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iseau rêveur et le chasseur

#1

[방탄소년단/정국]#1: 꿈꾸는 새와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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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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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 호텔의 최상층, 스카이라운지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전경은 별처럼 눈이 부셨다. 밤하늘 아래 세상 어느 풍경이 아름답지 않겠냐만 리안 호텔에서 내려다보는 야경은 특히나 근사했다.

한강변에 자리한 최고층의 건물.

그 하나로도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치 않았다. 숲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정원과 리안 호텔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고풍스러운 본관까지. 과거와 미래가 한데 어우러진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는 칭송이 가히 아깝지 않은 곳이다.

오죽하면 리안의 스카이라운지에서 프러포즈를 하면 백이면 백 모두 이루어진다고들 할까.

황홀한 전경에 눈이 멀어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인다는 말도 우스갯소리만은 아니었다. 당장 라운지 의 VIP석에 앉아 있는 아가씨 역시 완전히 넋이 나가 있었다.

“………제 얼굴에 뭐라도 묻은 겁니까?"

"아, 아뇨. "

고개조차 들지 않은 정국의 나직한 음성에 그녀가 화들짝 놀라 와인 잔을 들었다. 그러면서도 슬쩍 유리 잔 너머 그의 얼굴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대체 이게 꿈이야 생시야 '

압도적인 미 앞에서는 자존심조차 사라지는 모양이었다. 좋은 집안에서 좋은 것만 바라보며 자라온 그녀의 눈에도 단언컨대. 이 호텔의 그 어떤 것도 앞에 있는 이 젊은 오너만큼 아름답지는 못했다.

180센티미터에 가까운 장신에 군살 하나 없는 늘씬한 몸.

그저 한 공간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주변 모든 것을 제압하기에 충분한 남자였다. 깔끔하게 올려 넘긴 검은 머리칼. 그 아래 비친 눈동자가 밀실 속 보석처럼 짙고도 고요했다. 고개를 움직일 때마다 설핏 비치는 콧날에 턱선 아래 날카로운 그림자가 어렸다.

하지만 단순히 보이는 것이 전부인 남자라면, 처음부터 이 자리에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정국은 리안 호텔의 수장을 넘어선 상징이었다.

그가 사장으로 취임한 지 7년, 젊은 혈기에 그리 오래갈 수 있겠냐는 모두의 우려를 물리치고 리안은 대한민국 굴지의 호텔 체인으로 거듭났다. 전국 곳곳의 특급 호텔들은 물론 거기에 딸린 각종 계열사들까지 정국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아직까지는 그 시작점이었던 호텔 사업에만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언젠가 그 모든 것들이 정국의 것이 될 거라는 데에는 아무런 이견이 없었다.

'대한민국 어느 재벌가를 뒤져도 우리 전 사장만 한 신랑감 없다는 거 알잖아. 어차피 돈이야 다들 거기서 거기고, 저런 얼굴에 저런 능력이또 있겠어?'

그녀가 이 자리를 주선해준 정국의 고모 전 이사장의 말을 떠올리며 목을 꿀꺽 넘겼다.사실 정국과 한번 만나보려 얼마나 많은 인맥을 동원했는지 모른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허탈함이 밀려들기도 했지만, 막상 정국을 직접 보고 나니 여태까지의 수고로움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스테이크를 써는 손동작조차 얼마나 우아한지 다시금 넋을 놓은 그녀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밖에 남지 않았다.

이 남자 잡아야 한다.

기필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어 죄송해요. 전 이미 이사장님께서 말씀하신 줄 알았는데, 모르고 나오셨을 줄이야."

"괜찮습니다."

그녀의 반한 사과에도 정국은 별다른 불쾌한 기색조차 없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정말 괜찮은 것이 아니라 '안 괜찮아봤자 별수 있겠냐'는 비웃음이 담겨 있었지만, 막상 그의 존재에 눈이 멀어버린 여자들에겐 잘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어차피 한 번은 나왔어야 할 자리 같으니까요."

"네에. 그렇죠. 그래도 이왕 이렇게 뵙게 된 것도 인연인데 혹시 주말에 시간 괜찮으시면..…."

"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

누군가 들어서는 기색에 정국이 무심한 듯 정중한 눈짓을 건넸다.한참 그를 찾았는지 곧장 다가서는 비서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았다. 그의 귓가에 용건을 전한 비서가 고개를 들어올리는 것과 동시에 정국의 나이프가 뚝 하고 멎었다.

"......누가 어딜 그만둔다고?"

"죄송합니다. 사장님."

"죄송하긴 그놈이 죄송해야지. 윤 비서가 왜."

피식 웃으며 하는 말이지만 어딘가 오싹했다.

대체 무슨 일인지.맞은편에서 고개를 들던 여자가 정국의 검은 눈을 마주하고는 본능적인 깨달음으로 크게 주춤했다.이 남자는 결코 점잖거나 정중하지 않다. 다만 그리 보이려는 것뿐이다.

그렇지 않다 해도 큰 상관은 없을 테고.

“식사 마저 하십시오. 전 이만 일어나봐야겠습니다."

"이, 이렇게 빨리요?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으신 건지."

“제 유일한 가족이 집을 나갔다는군요. 여기서 더 선을 넘기 전에 슬슬 잡아들여야 할 것 같아서."

마치 귀찮은 사냥이라도 나가는 듯 툭툭 테이블을 두드리는 손가락에도 야성의 기운이 물씬 흘렀다. 저런 남자의 먹잇감이 될 사람을 생각하면 절로 명복이 벌어졌지만, 이대로 그를 놓칠 수는 없었다.

"가족분이시라면…..… 아아. 혹시 조카분을 말씀하시는 걸까요? 그러고 보니 이사장님께서 말씀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돌아가신 형님 부부대신 조카분을 정성으로 돌보고 계신다고."

"고모님이 그리 말했습니까?"

정국의 냉소가 깊어졌다. 제 뒤에서 무슨 말이 오고 갔을지, 그 노골적인 광경이 눈에 보이는 듯하자 슬슬 이 모든 것이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뭐. 일단은 제 후계자이니까요."

"후, 후계자요?"

"앞으로 결혼할 마음도, 아이를 낳을 마음은 더더욱 없으니 당연히 하나 있는 조카라도 잘 붙들어둬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절대로 네가 생각하는 남편감이 되어줄 마음이 없다는 말을, 정국은 아주 냉혹하고도 우아하게 돌려서 했다. 함부로 반응조차 쉽사리하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보는 여자에게 그는 넌지시 눈썹을 치켜세웠다.

“혹시 고모님께서 그 이야기는 안 하셨던 겁니까?"

".......이 이사장님께서는 그냥."

"남의 집 귀한 따님 시간이며 마음까지 전부 휘두르려 하셨나 봅니다. 그 죄를 어찌 다 받으시려고."

무심히 눈썹을 치켜올린 정국이 이내 품 안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어 들었다. 그 와중에도 기대감을 감추지 못한 여자가 두 눈을 크게 뜨고 손을 내밀었지만 아쉽게도 그의 명함은 아니었다.

"제 변호사입니다. 혹시 고모님께 사기로 소송 걸 마음 있으면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지요."

그에겐 범접할 수 없는,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는 위험하고 냉철한 아우라가 있었다.

꿈꾸는 새와 사냥꾼

남산을 뒤로한 붉은 벽돌 건물에 깊은 역사가 묻어났다. 학교라기보다는 박물관에 더 어울릴 것 같은 고풍스러운 곳이지만 안타깝게도 그실체는 보이는 것만큼 근사하다고만 할 수 없다.

"왔어요?"

대한민국의 모든 학부모와 학생들의 선망과 증오를 동시에 받는다는 무시무시한 명성이 그냥 생겼을 리 없다. 전교생의 절반 이상이 명문대에 진학하는 입시 사관학교, 그게 바로 천하의 제일고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었다.

이 학교 안에 자리하는 모든 것은 최고여야만 한다. 시설과 프로그램, 학생과 학부모. 물론 선생님이라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휴우, 오늘도 어떻게 하루 잘 버텼네!"

창가에서 밖을 내려다보고 있던 여주가 막 교무실로 들어선 은진을 반겼다.

영어를 가르치는 은진은 여주보다 2년이나 일찍 제일에 들어온 선배이자 또래가 거의 없는 이곳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동료였다. 거기다 같은 기간제로 근무하다 보니 서로의 사정을 훤히 알 수밖에 없다.

"오늘 김 선생님 반 상담이라고 했죠? 저는 어제 끝났는데."

"네. 그래봐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애들이 대부분인데, 그 와중에도 어디 도망 안 가고 찾아와준 걸 감사해야 하는 건지."

아이들에게 기계처럼 정해진 답변만 내어놓는 신세에 허탈해하는 건 은진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여주가 피식웃으며 막 내린 커피를 건네주었다.

"그래도 수고 많으셨어요. 저도 어제 얼마나 긴장했나 몰라요."

"하여튼 겨우 상담 하나에도 이렇게까지 애를 써야 하다니. 누가 제일고 아니랄까봐."

커피를 받아 든 은진은 괜히 더 심술궂은 얼굴로 푸념을 늘어놓았다. 말은 이래도 이런 학교에서 무려 2년이 넘도록 버텨왔다는 건 그녀에게 대단한 끈기와 목표가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래도 드디어 끝이 보이네요. 우리 이제 딱 두 달 남았죠?"

"정확히 두 달하고도 2주 반이요."

"하아아. 진짜 정교사가 될지도 모르다니."

책상 위 캘린더를 들어올린 은진의 두 눈이 꿈을 꾸듯 반짝였다. 교사가 되어 무슨 호들갑이냐 할지 몰라도 여주의 마음 역시 은진과 다르지 않았다.

"전 벌써부터 떨려요."

"여주 쌤이야 뭐가 걱정이에요. 한국대 나왔지. 실력 좋지. 거기다 원래도 제일고 출신이라면서."

"………다 옛날 일인데요 뭐. 그사이 재단도 바뀌어버렸고."

따지고 보면 그리 옛날도 아니지만, 여주는 별것 아닌 양 고개를 흔들었다. 하얀 얼굴에 갈색 머리칼이 흔들리는 앳된 옆모습이 아직 학생이라 해도 믿을 법했다.

커다란 눈망울에 기다란 속눈썹이 그녀의 발그스레한 뺨 위로 섬세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벌써 임용도 다 통과해놓고. 그냥 교사가 하고 싶은 거면 얼마든지 다른 데 갈 수 있었을 텐데, 왜 여기서 이 고생을 하고 있어요."

"그냥, 전 여기가 좋아서요."

알듯 모를 듯한 웃음을 지은 여주가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워낙에 곱게 자란 듯, 공주님 같은 외모 탓에 모르는 이들이야 내숭을 떠는 것이아니냐 하겠지만 은진이 지켜본 여주는 달랐다.

아무리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여주는 그 누구보다 학교 일에 적극적이었다. 제일고에 오자마자 고1 학급의 임시 담임을 맡은 이후로도 얼굴 한번 찌푸리는 법이 없었다.

얌전한 듯 열정이 넘치는, 약한 듯 강한, 언제나 상반된 매력이 함께하는 그녀였다. 그래서인지 딱히 질투도 나질 않았다.

딱 한 가지 사실만 빼고

"하여튼 여주 쌤은 복도 많아. 다 가지다 못해 전유하까지 가지고."

"•…유하요? "

"걔가 우리 학교 붙박이 전교 1등이잖아요. 그것만 해도 채용심사 때 점수 엄청 딸걸요?"

입시로 소문난 학교이니만큼 선생님에 대한 평가도 결국은 학생의 성적일 수밖에 없다. 안 되는 아이도 붙잡고 매달려야 할 판에, 전교 1등이 알아서 각종 모의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 온다는데 선생님에겐 이보다 더 고마운 선물은 없었다.

"내가 유하 걔 입학할 때부터 봤잖아요. 애가 워낙 말이 없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상관이에요. 1등인데."

"그래도 유하가 꼭 공부만 잘하는 건 아닌 것 같던데요."

"응? 뭐 또 잘하는 게 있어요? 키도 크고 하니 운동 같은 건가?"

"아뇨. 운동은 아니고...... 느낌이 좀 "

어제 보았던 유하의 길고 우아한 손가락을 떠올린 여주는 별것 아닌 양 얼버무렸다. 확실하지도 않은데, 제 짐작만으로 멋대로 떠들 수는 없다.

그래도 마냥 어렵기만 하던 제자와 조금이나마 대화를 해보았다는 것에 자신도 모르는 뿌듯한 웃음이 났다.

"그냥, 우리 유하는 뭘 하든 다 잘할 것 같아서요."

"그거야 말해 뭐 해요. 전유하야 저기 저 나무 같은 애잖아요. 알아서 햇빛 받고 열매 맺고 꽃피우고. 그냥 숨만 쉬고 존재만 해줘도 더 바랄 게 없겠네. "

은진이 장난스레 창문 밖 나무를 가리키자 따라서 나무를 바라보던 여주의 입가도 서서히 올라갔다. 은진과는 조금 생각이 다르긴 했지만 제자가 저 나무처럼 쑥쑥 크기를 바라는 마음은 똑같다.

제일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벚나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녀가 뒤늦게 말을 돌렸다.

"음, 어쨌든 심사까지 정말 얼마 안 남았긴 했네요. 그때까지 이사장님이 별말 없으시겠죠?"

"있을 게 뭐 있어요. 어차피 학교에는 얼굴 한번 안 비치는 사람인데."

•…그래도 최종 결정은 이사장님이 하시는 거잖아요."

아무리 형식상의 절차가 있다지만 결국 이런 사립고에서 교사를 채용할 때는 이사장의 입김이 제일 중요한 법이다. 그런 이유로 할 수 있는 전부를 쏟 아부으면서도 한 번도 마음을 놓지 못했다.

여주가 무슨 걱정을 하는지 아는 은진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소리를 낮췄다.

"근데 지금 이사장님이 진짜 이사장님이 아니라는 소문이 있던데."

"네? 그래도 재단이 있는데 어떻게"

"다들 수군수군하던데요. 뭘. 지금 이사장님은 그냥 임시직 같은 거고 진짜 이사장님은 따로 있다고 "

"그분이 누구시길래요?"

"나도 사실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는데......"

그 때였다.

"여주 쌤!"

"응, 하나야. 왜, 무슨 일이야?"

"큰일 났어요! 전유하 학교 그만둔대요!"

꿈꾸는 새와 사냥꾼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한 선생, 말 좀 해보라고!"

여주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교장 앞에 냉큼 고개를 숙였다. 이러고 있기를 벌써 한 시간이 넘었건만 어째 교장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만 갔다.

교장실에서 나온 여주는 근심이 가득했다.

"그나저나 유하 어쩔 거예요? 전화는 해봤어요?"

"휴우. "

"아까부터 열 번도 넘게 전화해봤는데 휴대전화가 꺼져 있어서요."

"보호자는 뭐래요?"

"통화도 못 해봤어요. 휴대전화 번호도 아니고 집 전화 같고...... 본인도 아니고 회사 사람 같은데 일단 전해는 주겠대요."

"그래서 어떡하시게요?"

"일단 오늘이라도 한번 찾아가보려구요. "

꿈꾸는 새와 사냥꾼

"제발.“

비장한 각오로 숨을 크게 들이켰건만 그것도 유하를 만나고 나서의 이야기이다. 인적사항 속 아이의 주소를 확인하던 여주의 커다란 눈이 다시금 흔 들렸다.

“..... 무슨 주소가 이래.“

거대한 아치형의 문이 양쪽으로 열리며 정국이 안으로 들어섰다. 검은 대리석 위를 가로지르는 그의 구두 소리가 커다란 홀을 가득 울렸다.

리안 호텔 본관의 최상층을 하나로 튼 펜트하우스는 그 끝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굳이 방마다 문을 열어 찾아볼 필요는 없다. 사람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정체된 공기라면, 그에게는 낯설지 않았으니까.

"사장님, 유하 도련님은 짐까지 꾸려 나가신 모양입니다. 보안팀 말로는 나간 지 벌써 두어 시간 된 것 같다 합니다. "

“빠르네”


*본 팬 빙의글은 카카오 페이지'윈터 심포니'를 일부 각색 및 수정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