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지 씨!
후회 안 할 자신 있어요?
나...
불안할 때마다 짜증 낼 수도 있고,
흔들릴 수도 있어요."
"내가 흔들리지 않게 잡아 줄게요.
나는 후회 안 할 자신 있어요."
"그럼...
난 나보다 훈지 씨를 믿을게요."
나는 그를 만나기 전
오늘 한 일들을 모두 나열했다.
"밤새 결심하고 이 일들을
오전에 다 하고 왔단 말이에요?"
"네."
"그거 알아요?
정아 씨는 한번 결심하면
그다음부터는 누구보다 빠르다는 거?"
"내가 그런가?"
내 특징을 알아챈
그의 관찰력에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그렇게 고민했던 일인데
어떻게 밤새 결정하게 된 거에요?"
"사실은...
내가 어제 소리 지르면서 깼잖아요?"
"응. 악몽 꿔서 그런 거 아니었어요?"
"맞아요.
지금까지 꿨던 악몽 중에
제일 끔찍했어요."
"무슨 꿈이었는데요?"
"훈지 씨가 다른 여자랑 다정하게
손도 잡고, 뽀뽀도 하고
데이트를 하고 있는 거에요.
꿈에서도 그 자리는 내 자리인데
왜 다른 여자가 있지?
너무 슬프고, 화도 나고
내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소리 지르면서 깼던 거에요."
"... 정말 그게 결정한 계기였어요...?”
"깨고 나서 생각했어요.
훈지 씨 옆에는 내가 있어야겠다.
다른 여자가 있는 건 상상하기도 싫다."
그는 내 말이 끝나자마자
웃기 시작했다.
"나는 끔찍한 악몽 이야기하고 하는데
왜 이렇게 웃어요?"
"그래...
생각해 보니까 이게 웃을 일이 아니네.
내가 그렇게 애원하면서 설득했을 때는
꿈쩍도 안 하더니...
겨우 꿈 하나 때문에 결정한 거에요?"
"나는...
우리 사이에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늘 조심스럽고, 불안했어요
훈지 씨와의 미래가 걱정되기도 했는데...
현실처럼 누군가 훈지 씨 옆에 있는 걸 본 순간
내가 그토록 무서워했던
그 선을 넘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에게 고백을 한 이후
여전히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게 보여 준 그의 마음을 믿고
그동안 아무리 노력을 해도
변치 않았던 나의 마음을 안고
우리는 선을 넘어 보기로 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