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바투 연숩/ 연준 수빈] 붉은 둥지

[연숩] 붉은 둥지 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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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의 침실에서 보낸 며칠은 이상하리만치 평화로웠다.

연준은 어깨 상처가 다 나아감에도 불구하고 수빈을 제 곁에서 떨어뜨리지 않았다.

낮에는 집무실 서류를 보며 수빈에게 괜히 차를 가져오라 시키고, 밤이면 소파에 누워 책을 읽는 수빈의 무릎을 베고 누워 눈을 감았다.

헌터와 뱀파이어라는 기묘한 상극의 관계는, 저택의 깊은 침묵 속에서 완벽한 둘만의 세계로 단단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창-!

어두운 밤, 침실의 거대한 통창 유리창이 굉음과 함께 단숨에 산산조각 났다.

마력의 결계를 뚫고 날아든 것은 붉은 뱀파이어의 무기가 아니었다.

은빛으로 눈부시게 빛나는 세 자루의 ‘성수(聖水) 단검’이었다.

“읏...!”

수빈의 무릎에 누워 있던 연준이 번개 같은 속도로 일어서며 수빈의 앞을 막아섰다.

단검은 연준의 사방 바닥에 꽂혔고, 바닥재가 타들어 가는 소리와 함께 지독한 은(銀)과 성수의 냄새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연준의 미간이 고통으로 대번에 일그러졌다.

순혈 뱀파이어조차 피부를 태우는 은 기운. 그리고 그 무기는 다름 아닌

“...헌터 가문의 주술 단검?”

수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헌터 가문, 그것도 수빈이 속해 있던 최씨 일가의 최정예 집단만이 사용하는 고유의 은제 무기였다.

깨진 창문 너머로 칠흑 같은 그림자 세 개가 번개처럼 날아들어 침실 바닥에 착지했다.

짙은 헌터 제복을 입고 얼굴을 복면으로 가린 자들.

그들의 가슴팍에는 수빈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문양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찾았다, 최수빈.”

가장 앞에 선 헌터가 서늘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수빈이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목소리, 가문의 최고 실력자이자 수빈을 매번 ‘벌레’ 취급하던 사촌 형이었다.

“가문의 수치놈이 3구역에서 죽지도 않고 뱀파이어의 저택에 갇혀있다는 소문이 돌더니... 정말이었군.”

“형...?”

“형이라 부르지 마라. 피를 나누기도 아까운 실패작 놈.”

헌터는 수빈을 향해 차갑게 일갈하더니, 이내 연준을 향해 성수가 담긴 장검을 겨누었다.

“우리는 버려진 쓰레기를 구하러 온 게 아니다. 3구역의 밤의 지배자, 순혈 최연준의 목을 베러 왔다.

실패작 놈을 미끼로 걸어두니 제발로 덫에 걸려드는구나.”

모든 게 계획된 거였다. 가문은 수빈을 구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수빈이 연준의 저택에 감금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용해, 연준이 방심한 사이 저택 깊숙이 침투하기 위한 ‘생미끼’로 수빈을 이용한 것이었다.

“미끼... 라.”

연준이 핏빛 눈동자를 찌를 듯 빛내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성수 냄새에 상처 부위가 타들어가 통증이 심할 텐데도, 연준의 입꼬리가 아슬아슬하게 틀어올려졌다.

“그 더러운 입으로 내 수빈이를 미끼라 부르지 마.”

“연준 씨, 안 돼요! 저 칼엔 순혈도 마비시키는 결계가...!”

수빈이 연준을 말리려 손을 뻗었지만, 연준은 이미 잔상만을 남긴 채 헌터들을 향해 쇄도했다.

콰-앙!

공기 중에서 은빛 검기와 붉은 뱀파이어의 마력이 격돌했다.

방 안의 가구들이 산산조각이 나고 벽면이 갈라졌다.

연준의 압도적인 힘에 헌터 둘이 곧바로 튕겨 나가 벽에 꽂혔지만, 리더 격인 사촌 형은 만만치 않았다. 그가 공중에 던진 은제 부적이 붉은 마법진을 그리며 연준의 몸을 순간적으로 묶어버렸다.

“지금이다! 순혈의 목을 베어라!”

“연준 씨!”

부적의 힘으로 연준의 발이 묶인 그 짧은 찰나, 사촌 형의 장검이 연준의 심장을 향해 직진했다.

순혈이라 해도 심장에 성수가 바른 은검이 꽂히면 무사할 수 없었다.

연준의 붉은 눈동자에 찰나의 균열이 생겼다.

그 순간, 연준의 눈앞을 막아서며 튕겨 나온 것은 거대한 체구의 인간이었다.

푸욱-!

“...크윽!”

차가운 은검이 연준의 심장이 아닌, 연준을 온몸으로 감싸 안은 수빈의 어깨를 깊게 꿰뚫었다.

피가 터져 나와 연준의 뺨을 적셨다. 헌터의 장검은 인간인 수빈에게도 치명적인 상처를 남겼다.

수빈의 가쁜 숨소리와 함께 따뜻하고 붉은 피가 연준의 가슴팍으로 뚝뚝 떨어졌다.

“...수빈아?”

연준의 목소리가 보기 드물게 사정없이 떨려 나왔다.

“이... 미친 실패작 놈이! 뱀파이어 따위를 위해 몸을 던져?!”

사촌 형이 당황해 검을 거두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수빈의 피가 연준의 얼굴과 입술에 닿는 순간, 연준의 안에서 무언가가 완전히 끊어져 버렸다.

자제하던 모든 이성과 마력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침실 전체의 공기가 붉게 물들었고, 연준을 묶고 있던 은제 부적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 날아갔다.

“ 감히... 누구 몸에 칼을 대?”

진짜 밤의 지배자가 각성한 순간이었다.연준의 눈은 피보다 더 짙은 상홍빛으로 물들었고, 방 안의 모든 빛이 꺼지며 압도적인 지옥의 풍경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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