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36화. 메시지


별 구경을 한참 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던 때였다.





차에 올라 시동 버튼을 눌렀는데도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몇 번이나 다시 시도해 봤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떠나려던 훈지 씨가 차에서 내려

내게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에요?"





"차 시동이 안 결려요.

 아무래도 배터리가 방전된 것 같아요.

 보험사에 연락해서 처리할 테니까

 훈지 씨 먼저 가요."






"여기다가 정아 씨를 두고 혼자 가라고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에요?"






"차 안에서 기다리면 되죠.

 난 괜찮으니까 먼저 가요."






"밤도 늦었는데

 오늘은 차 여기다 두고,

 내 차 타고 우선 올라가요.

 내가 내일 처리해 줄게요."






"훈지 씨가 왜요?

 그럼 오늘은 택시 타고 가고

 내일 내가 가지러 올테니까

 신경쓰지 말아요."






"정아 씨! 꼭 이렇게까지 해야 돼요?

 그냥 친구로서 이 정도는

 해 줄 수도 있는 거잖아요."






"싫어요.

 훈지 씨랑 더 이상 얽히는 거 싫어요.

 오늘 훈지 씨 누...

 아니 그냥 싫어요."






"이러지 말아요... 정아 씨.

 당신이 이렇게 매몰차게 나 밀어내면...

 나 정말 못 버텨요.

 나는 아직도..."






"그만해요. 됐어요.

 제발 나 좀 헷갈리게 하지 말아요.

 그럼 나는 태형 씨한테 연락해서

 타고 갈게요."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문을 세게 닫더니

어디론가 가 버렸다.





'아... 또 저렇게 가버리면 어떡해.

 사람 걱정되게...진짜...'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차 안에서 훈지 씨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 때 휴대폰에서

메시지 알림 소리가 울렸다.




훈지 씨 누나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정아 씨.

 훈지가 정아씨랑 헤어졌다고

 나한테 말하고 나서도

 식구들을 한참 설득하고 있던 중이었어요.

 그 전까지는 나만 정아 씨에 대해 알고 있었는데

 스페인 다녀와서 훈지가 가족들에게 다 얘기했어요.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꼭 연락 주세요.]





그녀의 메시지마저

나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얼마 후,

그가 어깨가 축 처진 채로 돌아왔다.





"훈지 씨. 어디 갔다 이제 와요?

 사람 가지도 못 하게 하고."





"오늘은 제발 내 차 타고 올라가요.

 부탁이에요."





나는 더 이상 거절하지 못했다.




힘없이 내려앉은 그의 목소리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올라가는 동안

나는 창 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훈지 씨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 Daisy 라는 곡 틀어 줄 수 있어요?"





나는 말없이 그 노래를 틀었다.





"이런 노래였구나... 좋다...

 밤에 이렇게 같이 들으니까."





'예전처럼 우리가 별을 보러

 이렇게 함께 온 거였으면 좋았을 텐데...

 여기도 이제 내 자리가 아니잖아...'



이제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마음이 울컥해졌다.



훈지 씨가 밉고 원망스러워졌다.





나도 훈지 씨도

서로 아무 말도 못 한 채

그렇게 서울로 올라왔다.





아파트 정문을 지나 차를 세웠다.





"태워다 줘서 고마워요.

 운전 조심해요."





훈지 씨가 따라 내리려는 순간

나는 먼저 차에서 내렸다.





그때였다.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정아야!"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김 대표가 서 있었다.






"태형 씨. 이 시간에 여기 웬일이야?"





"너는 이 시간에 어딜 다녀 오는 거야?

 훈지랑..."





뒤를 보니 훈지 씨가 어느 새 차에서 내려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내리지 말고 그냥 가라니까요.

 먼저 올라갈게요."




"태형 씨. 올라가서 이야기할게.

 가자."




나는 일부러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김대표의 팔짱을 끼고

현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내 신경은 온통

훈지 씨에게로 향해 있었다.





"나는 이대로 끝내지 않기로 했어요."

 <37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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