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09

(2시 50분)

한동민이 도착했다.
한동민은 무표정으로 인사를 한다.

한동민: "한가 동민이라 합니다."

내내 심드렁했던 표정이 서재희와 마주치자 살짝 흔들렸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살짝.
하지만 곧 표정을 숨기며 자리에 앉는다.

한동민: "오랫동안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일본에서 하던 공부가 좀 긴 시간이 필요해서."

서재희 모: "오, 아니에요. 열심히 공부했다니, 도련님 아버님이 기뻐하셨겠어요."

한동민은 서재희에서 시선을 돌린다.

한동민: "늦어서 죄송합니다, 재희 아가씨."

서재희는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만 까딱인다.
서재희의 어머니가 얼굴이 굳으며 어색하게 웃는다.

서재희 모: "ㅇ...얘도 참...얘가 아직 부끄러운 가봐요...호호..."

서재희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난다.

서재희: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잘 쉬고 조심히 돌아가시길."

언뜻 보면 배려심 깊은 말처럼 보였지만 속뜻은 개지×하지 말고 집에나 가라는 뜻이었다.

한동민: "아가씨도 들어가셨으니, 저도 이만 돌아가보겠습니다."

그렇게 동민은 재희의 집을 나온다.

한동민: "서재희라...."

(서재희 방)

서재희는 수화기를 들고 이한의 집으로 연결을 한다.
연결이 되자 이한 특유의 중저음이 들인다.

이한: "....누구시죠."

서재희는 당황한다.
평소의 따뜻한 목소리가 아닌 차갑고 단호한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서재희: "....동현 오라버니...? 저 재희인데요..."

재희라는 말을 듣자마자 이한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풀어진다.

이한: "아, 재희구나. 무슨 일이야?"

서재희: "아니...잘 들어가셨나 궁금하고...."

이한의 웃음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전해진다.

이한: "난 잘 들어왔지. 그 약혼자라는 사람은? 만나봤어?"

서재희: "네...근데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왜 지금에서야 돌아온지도 감이 안 오고요."

이한: "그래? 너무 깊게 생각 마, 재희야. 머리 아프면 더 힘들기만 해져."

서재희: "네, 오라버니. 쉬세요 끊을게요."

이한: "아, 잠깐만. 재희야."

수화기를 내려놓으려던 재희의 손이 멈칫한다.

서재희: "네? 무슨 일이에요?"

이한: "댕기는 잘 가지고 있어. 언제든지 다시 와서 가져가, 알겠지?"

서재희의 얼굴이 붉어진다.
댕기.
그리고....입맞춤.
다시 상기됐다.

서재희: "아..으..네에! 그...그렇게 할게요오..! 그럼 끊겠습니다아....!"

수화기를 내려놓자 서재희는 침대에 털썩 눕는다.
얼굴에 열이 몰려 화끈거린다.

서재희: "...고양이인 줄 알았더니...여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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