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43화. 또 다른 사랑의 끝

sophie97
2026.09.12Vues 106
그 날을 시작으로 김 대표는 매일 퇴근하고
카페로 출근하듯 찾아왔다.
몇 시간을 말없이 무릎을 꿇고 있다가,
내가 일을 다 마치고
퇴근할 때가 되면 함께 나오곤 했다.
첫 일주일은 아무렇지 않다가
이후부터 차차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애써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다.
열흘쯤 지났을 때였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그 사진들 때문에
내가 얼마나 괴로울 거라고는
생각 안 해 봤어?"
"솔직히 말하면...
거기까지는 생각 안 했어.
그냥 그 사진을 계기로
너희 둘 사이에 틈이 생기길 바랬어.
그런 단순한 생각이었어."
"날 좋아한다면서 나에 대한 생각은
조금도 없었네? 그렇지?
태형 씨가 정말 나를 좋아한 걸까?
나는 이제 그것조차 의심스러워."
"널 좋아하는 내 마음이 우선이었겠지.
지금... 난 그걸 반성한다는 의미야.
널 좋아한다면서
정작 너를 먼저 생각하지 않았다는 거."
그의 마지막 말은 아이러니했다.
"그럼 지금은 어떤 거 같아?
지금도 태형 씨는 본인 편하자고
나를 배려하지 않고 있어.
매일 와서 이렇게 무릎 꿇고 있는 거
본인 편하자고 하는 거잖아.
내가 얼마나 힘든지는 생각해 봤어?"
"그럼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정아야..."
"우리 끝내."
"정말 그거 밖에는...
길이 없어?"
"신뢰를 잃은 관계에서
뭘 더 기대할 수 있어?
이만 가줘.
그리고 다시는 오지마."
"우리 1년 동안 행복했던 건?"
"그 사진들 본 순간
우리 1년은 다 거품이 된 거야.
나는 이제 태형 씨를
예전처럼 볼 수가 없어.
순수한 사람으로 보이지가 않아.
뭔가 다른 속내를 가진 사람처럼 보인다고."
"내가 어떤 노력을 해도 안 되는 거야?"
"노력을 하든 안 하든
난 상관 안 해.
내 눈에만 띄지 말아줘."
그렇게 내가 원했던 소박한 행복이었던
1년의 연애가 그렇게 끝났다.
집으로 오는 길에 밤하늘을 올려다 봤다.
별 하나가 유난히 빛나고 있었다.
"저게 북극성인가?"
한참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문득 훈지 씨 생각이 났다.
'보고 싶어...'
모든 사랑의 시작은 달콤하고 설레지만,
끝은 늘 이렇게 쓰고 맵다.
나를 편안하게 해주던
김 대표와의 관계가 끝나고,
나는 더 이상
어떤 사랑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관계는 끝냈는데도
가끔씩 그 사진들이 떠올랐고,
김 대표와 함께 했던 기억도 따라왔다.
그렇게 나는 한동안
행복하지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수요일 밤,
갑자기 심야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영화와 시간을 확인한 뒤
간단히 챙겨 입고 바로 집을 나섰다.
밤 12시가 다 된 시간이었기 때문에
극장은 이미 매점도 문을 닫았고,
사람도 거의 없었다.
나는 맨 뒷줄 가운데 자리를 골라
티켓을 구매했다.
어떤 영화인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시간만 보고 골랐는데,
인기가 없는 영화였는지
극장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뭐야? 나 혼자 보는 거야?
좀 무서운데...'
자리를 잡고 나서
영화가 시작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한 사람이 더 들어왔다.
그는 내 옆자리를 하나 비워 두고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을 바라봤다.
그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이
믿기지 않았다.
"잠깐만요!!" <44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