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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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호와 멀어지고 난 이후로
이상하게 잘 지내다가도 민호 생각이 났다

묘하게 그 빈자리가 느껴졌달까

평소 가족처럼 붙어 다니던 친구가
곁에 없어져서 그런지
아무리 다른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
그 아이와 보내던 시간보다
더 지루하게 느껴지기 일쑤였다

오늘도 나에겐 나름 지루한 하루였다

과제를 끝내고 간식 창고를 열었는데
그 안이 텅 비어 있어 편의점으로 향했다

근데 이 꼴로 민호는 만나게 될 줄이야

살짝 당황했지만 표정을 숨기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

돌아오는 대답은 꽤나 투박하고 건조했다

민호도 당황했던 걸까

짧은 인사말을 나눈 이후로 계산을 하느라
그 얼굴에 어떤 표정이 쓰여 있었는지 보지 못했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니
민호 차가 앞에 떡하니 주차되어 있었다

픽 웃으며 그 앞에서 담배를 물었다

딸랑 하는 소리와 함께 편의점 문이 여닫혔고
그와 동시에 푸딩을 손에 쥔 민호가 나왔다

민호는 당황한 듯 잠시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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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이 여기서 피워야 돼? “

” 응 “


고개를 푹 숙이고 한숨을 내쉬었다

나를 붙잡을 것 같았던 민호는
오히려 단호하게 차에 올라탔다









집 앞에 주차를 마치고 시동까지 껐지만
한참을 나오지 못했다

속을 알 수 없는 태희의 얼굴이
자꾸만 신경 쓰였다

원래 변덕이 심한 아이인 걸 알고는 있었지만
굳이 이런 상황에서까지 변덕을 부려야 했을까

나가라고 떵떵 소리를 지르던 얼굴과
싱긋 웃어보이던 방금 전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찬물로 샤워를 했다

냉장고 안에 넣어 놨던 푸딩을 꺼내 식탁으로 향했다

젖은 머리를 탈탈 털며 푸딩을 한 입 머금었다

씹을 때마다 치아 사이로 물컹하게 으깨지는 푸딩은
서서히 단맛을 퍼뜨렸다

역시 기분이 안 좋을 땐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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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두 입

푸딩을 입안으로 밀어 넣을 때마다
불쾌한 기분이 한층 옅어졌다

작은 푸딩은 몇 입 먹지도 않았는데도 벌써 바닥을 보였다

꽤나 배가 고팠던 모양인지
아쉬운 듯 손에 든 티스푼을 쪽쪽 빨았다









정말 나에게 마음이 없는 걸까

내가 싫어진 걸까

잠시 기분이 좋았다가도 태희만 떠올리면
생각이 과도하게 많아졌다

한 번 시작한 생각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마치 머릿속에서
저절로 마인드맵이 그려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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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꿎은 폰만 켰다 키기를 반복했다

미칠 지경이었다

아무 연락조차 없는데도
태희와 마지막으로 나눴던 대화창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아까 잠깐 마주한 얼굴이
그렇게나 예뻐 보일 줄은 몰랐다

차라리 예쁘지나 않았으면 
마음고생할 일조차 없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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