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36화. 메시지

sophie97
2026.09.09瀏覽數 72
별 구경을 한참 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던 때였다.
차에 올라 시동 버튼을 눌렀는데도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몇 번이나 다시 시도해 봤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떠나려던 훈지 씨가 차에서 내려
내게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에요?"
"차 시동이 안 결려요.
아무래도 배터리가 방전된 것 같아요.
보험사에 연락해서 처리할 테니까
훈지 씨 먼저 가요."
"여기다가 정아 씨를 두고 혼자 가라고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에요?"
"차 안에서 기다리면 되죠.
난 괜찮으니까 먼저 가요."
"밤도 늦었는데
오늘은 차 여기다 두고,
내 차 타고 우선 올라가요.
내가 내일 처리해 줄게요."
"훈지 씨가 왜요?
그럼 오늘은 택시 타고 가고
내일 내가 가지러 올테니까
신경쓰지 말아요."
"정아 씨! 꼭 이렇게까지 해야 돼요?
그냥 친구로서 이 정도는
해 줄 수도 있는 거잖아요."
"싫어요.
훈지 씨랑 더 이상 얽히는 거 싫어요.
오늘 훈지 씨 누...
아니 그냥 싫어요."
"이러지 말아요... 정아 씨.
당신이 이렇게 매몰차게 나 밀어내면...
나 정말 못 버텨요.
나는 아직도..."
"그만해요. 됐어요.
제발 나 좀 헷갈리게 하지 말아요.
그럼 나는 태형 씨한테 연락해서
타고 갈게요."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문을 세게 닫더니
어디론가 가 버렸다.
'아... 또 저렇게 가버리면 어떡해.
사람 걱정되게...진짜...'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차 안에서 훈지 씨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 때 휴대폰에서
메시지 알림 소리가 울렸다.
훈지 씨 누나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정아 씨.
훈지가 정아씨랑 헤어졌다고
나한테 말하고 나서도
식구들을 한참 설득하고 있던 중이었어요.
그 전까지는 나만 정아 씨에 대해 알고 있었는데
스페인 다녀와서 훈지가 가족들에게 다 얘기했어요.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꼭 연락 주세요.]
그녀의 메시지마저
나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얼마 후,
그가 어깨가 축 처진 채로 돌아왔다.
"훈지 씨. 어디 갔다 이제 와요?
사람 가지도 못 하게 하고."
"오늘은 제발 내 차 타고 올라가요.
부탁이에요."
나는 더 이상 거절하지 못했다.
힘없이 내려앉은 그의 목소리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올라가는 동안
나는 창 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훈지 씨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 Daisy 라는 곡 틀어 줄 수 있어요?"
나는 말없이 그 노래를 틀었다.
"이런 노래였구나... 좋다...
밤에 이렇게 같이 들으니까."
'예전처럼 우리가 별을 보러
이렇게 함께 온 거였으면 좋았을 텐데...
여기도 이제 내 자리가 아니잖아...'
이제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마음이 울컥해졌다.
훈지 씨가 밉고 원망스러워졌다.
나도 훈지 씨도
서로 아무 말도 못 한 채
그렇게 서울로 올라왔다.
아파트 정문을 지나 차를 세웠다.
"태워다 줘서 고마워요.
운전 조심해요."
훈지 씨가 따라 내리려는 순간
나는 먼저 차에서 내렸다.
그때였다.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정아야!"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김 대표가 서 있었다.
"태형 씨. 이 시간에 여기 웬일이야?"
"너는 이 시간에 어딜 다녀 오는 거야?
훈지랑..."
뒤를 보니 훈지 씨가 어느 새 차에서 내려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내리지 말고 그냥 가라니까요.
먼저 올라갈게요."
"태형 씨. 올라가서 이야기할게.
가자."
나는 일부러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김대표의 팔짱을 끼고
현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내 신경은 온통
훈지 씨에게로 향해 있었다.
"나는 이대로 끝내지 않기로 했어요."
<37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