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76화. 루앙



"아...사실...

 루앙은 내일부터 일정이었어요.

 내일 묵는 호텔에

 오늘밤 예약이 가능한지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아요."




그는 내게 호텔 이름을 묻더니,

자신의 휴대폰에 있는 앱으로 찾아봐 주었다.




"다행히 있네요.

 제가 묵는 호텔과 멀지 않으니까 타세요.

 멀리 돌아가는 길도 아니니까 부담 갖지 마시구요.

 가면서 예약하면 되잖아요."





"이렇게까지 신세를 지고 싶지는 않은데요.

 제가 알아서 갈께요."




"부모님께 이 이야기 해 드리면 저 엄청 혼나요.

 프랑스에 온 한국 사람을 도와주지 않고,

 여자 혼자 내버려 두고 저 혼자 갔다고 하면요."




그는 잠시 내 얼굴을 쳐다 보더니

말을 이었다.




"어!! 또 마음 속으로

 이 사람을 믿어도 되나?

 나를 어디로 납치하는 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죠?"



그의 농담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프랑스에서는 이런 실없는 농담을 많이 하나...'






그가 호텔 앞까지 데려다 준 덕분에

편하게 올 수 있었다.





"감사해요...

 덕분에 점심도 잘 먹고, 편하게 올 수 있었어요."





"그럼...

 우리 내일 루앙 같이 돌아보면 어때요?"





"같이요?"





"울적할 때 혼자 있으면 더 우울해져요.

 제가 웃게 해 드릴께요.

 사실...
 
 제 속마음을 말씀드리면

 혼자 하는 여행보다는 재미있을 것 같다..."




솔직한 그의 태도에

처음에 가졌던 경계심은 많이 무너졌지만,

모르는 사람과 이렇게 여행을 한다는 게

썩 내키지는 않았다.





"글쎄요..."




하지만,

혼자 남으면

하루 종일 훈지씨 생각만 하게 될 것 같았다.





"좋아요.

 내일 9시까지 여기서 봬요.

 제가 휴대폰이 없어서 연락드릴 방법이 없어요."





"SNS는요?"





"없어요. 사정상 그렇게 됐어요."





"아...남친이랑 헤어지고 다 끊었군요."




내가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니

그가 거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아까 얘기했잖아요.

 표정으로 다 이야기하고 있다니까요."




민망한 마음에 얼굴이 빨개지는 게 느껴졌다.




'훈지씨한테 목 졸리는 모습을 들켰을 때도

 이렇게 얼굴이 빨개졌었는데...'





"그럼 내일 9시까지 로비에서 만나요.

 참, 이름 정도는 물어봐도 되죠?"



"아..네..

 그러고 보니, 성함도 몰랐네요.

 저는 유정아 라고 해요."





"저는 줄리앙이에요.

 내일 봐요!!"




다음날 아침,

9시 쯤 로비로 내려가 보니

그가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잘 쉬었어요?"





"네...어제는 별로 나가고 싶지 않아서

 호텔에서 쉬었어요.





"혹시 오늘 가고 싶었던 곳 있었어요?"





"몇 군데 메모해 놓은 곳들이 있었어요."





휴대폰 메모장 화면을 열어 그에게 보여 주었다.




"그럼 그로 오를로주에서 시작해서

 루앙 대성당으로 가 볼까요?"




"네."





"아침 식사 했어요?"





"아니요. 아직..."





"차에 샌드위치랑 커피 있어요.

 그걸로 간단히 아침 식사 해요."




그 말을 들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항상 훈지씨를 챙기며 하던 말이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그 말을 듣고 있었다.





루앙에서의 둘째 날도 줄리앙 덕분에

편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에게 보답의 의미로,

저녁 식사를 제안했다.




"그냥... 나는 혼자 다니면 심심할까봐

 함께 다니자고 말한 건데

 너무 거한 대접을 받는 거 같은데요?"




"아니에요...

 줄리앙 덕분에...이제야 정말 여행을 온 것 같아요.

 그리고, 오늘이 루앙에서 마지막 밤이잖아요."




"아...그러네요.

 오늘이 우리 여행의 마지막 밤이었네요.

 저녁 함께 해야 겠는데요."





우리는 내가 묵는 호텔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와인을 한 잔 곁들였다.




하루 종일 걸어서 피곤했던 탓인지,

술기운이 금새 올라왔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그를 배웅하기 위해서 로비를 빠져나왔다.




"줄리앙 덕분에 즐거운 여행이었어요.

 고마워요."




그에게 인사를 하려고

뒤를 돌아서는 순간 중심을 잃었다.




뒤따라 오던 그가 나를 다시 한 번 잡아 주었다.




"아...미안해요..

 많이 마신 것 같지도 않은데..."




그는 흔들리는 나를 붙잡은 채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순간 꿈인것 같기도 하고,

현실인 것 같기도 하고 분간할 수 없었다.





줄리앙이 말했다.


"저랑 만나보는 거 어때요?

 그 사람 잊게 해 줄께요."  




나는 멍하니 그를 쳐다봤다.




"지금 네 말을 믿으라는 거야?"  <77화 중에서>

Histoires populaires auprès des fans de Park Ji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