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an makan siang

Makan siang pertama

 

 

 

 

24개의 학교 아이디어 | 학교, 배경, 여름 학교창문이 살짝 열려 있기라도 하면 바깥의 습기가 그대로 들어와 바닥을 얇게 적신다. 미처 닦아내지 못해 번진 물 얼룩이 허술하게 남아 있다가도 괜히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불편한데 그 반짝임 때문에 이 여름이 완전히 미워지지는 않는다.

종이 치고 모두 한꺼번에 그런 공간을 움직일 때면 학교 전체가 한 덩어리의 끈적한 생물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 생물의 가장 중요한 심장쯤에 해당하는 급식실의 정중앙으로 들어가는 대신 늘 한 걸음 옆으로 비켜섰다.

문턱을 넘기 전에 마치 내가 누군가에게 보일 것을 미리 정하는 것처럼 숨을 한 번 고르고 가장 구석의 자리부터 찾았다. 창이 있는 쪽 바깥이 보이는 자리 그리고 혼자.

혼자 먹는 점심은 나름의 속도가 있었다. 누구에게 맞출 필요가 없어서, 내가 씹는 횟수만큼만 시간이 흘렀다. 나는 그 느린 속도를 좋아했다. 적어도 점심시간만큼은.

 

“혼자야?”

그 질문은 마치 내 이름을 정확히 부르는 것처럼 들렸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눈앞이 잠깐 흔들렸다가 그 흔들림이 가라앉으며 한 사람이 선명해졌다.

 

최수빈.

 

내가 그 이름을 속으로 먼저 불러버린 건.. 그 애가 이미 내 머릿속 어딘가에 정리된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큰 키, 하얗고 말끔한 얼굴, 웃지 않아도 웃고 있는 눈매. 살짝 땀에 젖은 옷이 몸에 붙어있는데도 이상하게 시원해 보이는 사람. 이 습함 속에서도 자기만의 바람을 갖고 다니는 것 같은 밝음

 

수빈은 내 맞은편에 서서 식판을 들고 있었다. 식판 위에는 물기가 맺힌 요구르트가 작은 원을 만들며 흔들렸다. 그는 내 대답을 기다리며, 내가 앉은 자리 모서리와 내 젓가락의 각도까지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것 같았다. 그 시선이 부담스럽다기보다는.. 길을 잃지 않으려는 사람의 눈빛 같았다.

 

나는 “응” 하고 짧게 대답했다. 말의 끝이 요구르트에 붙어있던 물기처럼 젖어 떨어졌다.

수빈이 아주 작게 웃었다. 딱 ‘나도 그래’라고 말하기에 적당한 크기의 웃음이었다.

그리고 그애는 자기가 미리 생각해둔 자리처럼 자연스럽게 내 앞 의자를 당겼다. 의자 다리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급식실의 소음 속에서 잠깐 또렷해졌고, 나는 반사적으로 손가락을 오므렸다.

 

“여기 앉아도 돼?”

 

그 질문은 예의 바른 허락을 구하는 것 같았지만, 이상하게도 이미 내 옆에 앉아본 사람처럼 편안한 온도가 있었다.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안 돼”라고 말할 이유를 찾는 동안 내 마음은 이미 ‘그래도 괜찮다’ 쪽으로 기울어버린 뒤였으니까.

수빈은 조용히 앉았다. 그애가 식판을 내려놓는 순간, 내 앞의 공기가 아주 미세하게 떨리는 것 같았다.

 

 

수빈이 먼저 수저를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급식실의 소음이 갑자기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그애의 목소리가 아주 가까이에서 들렸다.

 

“음, 나도..점심 친구 없거든”

 

나는 수빈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 애의 눈동자에는 창문 너머 하늘이 희미하게 반사되어 있었다. 파란색이 담긴 눈. 그 안에서, 내 얼굴이 아주 작게 떠 있었다. 나는 내 얼굴이 그렇게 작은 존재로 누군가의 눈에 들어가 있는 걸 처음 알았다.

 

“왜? 너는… 친구 많을 것 같은데”

 

수빈은 잠깐 눈을 내리깔았다. 마치 ‘그 말이 나에 대해 틀린 게 아니라서’가 아니라, ‘그 말이 내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라서’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다시 나를 보며, 아주 천천히 말끝을 골랐다.

 

“많아 보여도, 같이 밥 먹는 건—”


거기서 잠깐 멈췄다. 말을 이어가면 무엇인가가 지나치게 솔직해질까 봐, 자기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마음이 튀어나올까 봐. 그리고 그 멈춤 사이로, 내 젓가락이 접시에 닿는 소리와 수빈의 말이 겹쳐 들렸다.


“—아니다”

 

수빈이 웃었다. 아까보다 조금 더 크게. 그렇다고 시끄럽거나 과장되지 않은 숨을 덜 참아도 되는 웃음. 그 웃음이 내 앞의 습한 공기를 조금 걷어내는 것 같았다.

 

“그냥… 네가 여기 앉는 걸 봤거든”

‘그냥’이라는 말이 가장 거짓말 같았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구석 자리의 나를 봤다는 건 ‘그냥’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수빈은 식판 가장자리의 물기를 손가락으로 한번 쓸어내리고, 다시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조용히 덧붙였다.

 

“우리 점심 친구 할래?”

 

나는 잠깐 입술을 달싹였다. 대답은 목까지 올라와 있었는데, 어떤 단어가 좋을지 몰라서. 그런데 수빈은 내 대답을 재촉하지 않는 대신 젓가락을 들어 내 반찬 쪽을 가리켰다.

 

“그거 맛있어 보여” 같은 말도 없이, 아주 사소한 행동 하나로. 마치 이미 점심 친구가 된 사람처럼 굴었다. 그 자연스러움이 나를 웃게 만들었다.

 

“먹어” 나는 반찬을 살짝 밀어주며 말했다.

 

수빈의 눈이 잠깐 크게 떠졌다가, 금방 부드러워졌다.

천천히 조금씩 아주 오래 점심을 먹었다.

수빈이 물었다.

 

“내일도 여기 앉을 거지?”

“응.”

“그럼 내일 또 보자”


그리고, 덧붙였다.


“점심 친구”

 

분명히 수빈의 눈가가 아주 조금 접혔다. 마치 ‘이제 시작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처럼.

 

그리고 그날 이후로 우리는 점심 친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