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탯재/ 태잔 명재현] 낯선 서울, 너와 같은 방

낯선 서울, 너와 같은 방 10화

축제가 끝난 뒤에도 이상하게 둘 사이의 분위기는 달라져 있었다.

명재현은 태산을 볼 때마다 축제 마지막에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너랑 있는 거 좋아.

태산이 그렇게 말했다.

그게 단순히 룸메이트로서 좋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다른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명재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태산과 함께 있으면 편했다.

서울에 올라와 처음 만난 사람인데도 어느 순간 가장 익숙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자꾸만 욕심이 생겼다.

태산이 자신만 봤으면 좋겠고.

다른 사람과 있을 때보다 자신과 있을 때 더 많이 웃었으면 좋겠고.

자신을 기다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게 뭔데..."

명재현은 침대에 누워 혼잣말했다.

다음 날.

"재현아."

태산이 책상 앞에서 불렀다.

"응?"

"너 다음 주에 과제 발표 있지."

"응."

"준비했어?"

"아니."

"왜."

"하기 싫어서."

태산이 한숨을 쉬었다.

"같이 할래?"

명재현이 벌떡 일어났다.

"진짜?"

"응."

"역시 너밖에 없다."

명재현이 태산 옆으로 의자를 끌어왔다.

둘은 나란히 앉아 과제를 시작했다.

한참을 하던 명재현이 말했다.

"태산아."

"응."

"우리 졸업할 때까지 계속 룸메이트였으면 좋겠다."

태산의 손이 멈췄다.

"왜."

"그냥."

명재현은 웃으며 말했다.

"너랑 살면 편하니까."

태산은 화면을 바라봤다.

"나도."

짧은 대답이었다.

하지만 명재현은 그 말에 괜히 웃음이 났다.

며칠 뒤.

명재현에게 새로운 소식이 생겼다.

"태산아."

"응."

"나 다음 학기부터 다른 기숙사로 옮길 수도 있대."

태산이 고개를 들었다.

"왜."

"예대 쪽 기숙사 자리가 난대."

"그래서?"

"아직 결정 안 했어."

태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네가 편한 데로 해."

"진짜?"

"응."

태산은 다시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렸다.

명재현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너 안 아쉬워?"

"...뭐가."

"내가 다른 방으로 가는 거."

태산은 대답하지 않았다.

명재현도 더 묻지 않았다.

그날 밤.

명재현은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서윤과 함께 걸었다.

"진짜 기숙사 옮길 거야?"

"아직 모르겠어."

"옮기면 좋겠다."

"왜?"

"예대 사람들하고 가까워지잖아."

명재현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근데..."

"응?"

"태산이 혼자 두고 가는 것도 좀 그렇고."

서윤은 피식 웃었다.

"너 태산이 진짜 좋아하네."

명재현의 걸음이 멈췄다.

"뭐?"

"친구로."

서윤은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었다.

"맨날 태산 얘기하잖아."

"...내가?"

"응."

명재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친구.

그 단어가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기숙사에 돌아오자 태산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왔어?"

"응."

명재현은 가방을 내려놓고 태산을 바라봤다.

"태산아."

"응."

"나 오늘 서윤이랑 얘기하다가."

"뭐."

"내가 너를 진짜 좋아하는 것 같대."

태산의 표정이 굳었다.

"...뭐?"

명재현은 당황해서 급하게 덧붙였다.

"아니, 친구로!"

"아."

태산은 다시 노트북을 바라봤다.

스토리 핀 이미지

명재현은 그 모습을 보고 이상하게 답답해졌다.

왜 아무렇지도 않은 걸까.

자신은 하루 종일 그 말이 신경 쓰였는데.

"태산아."

"응."

"너는 나 어떻게 생각해?"

태산은 이번에도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명재현은 기다렸다.

한참 뒤.

"친구."

그 한마디가 떨어졌다.

명재현의 표정이 아주 조금 굳었다.

"...그래."

태산은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뒤늦게 깨달은 듯 명재현을 바라봤다.

하지만 이미 명재현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나 피곤해. 먼저 잘게."

"재현아."

"응?"

"아까 그 말은..."

"괜찮아."

명재현은 이불을 뒤집어썼다.

"잘 자."

"...응."

태산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 '친구'라는 말은 가장 쉬운 대답이었다.

아직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으니까.

하지만 그 말을 듣고 돌아선 명재현의 뒷모습을 보자 알 수 있었다.

자신이 뭔가를 잘못 말했다는 걸.

그날 밤.

두 사람은 같은 방에 있었지만 평소처럼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그리고 태산은 처음으로 깨달았다.

친구라는 말만으로는, 이제 충분하지 않다는 걸.

다음 날 아침.

명재현은 학교에 가기 전 책상 위에 작은 메모를 남겼다.

태산아, 나 오늘 집에 안 들어가.
할머니가 서울 오셔서 같이 있을 거야.
내일 봐.

태산은 메모를 한참 바라봤다.

그리고 처음으로 망설이지 않고 휴대폰을 들었다.

명재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태산: 재현아.

잠시 후 답장이 왔다.

재현: 응?

태산은 한참 동안 화면을 바라보다가 결국 적었다.

태산: 어제 내가 한 말, 다시 얘기하고 싶어.

그리고 전송 버튼을 눌렀다.

이번에는 피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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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가 완결입니다~! 빠르게 다른 작품도 가지고 올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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