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fiction Taeyong] Homme viril

Épisode 4. Si ça ne va pas, vous pouvez vous attendre à

네 번째 촬영은 시작 전부터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클라이언트 쪽에서 갑자기 메인 컷 방향을 바꾸고 싶다고 했고, 그 때문에 의상 순서부터 배경 소품, 촬영 동선까지 전부 다시 맞춰야 했다. 정하은은 아침부터 태블릿과 무전기를 번갈아 들고 촬영장을 뛰어다녔다. 선배들은 최대한 침착하게 움직였지만, 모두가 예민해져 있다는 건 숨길 수 없었다. 하은도 애써 괜찮은 척했다. 지난 촬영 이후로 태용과 괜히 어색해진 것도 신경 쓰였고, 오늘만큼은 정말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가장 중요한 수정 콘티 파일이 클라이언트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걸 촬영 한 시간 전에야 알게 됐다.

하은은 순간 눈앞이 아찔했다. 분명 어젯밤에 메일을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임시 저장함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손끝이 차가워졌다. 선배에게 바로 말해야 했다. 그런데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이미 모두가 정신없는 상황에서 자신 때문에 촬영이 더 밀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숨이 턱 막혔다.

 

 

하은은 일단 노트북을 열고 급하게 파일을 다시 정리했다. 지금이라도 보내면 된다고, 설명하면 된다고, 어떻게든 수습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지만 머리는 점점 하얘졌고, 평소라면 금방 찾았을 자료 위치도 이상하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때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정하은 씨.” 하은은 깜짝 놀라 화면을 덮을 뻔했다. 돌아보니 태용이 서 있었다. 오늘 첫 촬영을 앞두고 의상까지 다 갈아입은 상태였다. 하은은 급하게 일어났다. “아, 네. 곧 들어가시면 됩니다. 제가 바로 전달드릴게요.” 말은 했지만 목소리가 흔들렸다. 태용은 그런 하은을 가만히 보더니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 “아니요. 없습니다.” 너무 빠른 대답이었다. 태용은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왔다. “없는데 얼굴이 왜 그래요.” 하은은 입술을 꾹 눌렀다. 들키고 싶지 않았다. 이상하게 태용 앞에서는 더더욱 괜찮은 척하고 싶었다.

 

 

“정말 괜찮습니다.” 하은이 다시 말하자 태용은 잠깐 침묵했다. 그러다 아주 조용히 말했다. “그 괜찮다는 말, 진짜 괜찮을 때만 하면 안 돼요?” 하은은 그 말에 눈을 깜빡였다. 아무렇지 않게 넘기려 했는데, 갑자기 목 끝이 뜨거워졌다. 오늘 아침부터 참았던 긴장감이 그 말 하나에 무너질 것 같았다. 하은은 급히 시선을 내렸다. “제가 파일 하나를 전달 못 했어요. 중요한 건데. 지금 다시 보내면 되긴 하는데, 이미 늦었고, 클라이언트 쪽에서도 확인이 안 됐을 거고, 제가 말하면 다들 더 정신없어질 것 같아서…” 말이 길어질수록 목소리는 작아졌다. 끝내 하은은 더 말을 잇지 못했다.

 

 

태용은 잠시 노트북 화면을 봤다. 그리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지금 하면 되잖아요.” “네?” “보내고, 바로 전화하고, 수정 내용은 제가 촬영 들어가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하면 되죠.” 너무 쉽게 말해서 하은은 오히려 멍해졌다. “근데 이게 제 실수라서요.” “실수면 수습하면 되고요.” 태용은 무전기가 놓인 테이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혼자 숨긴다고 없어지는 일 아니잖아요.” 맞는 말이었다. 너무 맞아서 더 아팠다. 하은은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선배에게 상황을 전달했다. 예상대로 선배는 당황했지만, 크게 화내지는 않았다. 오히려 빨리 말해줘서 다행이라고 했다.

 

 

그 후로는 정신없이 흘러갔다. 하은은 클라이언트에게 다시 파일을 보내고, 전화로 수정 포인트를 설명하고, 현장 스태프들에게 변경된 컷 순서를 공유했다. 이상하게 태용은 그 모든 과정에서 한 번도 재촉하지 않았다. 본인 촬영이 밀리고 있는데도, 콘티를 받아 들고 조용히 확인했다. “이 컷 먼저 가면 되죠.” “네.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도 조금 줄여요.” 하은은 대답 대신 작게 웃을 뻔했다. 이런 상황에 웃음이 나올 리 없는데, 태용의 말투가 너무 태용다워서 그랬다. 무뚝뚝하고, 짧고, 그런데 이상하게 사람을 무너지지 않게 붙잡아주는 말이었다.

 

 

촬영은 예정보다 늦게 끝났다. 스튜디오에 남은 사람도 거의 없었고, 하은은 빈 회의실에 앉아 마지막 정산용 체크리스트를 정리하고 있었다. 이제 다 끝났는데, 긴장이 풀리자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루 종일 참았던 마음이 뒤늦게 몰려왔다. 실수했다는 자책감도, 들키고 싶지 않았던 민망함도, 태용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는 창피함도 한꺼번에 올라왔다. 하은은 손등으로 눈가를 꾹 눌렀다. 울면 안 됐다. 아직 퇴근도 안 했고, 밖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눈물은 마음처럼 쉽게 멈추지 않았다.

 

 

 

 

회의실 문이 조용히 열렸다. 하은은 급히 고개를 숙였다. “아, 죄송합니다. 여기 곧 정리하고 나갈게요.” 대답 대신 누군가 테이블 위에 따뜻한 캔커피 하나를 내려놓았다. 하은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태용이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하은은 눈가를 숨기려 고개를 돌렸다. “태용 씨 아직 안 가셨어요?” “가려다가요.” “왜요?” 태용은 잠깐 캔커피를 손끝으로 밀어주며 말했다. “혼자 울 것 같아서.” 하은은 그 말에 결국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얼굴이 됐다. “진짜 사람 민망하게 하시네요.”

 

 

태용은 하은을 가만히 보았다. “민망하면 안 울어도 되고요.” “그게 마음대로 됩니까.” 하은이 작게 중얼거리자 태용의 입가가 아주 살짝 움직였다. 웃은 것 같기도 했다. 하은은 캔커피를 두 손으로 감쌌다. 따뜻했다. “저 오늘 되게 별로였죠.” “아니요.” “실수도 하고, 정신도 없고, 끝나고 울기까지 하고.” “별로였으면 제가 여기 안 왔겠죠.” 하은은 그 말을 듣고 조용히 태용을 바라봤다. 태용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 없어요. 근데 오늘 도망 안 갔잖아요. 끝까지 했잖아요.” 그 말에 하은은 또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급히 캔커피만 내려다봤다.

 

 

잠시 조용한 시간이 흘렀다. 밖에서는 정리하는 발소리가 멀리 들렸고, 회의실 안에는 캔커피 뚜껑 따는 소리만 작게 울렸다. 하은은 한 모금 마신 뒤 어렵게 입을 열었다. “태용 씨는 안 힘들어요?” 태용은 예상 못 한 질문이라는 듯 하은을 봤다. “저요?” “항상 괜찮아 보여서요. 촬영 밀려도, 분위기 예민해져도, 사람들이 쳐다봐도.” 태용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한참 후에야 낮게 말했다. “괜찮아 보이는 게 편할 때가 있어요.” 하은은 그 말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알 것 같았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척하는 마음을.

 

 

태용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근데 하은 씨는 그렇게까지 괜찮은 척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왜요?” “티 나서요.” 하은은 어이없다는 듯 그를 봤다. “그게 위로예요?” “네.” “진짜 못하시네요.” “그래도 듣고 있잖아요.” 하은은 결국 작게 웃었다. 오늘 처음으로 제대로 나온 웃음이었다. 태용도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그 순간 하은은 알 것 같았다. 이 사람은 다정한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대신 무너질 것 같은 순간에 옆에 앉아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 위험했다. 이런 사람은 한 번 마음에 들어오면 쉽게 밀어낼 수 없으니까.

 

 

퇴근하려고 건물 밖으로 나왔을 때, 밤공기는 생각보다 차가웠다. 하은은 어깨를 움츠리며 가방끈을 고쳐 잡았다. 태용은 밴 쪽으로 걸어가다 말고 하은을 돌아봤다. “집에 잘 들어가요.” “네. 태용 씨도요.” 평범한 인사였다. 그런데 오늘은 그 말마저 다르게 들렸다. 하은이 먼저 돌아서려는 순간, 태용이 다시 불렀다. “정하은 씨.” 하은이 돌아봤다.

 

 

 

 

태용은 잠깐 망설이다가 말했다. “다음에 또 안 괜찮으면.” 하은은 숨을 멈췄다. “그때도 괜찮다고 하지 말고 말해요.” 하은은 대답하지 못하고 그를 바라봤다. 태용은 아주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기대도 되니까.”

 

 

다음 화에 계속 >>>

Histoires populaires auprès des fans de Taey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