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넥도 단편모음~

🐶

데이트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여주는 카페 앞에서 우연히 만난 강아지에게 푹 빠져 있었다.


“아이고, 너 너무 귀엽다!”


쪼그려 앉아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는 여주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자 여주는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강아지의 얼굴을 감쌌다.


“아 진짜 귀여워…… 너 데려가면 안 돼?”


그때였다.


“누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여주가 고개를 들자 명재현이 서 있었다.


“어! 재현아!”

반갑게 웃는 여주와 달리 재현의 시선은 여주 옆의 강아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언제 왔어?”

“방금요.”

“미안! 얘가 너무 귀여워서.”

“……그러네요.”


재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귀엽네요.”

“그치? 얘 좀 봐봐!”


여주가 강아지를 가리켰다. 재현은 강아지를 잠깐 내려다보더니 여주의 손목을 가볍게 잡았다.


“누나, 가요.”

“어디?”

“카페요. 우리 데이트하러 왔잖아요.”

“아, 맞다ㅋㅋㅋㅋ 잠깐만! 인사만 하고!”

여주는 다시 강아지에게 손을 흔들었다.

“안녕, 아가! 다음에 또 보자!”


재현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저한테는 그렇게 안 해주면서.”

“응? 뭐라고?”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재현은 여주의 손목을 잡은 채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음료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은 뒤에도 재현은 어딘가 심통이 난 얼굴이었다.

여주가 빨대를 꽂다가 그를 쳐다봤다.


“명재현.”

“네.”

“너 왜 그래?”

“제가 뭘요?”

“계속 이상한데?”

“아닌데요.”


여주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갑자기 웃었다.


“설마 너 질투해?”

재현이 마시던 음료를 내려놓았다.

“……누나.”

“ㅋㅋㅋㅋㅋㅋ 진짜야?”

“아니거든요?”

“뭘 질투해. 강아지를?”

“제가 언제 질투했다고 그래요.”


재현은 억울하다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

여주는 그런 재현이 웃긴지 한참을 웃었다.


“아, 미안ㅋㅋㅋㅋ 귀여워서.”

그 말을 들은 재현의 표정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귀여워요?”


“응?”

“제가 귀여워요?”

“응. 지금 완전 삐진 강아지 같아.”

“아니, 그게 아니라.”


재현은 잠시 여주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그리고 여주 앞에 머리를 쑥 내밀었다.


“……뭐 해?”

“쓰다듬어 줘요.”

여주가 그대로 굳었다.

“뭐?”


“아까 강아지는 그렇게 예뻐해 주셨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야!”

“저도 쓰다듬어 줘요.”

재현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가만히 기다렸다.

여주는 황당하다는 듯 웃었다.


“너 진짜 강아지한테 질투한 거 맞네!”

“아니라니까요.”

“그럼 이건 뭔데?”

“그냥 저도 쓰다듬어 달라는 건데요.”

“그게 질투잖아!”

“아, 누나. 해줄 거예요, 말 거예요?”


재현이 고개를 들어 여주를 바라봤다.

평소처럼 장난기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눈빛에는 은근한 기대가 담겨 있었다.

여주는 결국 웃음을 터뜨리며 손을 뻗었다.

슥슥.

재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우리 재현이도 귀엽네~”

“…….”

재현은 조용해졌다.

그러더니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한 번만 더요.”

“아까 했잖아ㅋㅋㅋㅋ”

“아까는 한 번이었잖아요.”

“이게 무슨 논리야!”

“누나가 강아지는 계속 쓰다듬어 줬으니까요.”


여주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재현의 머리를 다시 쓰다듬었다.

이번에는 재현도 참지 못하고 활짝 웃었다.


“헤헤.”

“……야, 너 진짜 강아지 같아.”

“그럼 저도 키워요.”

“뭐?”

“저도 데려가라고요.”


여주가 웃음을 터뜨렸다.

“미쳤나 봐, 진짜ㅋㅋㅋㅋ”


재현은 그런 여주를 바라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강아지한테 질투했다는 사실은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기분이 풀린 건 확실했다.

그런데 여주가 손을 거두자 재현이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누나.”

“또 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요.”

“너 아까도 마지막이라며!”

“이번엔 진짜예요.”


여주는 투덜거리면서도 결국 재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재현은 그 손길을 받으며 조용히 웃었다.

그리고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이제 강아지 안 부러워도 되겠다.”

“뭐라고?”

“아무것도 아니에요!”

재현은 얼른 음료를 집어 들었다.

여주는 그런 재현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후배였다.


물론 여주는 몰랐다.

재현이 강아지에게 질투한 이유는 단순히 자신보다 더 귀여움을 받아서가 아니라는 걸.

그저 여주가 자신을 조금 더 예뻐해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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