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ntes] JoKer

Episode 28

난 옛날부터 아주 겁쟁이였다. 차라리 너를 만난 이후 난 더 용감해진 거였다. 그게 고작 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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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만나도 인사하지 않았다. 통성명도 하지 않았고, 친분도 쌓지 않았다.

사람을 사귄다는 것도 무서웠다. 사람과 사람 사이든, 그 무엇이든.

시작이 있다면 끝도 있길 마련이니까.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유독 나에게는 그 사실이 두렵게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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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네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도 난 너와의 시작보다 끝을 먼저 보았다.

그렇기에 나의 최선대로 너를 피한 것이고, 너는 너의 최선대로 나를 잡더라.

그리고 나의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는 듯 너와의 끝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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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별이 절대 두번은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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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뭐 어떻게 할건데? 이대로 계속 기다려? 지아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너는 그대로 있는게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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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가 화가 올랐다.

내가 봤을 땐 그도 걱정에서 오는 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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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넌 이대로 있어. 난 가야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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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는 나보다 훨씬 용기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에게 ‘대책 없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내게 가장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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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찾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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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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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그의 집으로 가던 중이었다. 걸어본 적 없는 길인데 왠지 익숙한 느낌이었다. 그의 집으로 향하는 길이 아니었다. 발걸음이 멋대로 나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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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외졌다. 꼭 일부러 숨겨놓은 것처럼. 내 눈에 띈 건 어느 건물의 2층이었다. 무의식적으로 계단을 올랐고, 지문인식으로 된 잠금장치로 잠겨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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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금장치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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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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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렸다. 문을 열자 풍겨오는 탁한 공기가 낯설지 않았다. 더 깊이, 안으로 들어갔다. 소파와 테이블이 덩그라니 놓여있고, 케비넷 4개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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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J’”J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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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내 것이었다. 기억이 날 듯 말 듯 답답했다. 익숙한데 기억은 나질 않았다. 케비넷을 잠구고 있는 자물쇠 하나. 물론 비밀번호는 몰랐다. 안에 뭐가 있을지 궁금했다. 무작정 자물쇠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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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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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더니 자물쇠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비밀번호가 이미 맞춰져 있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케비넷. 기대 반 긴장 반의 심정이었다. 케비넷을 열자 옷 한 벌과 각종 물건들이 놓여있었다. 순 검은 색의 옷. 그 옷은 내가 처음 만난 피투성이의 다니엘을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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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입던 옷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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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도 내가 신던 신발, 내가 쓰던 휴대폰, 가방, 지갑...

남의 물건을 보는 느낌이었지만 분명 내 것이었다. 그리고 열어 본 다른 사람들의 케비넷은 다들 비어있었다.

여긴 우리의 거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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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났다. 거의 모든 게. 함께 장난을 치던 조원들의 모습, 나를 사랑해 주던 그. 지쳐 돌아와 소파에 기대 누운 모습, 맛있는 음식을 사와 나눠먹던 모습. 지금은 텅 빈 이 공간에 그 모습들이 그려진다. 허공이 기억으로 채워지고, 그 기억이 그리웠다. 과연 나는 지금과 그 시절. 언제가 더 행복했을까. 한참 고민에 빠진 그 때, 누군가 잠금장치를 푸는 소리가 들렸고, 난 피해야 할지 판단하기도 전에 바로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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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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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였다. 윤하의 미간이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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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왜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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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추억이 잠김 곳. 이곳에서 우리 모두가 또 다시 그 시절의 그 시간을 보낼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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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렇게 막으려던 그 기억들. 다 찾았어 윤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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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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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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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가 내게로 와 나의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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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게 도와주지 그랬어. 안좋은 기억을 버리려고 함께 버려진 좋은 기억이 너무 많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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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우리 멋대로 판단해서. 너를 위한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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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고 있다. 윤하는 항상 나를 우선으로 생각해주는 애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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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중이야. 옛날과 지금, 어느 삶이 더 좋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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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만 하지마. 지금 이대로 살자 우리. 지아야, 정리도 다 끝났고, 마무리도 거의 다 됐어. 평범하게 살, 단 한번뿐일 기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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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다고 다 좋은 건 아니지. 윤하야 난, 좀 다르더라도 행복한 게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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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말에 긴장하는 윤하가 보였다. 아마 내가 어떤 선택을 하든, 윤하는 지금 삶을 살아라고 변함없이 지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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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한테 나 여기있다고 연락 좀 해줘. 지금 쯤 날 찾고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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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가 전화를 하러 갔다. 한 번 더 둘러 본 우리의 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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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다 그대론데. 정리, 마무리는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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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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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있었던 건지 연락을 받자마자 달려온 다니엘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뒤따라 온 성우와 눈이 마주친다. 안심하던 두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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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모였네,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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