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5화. 라떼와 아메리카노

sophie97
2026.06.17Vues 0
"정아야, 어땠어? 아이돌을 가르쳐 본 소감이 어때?
수연이의 전화를 받자마자 질문이 쏟아졌다.
"그냥 뭐...학생 같던데...
것도 공부 되게 열심히 하는 학생."
"뭐야? 그게 끝이야?
아이돌 과외인데 아무 일도 없었다고?
드라마 찍나 하고 기대했는데..."
"특별한 일이 있을 게 뭐 있어?
그냥 만나서 수업하는 건데..
자기 본업 열심히 하듯이 수업도 진지하고,
열심히 하더라구..."
"에이...엄청 기대하고 전화했는데 별 거 없네..ㅎㅎ
그 기획사 대표는 석진 선배한테 좋은 사람 소개해 줘서
고맙다고 밥 산다고 했다더라."
"그래? 그렇게 얘기했대?
너랑 석진 선배한테 폐를 끼치지 않았다니 다행이다."
'내심 신경쓰였는데..'
"수업하다가 재미있거나 특별한 일 생기면
바로 나한테 말해 줘야 돼. 알았지?
내 일상은 너무 단순해.
나는 우리 집에서 무서울 거 없는 놈 픽업하러 간다.
전화해~"
같은 나이지만 수연이와 내 삶은 많이 달랐다.
그녀는 어느 새 아내이자 엄마가 되었고,
나는 아직 내 시간을 나만을 위해 쓰고 있다.
'나도 결혼을 해서 저렇게 살고 있다면 어땠을까?'
생각을 안 해 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 시간을 나를 위해서 오롯이 쓰고 있는
지금이 좋다.
첫 번째 수업을 끝내고,
두 번째 수업을 맞이할 때 쯤
급하게 의뢰가 들어온 번역 일 때문에
본의 아니게 수업 시간을 변경해야만 했다.
인터뷰 때 자신에게 이야기하라고 했던 대표와,
배우가 매니저를 통해서 연락하겠다라는 말 때문에
누구에게 먼저 컨택을 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그래도, 내가 직접 말을 들은 건 대표니까.
"안녕하세요?
박훈지 씨 영어 수업하고 있는 유정아 라고 합니다.
대표님 맞으시죠?"
"아...네, 선생님 안녕하세요?
수업 열심히, 잘 해 주신다는 말씀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연락 한 번 드리려고 했었는데,
제가 뭐 도와 드릴 일 있으시면 말씀 주세요."
"다름이 아니라, 급한 번역 일이 생겨서
두 번째 수업하기로 한 날을 변경해도 될까 해서요.
그 날까지 마감이라서요..
그 이후부터는 편하신 날 말씀주시면 맞추겠습니다.
번거롭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일정 보고 조정해서 말씀드리라고 할께요.
걱정마세요. 그럴 수 있죠."
"저..
그런데 앞으로도 대표님 통해서 연락을 드리나요?
바쁘실 텐데, 신경쓰이게 해 드리는 것 같아서요."
"괜찮습니다. 일정은 제가 보는 게 편해서요.
부담갖지 말고, 연락 주세요."
전화를 끊고,
5분이 채 안 되어 같은 번호로 커피 상품권을 보내왔다.
'사무실에서 하면 수업하시는 동안 챙겨 드릴 텐데,
신경을 못 써 드려서 죄송하네요.'
'이렇게 세심하다고?'
배려를 받는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다만, 첫 만남에서 대범해 보였던 사람이 이런 식으로
세심하게 마음을 쓰는 건 좀 의외였다.
두 번째 수업이 있던 날,
수업 일정을 변경한 미안한 마음에
수업 시간에 먹을 쿠키를 좀 챙겼다.
가는 길에 카페에 들러 음료까지 사 가려고 했지만,
랩탑에 간식, 수업 후 작업할 자료까지 챙기다 보니
양손이 무거워졌다.
수업하는 연습실에 짐을 미리 갖다 놓고,
커피를 사러 가려고 문을 나서려던 순간,
맞은편 복도 끝에서 그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두 손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아이스 라떼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어머, 훈지씨. 안녕하세요?
지난 번에 수업 미뤄서 미안했어요."
"아니에요. 일이 있으셨다고 들었어요. 괜찮습니다.
어느 걸 좋아하실지 몰라 둘 다 샀어요.
첫 수업 때...
라떼 좋아하신다고 들었던 것 같기도 해서요.
여기요..."
'내가 그런 말을 했었나?'
"와~~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죄송해서 오늘 쿠키를 가져왔는데
우리 텔레파시가 통했네요.ㅎㅎ"
"참, 대표님께서 커피 상품권을 보내 주셔서
그걸로 커피 사 오려고 다시 나가려던 참이었어요."
"대표님이요?"
그가 잠깐 말을 멈췄다.
"그런 거까지 챙기시는 분 아닌데,,,"
이상하게, 그 말이 오래 걸렸다.
"오늘 수업 끝나고 시간 있으세요?" <6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