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seulnaesaeng

#Cerita Pendek 5

다음생에는 내가 너로 태어나서,
나를 많이 사랑해야지











“야, 김태형 또 고백 받았다는데? 대박ㅋㅋ”





여자애들한테도, 남자애들한테도, 그냥 모두에게 사랑 받는 애가 있었다. 눈이 크고 예뻤고, 코는 높고 날렵했다. 나도 그 애가 좋았다. 월요일 체육 시간이 그 아이네 반이랑 겹쳐 운동장을 같이 썼는데, 피구하고 난 후 땀을 뻘뻘 흘리며 손 부채질을 하는 나에게 다가와 부채를 건내주었다. 그리고는 “너 가져도 돼.” 라며 환하게 웃었다. 좋아하지 않을 수 없던 애였다. 그만큼 환하고 예뻤다.









“황빛나랑 김태형이랑 사귄대! 미친!”








황빛나, 우리 학교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여자아이였다. 키도 크고, 날씬하고, 이목구비도 오밀조밀 뚜렷하니 예뻤다. 내가 봐도 예쁜데, 김태형 눈에는 오죽하겠어. 씁쓸했지만 마음을 접었다. 애초에 나랑은 이어질 수 있는 애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며칠 동안 마음이 조금 저렸을 뿐이었다. 딱 그 정도였다.









“김태형…?”









세 달쯤 지났나, 그 날은 비가 왔다. 아침까지 환하던 날씨가 갑자기 어두컴컴 해지면서 비가 왔는데, 다행히 가방 속에 우산이 있어서 비를 맞지 않을 수 있었다. 학교 앞 사거리를 지날 때 쯤, 너무도 익숙한 뒷모습이 비를 맞으며 걸어가고 있었다.









“어, 안녕…”

“왜 비 맞고 가고 있어.”

“그냥. 우산이 없어서.”

“우산이 없으면 빌리거나 사야지.
비 엄청 많이 오는데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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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네가 왔잖아. 그러면 됐지.”

“…누가 씌워준댔냐.”

“뻔뻔해서 미안. 니네집까지만 씌워주라.”

“장난이야, 너희집까지 데려다줄게.”









항상 방긋방긋 웃던 애가, 비오는 날이라 그런지 유독 우울해보이길래 물었다. 무슨 일이 있냐고, 우울해 보인다고. 태형이는 애써 웃음을 지으며 그런 거 없다고 했다. 비 오는 날, 몸을 가까이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해서일까. 아니면 그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몇 달전 마음을 굳게 먹고 접었던 마음이 다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황빛나랑 김태형 헤어졌다는데? 꽤 됐대.
둘이 서로 엄청 좋아하는 것 같아서 오래갈 줄 알았는데.”









그 날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후, 황빛나와 김태형이 헤어졌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 말을 들으니까 안그래도 스멀 스멀 올라오던 옛날의 좋아하던 감정이 한 번에 너무나 훅 커져버렸다. 다시는 접을 수 없을 정도로.









“갑자기 왠 눈… 맞고 가야 하나.”

“여주 안녕. 왜 아직까지 학교야?”

“어… 안녕. 나 동아리 때문에 뭐 좀 하느라. 너는?”

“나는 담임이랑 상담.”

“아,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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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보니까… 오늘은 네가 우산이 없구나. 그치!”

“응, 맞아ㅋㅋㅋ”

“가자. 집까지 데려다줄게. 은혜 갚아야지.”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 태형이와 함께 눈을 맞고 있다는 사실이, 걸으면서 뽀득 대는 소리 마저 다 드라마처럼 느껴져서. 마치 태형이도 나를 좋아해줄 수 있겠다는 말도 안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좋아해.”

“어?”

“나랑 사귀자, 태형아.
나 너 좋아해.”









말도 안돼는 일을 저질렀다.









“무지 갑작스럽긴 하네.”

“응, 미안…”

“미안할 건 없지. 미안해 하지마.”

“부담 갖지마. 거절해도 나는 괜찮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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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안가져~ 나도 너 좋아해.
네 말대로 사귀자, 우리.”








그리고 태형이는 그 말도 안돼는 고백을 받아줘서,
나는 꿈같은 연애를 시작했다.









“이번주에 놀러 갈까? 너 학원 끝나고.”

“응, 나는 너무 좋지. 근데 어디로?”

“놀이공원 가자. 나 너랑 놀이공원 가고 싶어.”

“그래. 나도 태형이 너랑 가면 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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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나도. 다 너무너무 좋아! 신난다~“










이 모든 것이 꿈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기적같은 일. 하루하루, 모든 순간들이 다 꽃으로 보였다. 그만큼 김태형과의 연애가 행복했다.
근데, 그런 태형이는 서서히 변했다. 꿈 같은 연애가 현실이라는 걸 자각 시켜줄 정도로.









“어제 왜 연락 안 됐어. 걱정 했잖아.”

“미안. 학원 다녀와서 바로 잤어.”

“거짓말. 전정국 스토리 다 봤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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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앞으로 연락 잘 보면 되잖아.”

“….”

“아, 표정이 왜 그래…”

“우리 연애하는 거 맞지.”

“응. 맞지. 그럼 뭐야.”

“나 혼자 짝사랑 하는 것 같아서.”

“…왜 그런 생각을 해. 아니야.”

“요즘 너 하는 거 보면 좀 지쳐.
연락도 잘 안돼고 나랑 데이트도 안하잖아.”

“그건 요즘 친구들이랑 약속이 많아서…”

“모르겠어. 나는 네가 날 좋아하는지.”

“좋아해.”

“…”








그렇게 한 달, 두 달, 세 달이 지났다. 너의 행동 변화는 없었고, 나는 연애를 가장한 짝사랑을 이어가며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차마 헤어지자고 말하기에는 내가 너를 너무 좋아했으니까. 헤어지는 것보다 이렇게 관계를 이어나가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다.









“뭐야, 진짜 웃겨ㅋㅋㅋㅋㅋ”

“그치 그치! 역시 태형이 너밖에 없다니까.
이 개그에 웃어준 사람 너밖에 없어.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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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나밖에 없지?ㅋㅋㅋㅋㅋㅋ
근데 이 개그에 어떻게 안 웃냐, 애들이 이상하네~”









봉사활동을 하러 가서 연락이 안될 거라고 말하던 너는, 황빛나와 함께 홍대 거리에서 신나게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도저히 끝까지 볼 수 없었다. 차라리 몰랐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왜 나는 그 날 하필 친구들이랑 홍대에 간걸까. 잘못한 건 김태형 그 새끼인데 나에 대해 스스로 자책 하고 있었다. 더 이상 이렇게 연애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미 나는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11시야. 할 말이 뭔데?
나 많이 피곤한데 여주야.”

“……”

“뭔데, 또.”

“……하루종일 황빛나랑 몰래 데이트 하려니까 당연히 피곤하고 힘들겠지.”

“뭐?”

“봉사활동은 X랄. 너는 홍대에 봉사활동 하러 가냐.”

“봉사활동이 홍대 주변이었는데 갑자기 취소 됐어. 걔는 우연히 만난거고.”

“취소 됐으면 날 만나야지 왜 전여친을 만나. 좀 웃기지 않냐, 네가 생각해도.”

“그냥 친구잖아.”

“너는 전여친이 그냥 친구야?”

“…….”

“너는 나 왜 만나?
나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답변이 두려웠던 질문을 했다. 지르고 나니 더 무서워졌다. 태형이는 그 말에 아무런 대답이 없었기 때문에.









“미안.”










몇 초 뒤 들려오는 태형이의 답변에 심장이 철렁했다. 온 몸 속과 가슴이 뒤집혀 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고, 눈물만 미친듯이 나왔다.









“미안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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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 어쩌면,
빛나를 잊으려고 너를 이용한 것 같아.”









그 날, 우리는 헤어졌다. 너무 많이 울어서 며칠 뒤에는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목구멍으로 밥이 도저히 넘어가지 않아 2주동안 7kg이 빠졌다. 내 인생의 큰 부분을 잃은 것만 같았다. 아니, 전부를 잃었다.

태형이는 몇 달뒤 빛나와 재결합을 했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어쩌면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쓰레기 짓을 한 남자일지도 모르겠지만, 끝까지 밉지 않았다. 너무 사랑해서 미워할 수 없었다. 이 생각밖에 안들었댜. 그냥,

다음 생에는 내가 너로 태어나
나를 정말 많이 사랑해야지.


나의 첫 번째 연애, 첫 사랑은 그렇게 끝이 났다.














✍🏻✍🏻✍🏻
진짜 한 달만에 쓰는 글이네요 ㅜㅜ
너무 오랜만입니다!-! 저 오늘 시험 끝났어유 히히
시험 끝나고 각종 대회들이 몰려 있지만
그래두 글 쓸 시간은 있을 것 같아요ㅎㅎㅎㅎㅎㅎ
요건 그냥 오늘 밤에 쓰고 싶어서 쓴 단편이구요
저는 나쁜 새끼에서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