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 제 아내가 되어주세요.
EP.8

쿠닉
2026.07.26Vues 54
수백 개의 샹들리에가 천장을 밝히고 있었고, 정장을 차려입은 재계 인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성호와 여주가 입장하자 여기저기서 시선이 쏟아졌다.
"저분이 박성호 대표 부인이래."
"생각보다 엄청 예쁘시네."
"결혼 소식도 갑자기 들려서 놀랐는데."
작게 들려오는 대화에 여주는 어깨를 살짝 움츠렸다.
그 순간.
툭.
성호가 자신의 팔을 내밀었다.
성호 "...팔."
여주 "...네?"
성호 "부부라면 이쪽이 자연스럽습니다."
그제야 여주는 그의 뜻을 이해했다.
"아..."
조심스럽게 성호의 팔에 손을 올리자, 성호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겉으로 보기엔 진짜 부부처럼 자연스러웠지만, 정작 두 사람의 심장은 전혀 자연스럽지 못했다.
---
잠시 후.
박회장이 다가왔다.
박회장 "왔구나."
성호 "네."
박회장은 여주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박회장 "우리 손자며느리."
여주 "...네?"
박회장 "우리 성호랑 지내보니 어떠냐?"
갑작스러운 질문에 여주는 당황했다.
'뭐라고 하지...?'
그녀가 대답을 망설이자 성호가 대신 입을 열었다.
성호 "잘 지내고 있습니다."
박회장은 피식 웃었다.
박회장 "나는 여주한테 물어본 건데."
성호 "..."
박회장 "넌 입 다물고 있어."
처음 보는 성호의 당황한 표정에 여주는 웃음이 터질 뻔했다.
애써 참으며 대답했다.
여주 "...잘해 주세요."
박회장 "응?"
여주 "생각보다... 배려도 많이 해주시고요."
순간 성호의 시선이 여주에게 향했다.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던 모양이었다.
박회장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박회장 "그래야지."
"내 아들이 원래 표현은 못 해도 속은 괜찮은 놈이다."
성호는 작게 헛기침만 했다.
---
행사가 한창 진행되던 중.
한 여자가 두 사람 앞으로 걸어왔다.
긴 생머리에 우아한 드레스.
모델 같은 비율.
그녀는 성호를 보자 자연스럽게 미소 지었다.
??? "오랜만이네요."
성호의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
성호 "...문하나 씨."
여주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하나는 여주를 바라보며 손을 내밀었다.
하나 "안녕하세요."
"성호 씨 대학 동기예요."
여주 "아... 안녕하세요."
악수를 마친 하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하나 "결혼하셨다는 얘기 듣고 정말 놀랐어요."
"..."
"성호 씨가 결혼이라니."
말은 축하였지만 어딘가 가시가 있었다.
잠시 침묵이 흐르자 하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나 "우리 예전엔..."
성호 "하나 씨."
성호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낮지만 단호한 목소리였다.
"...오늘은 제 아내와 함께 있는 자리입니다."
하나의 미소가 아주 잠깐 흔들렸다.
하나 "...그렇네요."
그녀는 다시 웃으며 말했다.
"두 분, 행복하세요."
그 말을 남기고 돌아섰지만, 그녀의 표정은 전혀 행복을 빌어주는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
---
행사가 끝난 뒤.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여주는 조용히 걸었다.
먼저 말을 꺼낸 건 성호였다.
성호 "...궁금한 거 있으십니까?"
여주는 잠시 망설이다 물었다.
"...아까 그분."
"..."
"문하나 씨요."
성호는 잠시 침묵했다.
성호 "예전에 정략결혼 이야기가 오갔던 사람입니다."
"...!"
여주의 눈이 커졌다.
성호 "결혼은 하지 않았습니다."
여주 "왜요?"
성호 "생각이 맞지 않았습니다."
짧은 대답.
더 이상 설명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여주의 마음은 조금 가벼워졌다.
'...다행이다.'
순간 그녀는 자신의 생각에 스스로 놀랐다.
'뭐가 다행이라는 거야?'
'계약결혼인데.'
애써 고개를 저었다.
그때 성호가 차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성호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주 "...대표님도요."
잠시 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
성호는 문득 조용히 말했다.
성호 "...오늘."
여주 "네?"
성호 "잘해주셨습니다."
그녀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여주 "...대표님도요."
그 미소를 본 성호는 아주 잠깐 시선을 피했다.
이상했다.
기자들 앞에서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환하게 웃는 여주의 얼굴은, 왜인지 모르게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차는 조용히 신혼집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아직 모르고 있었다.
오늘 행사장에서 만난 문하나가, 앞으로 계약결혼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