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석 단편 모음
울타리 위의 백년가약

정화랑
2026.10.21Dilihat 4
"우리 서약하자!"
"어...? 갑자기 결혼 서약이라도 하자는 거야?"
순간 당황한 지석이의 볼이 노을빛보다 더 붉게 물들어간다. 그 순진한 반응이 귀여워 나도 모르게 나지막한 웃음소리를 터트린다.
"아, 아니! 그 서약 말고! '서로 약속'하자고. 이건 그냥 말뿐인 다짐이 아니라, 항상 진짜가 될 거라는 우리만의 약속이야."
"쳇, 아... 그런 의미였어? 그래, 서약하자 그럼. 근데... 나랑 진짜 결혼하고 싶었던 거면 난 반대 안 하는데."
짐짓 태연한 척 툴툴거리는 말투 속에 숨겨진 묵직한 진심. 예상치 못한 직진 고백에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거리기 시작한다. 부끄러움을 감추려 나는 장난스레 지석이의 어깨를 툭 찌른다.
"야~ 김지석, 왜 그래 진짜!"
"네가 먼저 시작했어."
어깨를 문지르며 나를 돌아보는 지석이의 입가에 숨길 수 없는 커다란 미소가 번져간다. 침묵의 마지막 빈틈을 채우는 지석이의 환한 미소와 눈부신 약속이, 시린 내 어깨를 포근하게 감싸 안아주는 듯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