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43화. 또 다른 사랑의 끝



그 날을 시작으로 김 대표는 매일 퇴근하고

카페로 출근하듯 찾아왔다.





몇 시간을 말없이 무릎을 꿇고 있다가,

내가 일을 다 마치고

퇴근할 때가 되면 함께 나오곤 했다.





첫 일주일은 아무렇지 않다가

이후부터 차차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애써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다.





열흘쯤 지났을 때였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그 사진들 때문에

 내가 얼마나 괴로울 거라고는

 생각 안 해 봤어?"






"솔직히 말하면...

 거기까지는 생각 안 했어.

 그냥 그 사진을 계기로

 너희 둘 사이에 틈이 생기길 바랬어.

 그런 단순한 생각이었어."






"날 좋아한다면서 나에 대한 생각은

 조금도 없었네? 그렇지?

 태형 씨가 정말 나를 좋아한 걸까?

 나는 이제 그것조차 의심스러워."






"널 좋아하는 내 마음이 우선이었겠지.

 지금... 난 그걸 반성한다는 의미야.

 널 좋아한다면서

 정작 너를 먼저 생각하지 않았다는 거."






그의 마지막 말은 아이러니했다.






"그럼 지금은 어떤 거 같아?

 지금도 태형 씨는 본인 편하자고

 나를 배려하지 않고 있어.

 매일 와서 이렇게 무릎 꿇고 있는 거

 본인 편하자고 하는 거잖아.

 내가 얼마나 힘든지는 생각해 봤어?"






"그럼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정아야..."






"우리 끝내."






"정말 그거 밖에는...

 길이 없어?"






"신뢰를 잃은 관계에서

 뭘 더 기대할 수 있어?

 이만 가줘.

 그리고 다시는 오지마."





"우리 1년 동안 행복했던 건?"





"그 사진들 본 순간

 우리 1년은 다 거품이 된 거야.

 나는 이제 태형 씨를

 예전처럼 볼 수가 없어.

 순수한 사람으로 보이지가 않아.

 뭔가 다른 속내를 가진 사람처럼 보인다고."






"내가 어떤 노력을 해도 안 되는 거야?"






"노력을 하든 안 하든

 난 상관 안 해.

 내 눈에만 띄지 말아줘."





그렇게 내가 원했던 소박한 행복이었던

1년의 연애가 그렇게 끝났다.






집으로 오는 길에 밤하늘을 올려다 봤다.

별 하나가 유난히 빛나고 있었다.




"저게 북극성인가?"





한참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문득 훈지 씨 생각이 났다.





'보고 싶어...'





모든 사랑의 시작은 달콤하고 설레지만,

끝은 늘 이렇게 쓰고 맵다.





나를 편안하게 해주던

김 대표와의 관계가 끝나고,

나는 더 이상

어떤 사랑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관계는 끝냈는데도

가끔씩 그 사진들이 떠올랐고,

김 대표와 함께 했던 기억도 따라왔다.






그렇게 나는 한동안

행복하지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수요일 밤,

갑자기 심야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영화와 시간을 확인한 뒤

간단히 챙겨 입고 바로 집을 나섰다.





밤 12시가 다 된 시간이었기 때문에

극장은 이미 매점도 문을 닫았고,

사람도 거의 없었다.





나는 맨 뒷줄 가운데 자리를 골라

티켓을 구매했다.





어떤 영화인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시간만 보고 골랐는데,

인기가 없는 영화였는지

극장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뭐야? 나 혼자 보는 거야?

 좀 무서운데...'





자리를 잡고 나서

영화가 시작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한 사람이 더 들어왔다.





그는 내 옆자리를 하나 비워 두고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을 바라봤다.





그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이

믿기지 않았다.







"잠깐만요!!" <44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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