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le sur papier

Labyrinthe d'amour 03

하루는 순식간에 지나갔다. 담임 선생님은 갑자기 자리를 바꾼 진예나에게 화를 내려 했지만, 진예나와 자리를 바꾼 사람이 나인 것을 보고 큼큼 헛기침을 하며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 넘어갔다.

다른 애들이 왜 봐주냐며 불편한 티를 팍팍 냈지만, 담임 선생님은 되려 조용히 하지 않냐며 애들에게 화를 냈다. 하긴, 담임 선생님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을 거다.

나는 한성 그룹의 막내 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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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바로 집 가?”

여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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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데려다 줄까? 많이 어둡잖아.”

여주

“⋯아직 5시밖에 안 됐는데?”

종례가 끝나자마자 가방을 들고 일어서니, 옆에서 휴대폰을 하며 킥킥 웃던 박지민은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지민이 건넨 데려다 줄까 하는 물음 뒤에 붙은 핑계는 적절하지 않았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그것을 증명했다. 이를 느낀 건지 박지민은 머쓱하게 뒷목을 쓸다 아! 하며 내게 자신의 휴대폰을 들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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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우리 휴대폰 번호 교환하자.”

여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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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짝꿍이잖아.”

여주

“⋯.”

원래 짝꿍이면 다 휴대폰 번호를 교환하는 걸까. 지금까지 해 온 학교 생활 안에서 그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굳이 여기서 거절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박지민의 휴대폰을 가져가 내 번호를 톡톡 눌렀다.

“저기⋯ 태형아, 나 좀 데려다 줄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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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붙지마.”

“아, 으응⋯.”

한쪽에서 진예나와 김태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까부터 하루종일 김태형한테 말 걸더만, 아직까지 안 끝났나 보네. 소리가 나는 쪽으로 자연스레 시선이 가 고개를 드니, 교실을 나가려는 김태형과 눈이 마주쳤다.

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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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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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여주야, 다 됐어?”

여주

“⋯아. 여기.”

젠장. 나답지 않게 너무 뚫어져라 쳐다봤다. 어색하게 시선을 돌리며 박지민에게 휴대폰을 건네니, 김태형이 내 옆을 스쳐지나가는 게 느껴졌다.

“아, 태형아⋯!”

그 뒤를 진예나가 따랐다. 졸부면, 아니 화양고 학생이라면 김태형에 대해서 알고 싶지 않아도 다 알게 됐을 터인데, 왜 저렇게 따라붙을까?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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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좋았어. 집 가서 연락할게. 꼭 답장해, 여주야-.”

박지민은 사탕을 받은 어린애마냥 활짝 웃으며 교실을 나갔다. 아직 교실을 나가지 않은 여학생들이 뒤에서 꺅꺅 대는 소리가 들렸다.

‘⋯박지민도 김태형과인가.’

여주는 그런 과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좋게 말하면 인기가 많은, 나쁘게 말하면 주변 사람들을 귀찮게 만드는 과. 마치 김태형, 아니 한성 그룹 형제들 같은 과 말이다.

나도 마저 짐을 정리하곤 교실 밖을 나섰다. 지이잉-, 지이잉-, 요란하게 울리는 휴대폰은 무시했다. 한두 번 무시하면 알아서 끊기겠지 했던 생각과는 다르게 휴대폰은 질기게도 울렸다.

도대체 어떤 새끼가⋯. 싶어 발신자를 확인한 나는 더더욱 그 전화를 받을 수 없었다.

[김태형]

썩 반갑지 않은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