ 으이그- 앙큼해 정말.
━ 아닌데···.
━ 뭐가 아니야.
━ 박지민 분명 뭐 하려고 한 거 같은데···.
━ 내가 뭘. 이거?
항상 떨림은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훅 지나가곤 한다. 잠깐 방심하는 사이 짧게 입을 맞추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나를 다시 빤히 바라보는 그였다.
━ ㅇ, 야 너··· 뭐 하는 거야···!

━ 너 내 거라는 표시. 그니까 다른 남자한테 마음 줄 생각하지 마. 나 질투 나니까.
━ ···잘 자···.
━ 어어, 잠깐만. 그렇게 멀리 떨어지면 나 이불 없는데?
━ 그냥 덮지 마···.
━ 이리 오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