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yez gentils avec moi.
Épisode 24. Ça a pris beaucoup de temps.




김태형
여주 씨한테 색다른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나.



"나 예뻐해 주세요_" _24화


Stigma-방탄소년단 / 꼭 듣기. 진짜 꼭 들어요. 꼭 듣자. 꼭 들어야 해여. 아 징짜. 나 진지해요. 꼭이야. 여러분. 꼭 들어요. 이거 안 들으면 이번 화 몰입 못 해여. 약 4000자의 분량이에여.



"이 세상에는 가장 끔찍한 죄...그리고, 용서할 수 없는 죄가 하나 있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하는 것."


"떠나간 애인을 그리워 하는 자의 슬픔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겠지.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일 테니까."

"…태형아. 넌 사랑하는 여인 때문에 스스로 네 목숨을 끊었어. 그러니 이제 사랑이라는 건 믿지 말아라."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하는 죄로 받는 벌은..."


"이승과 저승 사이의 생물이 되어 사람에게 희망을 선사하는 걸로도 충분하잖아."



차츰 두 눈을 뜬 태형이, 여주의 입술에 맞물려있던 자신의 입술을 조심스레 떼었다. 그러자 여주도 번뜩, 그제서야 눈을 떠 바로 코앞에 보이는 태형의 존재에 흠칫했지.

태형이 더 멀어지지도, 더 가까워지지도 않은 채로 딱_ 입술이 닿을까 말까 한 거리에서 능글맞은 눈빛으로 여주를 바라보는 중이거든.


백여주
…….


백여주
…좀 당황스럽네.


김태형
이런 걸…



김태형
사랑이라고... 하나.

슬픔과 허망함. 사랑의 감정을 고백하는 입장치고는, 눈동자에 그 반대의 감정들이 뒤섞인 채 자리 잡고 있다.


백여주
……사랑...


백여주
어제만 해도 요정과 인간은 사랑 못 한다면서.


김태형
…….



김태형
너라면 위험한 길도 걸을 수 있다고 했잖아.

방심하고 있던 여주에게, 갑자기 치고 들어온… 반말.


백여주
진심이에요?


김태형
네.



김태형
이제... 확신할 수 있어요.


김태형
당신은 내가 지켜줄 수 있겠다고.


슬픔이 가라앉은 태형의 눈동자를 가만 보던 여주는, 태형의 가슴팍을 살짝 밀어내며 더 유심히 바라본다.


백여주
…이런 상황에 울면 내가 곤란한데.


김태형
나 안 우는데.


백여주
울 것 같은데.


백여주
벌써부터 날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웃어요, 울지 말고. 한 마디 한 여주. 이제는 여주가 그의 목 뒷덜미에 조심스레 손을 올렸지.

태형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여주의 의도로 인해 서로에게 마주 닿은 시선과 함께 입술이 맞닿았다.





"죽었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 대신 죽어버렸어."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 그 아이 없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차라리 내가 지금 죽으면 다음 생에 만날 기회라도 있겠죠. 나도… 이런 삶은 그만둘래요."


귀에 날카로운 소리가 파고들며, 검붉은 액체가 손끝을 통해 바닥으로 하나둘씩 떨어지던 날.

희미해지며 감기는 눈꺼풀 사이로 눈물 젖은 부모님의 얼굴이 보이던 날.

난 사랑했던 너를 찾기 위해 먼 여정을 떠났다.



백여주를 만난 후로부터.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백여주가 목걸이를 만진 날로부터.

난 매번 이같은 꿈에 시달렸다. 자꾸만 내가 스스로 숨을 거두기 직전의 모습이 생각나는 꿈.


백여주의 말에 따르면, 그녀의 엄마라는 사람이 예고도 없이 집으로 들이닥쳤던 날.

나는 숨었고, 의도치 않게 활짝 열린 문 뒤에서 백여주와도 다소 가깝게 단둘이 있던 순간.


백여주
…!

그녀를 안았다. 나도 모르게.

그냥 순간적인 반응이었다. 백여주에게서 은은하게 풍겨오는 체향이 너무나도 익숙했다. 편안했고, 눈을 감고 있으면 그냥... 나를 사랑했던 여인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이런 식으로 백여주에게 의지했던 것 같다. 나도 모르게.



한 날은 그랬었다. 내가 뜻하지 않은 순간에 능력 써버린 바람에 문짝만 한 혹이 백여주의 이마에 자리 잡은.

뭐라도 해줘야겠다 싶어, 앞머리를 잘라주던 동안은 아무 일도 없겠다 싶었는데 아득한 옛 기억이 떠올랐다.

하마터면 그 생각에 정신마저 아득해져 가위를 떨어뜨릴 뻔도 했지만, 눈 질끈 감고 있는 백여주 모습에 마음 다 잡고 무사히 해낸 게 다행이었고.



김태형
다 됐어요-



백여주
오…!



그리고 잠깐 낮잠에 빠져들었던 날. 그리고 일어나서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리던 날도 마찬가지로 꿈을 꿨다.

무슨 꿈이었는지는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냥... 좀 가슴 한 쪽이 먹먹해지는 꿈이었다.

감정을 모르는 나에게는 그게 무슨 감정인 지 조차도 알 수 없었고, 눈물을 흘린다는 의미 자체가 무엇 때문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냥... 꿈에서 깨고 나서는 백여주를 무의식적으로 찾았던 것 같다.




백여주가 출근하던 날. 홀로 집에 남았던 날은 정말이지, 조용하게 흐르는 이 적막을 깨고 싶었다.

적막은 숨이 막혔고, 그래서 그 적막을 깨보고자 한 번 시도한 게… 청소. 눈 가까이 기른 머리카락이 거슬려서 대충 어디서 본 사과 머리하고서 박스 안을 하나하나 들여다봤다.

이불... 그리고, 겉옷들. 대충 어디 둬야 할지 각이 잡혔달까. 여름용 이불, 겨울용 이불 그리고, 봄 가을 겨울별 겉옷들에서 묻어 나오는 익숙한 향.

내가 그녀를 안았던 날, 진하게도 풍겨오던 체향이 그녀의 물건에서 묻어 나왔다. 절로 미소가 지어졌고, 그로 인해 그날 하루는 머릿속에 백여주로 가득했던 것 같다.



백여주
다녀왔습니다_


백여주
요정님 뭐하고 계세요-.

그리고 그녀가 돌아왔을 때는, 없던 일도 지어내어 그녀에게 관심 받고 싶었다. 나는 고무줄이 안 풀리던데, 나 대신 머리 좀 풀어달라고.

이런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그녀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작은 디딤돌이 되어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이렇게 어느 순간부터, 내 옛 인연이 아닌_ 백여주 그 자체에 스며들고 있었던 걸지도.




…그리고 난 오늘 비로소 어느 정도의 확신을 가졌다.

김태현이 내 목을 조아오는 고통과 더불어, 심장을 칼로 찌르는 듯한 아픔을 선사해올 때_

정말이지만, 아주 잠깐이었지만 옛 인연의 얼굴이 떠올랐으니까.



전생의 내 인연은 죽었고, 그 인연에 얽매이던 나는 그녀를 지키지 못한 죄로 벌을 받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한 내가 받는 벌은 산 사람도, 죽은 사람도 아닌 그 경계선에서 다른 사람에게 행복이라는 감정을 주는 것.

웃기지 않은가. 감정을 다 잃어버린 존재가 다른 인간에게 좋은 감정을 선사하다니.


나는 다음 생에서 부디 내가 지키지 못한 인연이 행복하게 살고 있기를 바랐다. 제발 그러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그러기를 바랐는데...



백여주
괜찮아요…?

아니더라.


여태 나는 백여주라는 사람에, 비슷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오래된 인연을 자꾸만 대입시켰다. 그로 인해 얻는 알 수 없는 감정은… 백여주에게 '죄책감'이라는 하나의 감정을 느끼게 만들었다.

정말 이 감정이 되돌릴 수 없게 커져버려서, 백여주라는 사람에게 옛 연인의 모습을 씌운 채로 또 사랑이라는 실수를 반복하게 되면 어떡할까.

백여주가... 나라는 존재가 사랑하던 사람은 따로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면, 그 사람이 자신과 비슷해서 내가 백여주를 택한 걸 알게 된다면... 어떡할까.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서서히 마음은 접어가면 되겠지, 옛 인연을 떠올리지만 않으면 되겠지, 일주일 안에 정리하고 김태현에게 돌아가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이 또한 우리 인연의 운명이었을 뿐입니다…."


"다음 생에... 꼭 나를 찾아주러 오세요."

"제발..."


나의 품에 안겨, 멈출 줄 모르던 검붉은 피를 쏟아내며 네가 눈을 감은 그날.

눈물 몇 방울 흘리며 마지막까지 나의 목덜미를 힘없이 붙잡던 네가. 갈라지는 목소리로 나를 부르던 네가.


내가 애타게 찾던 네가.




백여주
기다릴게요….

백여주 너였다.



갑작스레 나에게로 와 입맞춤을 선사하는 여주와 동시에, 그간의 기억들과 이전 생의 기억이 뒤섞이며 머리를 맴돌았다.

여태 내가 여주와 함께하는 동안, 가끔씩 흘렸던 이유 모르는 눈물, 매일같이 꾸던 이전 생의 꿈, 많이 익숙했던 포근한 향까지.

모든 기억이 너를 가리키고 있었다. 내가 지키지 못했던 사람이 너라는 걸.


조심스레 나는 그녀에게서 멀어졌고, 눈물에 젖어있는 여주의 눈을 확인했다.


백여주
…나 왜 울지...ㅎ 이상하다.


백여주
그러는 김태형 씨는 또 왜 울고….


백여주
우리 진짜 이상한 것 같지 않아요?...



김태형
…하나도 안 이상해.



김태형
……미안해.



김태형
나 진짜 오래 걸렸어…. 너 찾기까지.


눈물을 흘리는 이유에 대해 모를 너를_ 그냥 꼭 끌어안았다. 지금은 뭐라 더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네가 정말 내가 찾던 너라는 사실에... 뭘 더 하겠어.




[두 사람의 가슴 아픈 서사는 다른 에피소드에서 계속.]



[지금까지 나온 서사 정리] (이해가 어려운 분들은 이걸 보기!)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한 사람은,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인간도 짐승도 아닌 존재로 살아가며 그에 대한 벌을 받음.

벌: 인간들 중에서도 특별히 삶에 무기력해진 인간들에게 행복한 감정을 선사하는 것.


태형도 마찬가지로 전생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했고(잃었고), 그에 따른 벌을 받으며 요정으로 존재하는 것.

여주와 함께 살면서, 자신이 전생에 사랑하던 여인과 많이 닮은 모습을 느낀 태형이는 자꾸만 옛 인연의 모습을 여주에게 대입시키며 마음을 품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태형은 모르던 감정을 배우게 되고... (죄책감)

마음을 접어야겠다고 마음 먹는데... 태현으로 인해 떠오른 옛 기억으로 지금의 백여주와 전생의 사랑하던 연인이 동일 인물임을 깨닫게 됨.


(태현 서사는 다른 에피소드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