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연애

1-1

"…와, 집 진짜 좋다."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현관문을 열자마자 감탄이 먼저 흘러나왔다.

화이트 톤의 깔끔하고 감각적인 인테리어, 넓은 거실.

 

하지만 감탄도 잠시, 소파에 앉아 있던 일곱 명의 사람 일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는 순간

심장이 미친 듯 뛰었다. 내가 이 집의 가장 마지막 입주자였다.

 

 

집안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의 시선,

일곱 명의 집중된 눈동자,

그리고 이 공간이 주는 특유의 기묘한 압박감.

 

 

무엇보다 전 남자친구와 한 공간에 있다는 사실이 온몸의 세포를 전부 곤두서게 만들었다.

 

 

 

 

 

"안녕하세요…! 마지막에 오게 됐네요."

 

 

 

 

 

최대한 어색하지 않게 캐리어 손잡이를 꼭 쥐며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자 소파 가운데에 앉아 있던 남자가 가장 먼저 환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 그래도 마지막 분 언제 오시나 다들 목 빼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저는 명재현이라고 합니다."

 

 

 

 

 

싹싹하고 다정한 목소리였다.

그 옆에 있던 남자는 무심한 듯 슬쩍 소파 옆자리의 쿠션을 치워주며 낮게 중얼거렸다.

 

 

 

 

 

"여기 편해요, 앉으세요. 한동민입니다."

 


"아, 감사합니다… 동민 씨. 저는 윤여주예요."

 

 

 

 

내 이름이 나오자, 소파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던 여자 출연자들이 차례로 눈인사를 건넸다.

 

 

 

 

 

"반가워요, 여주 씨! 저는 박정아예요."

 


"안녕하세요, 저는 이보민입니다."

 

 

 

 

 

두 사람이 차례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이름을 건넸고, 그 옆에 앉은 성시윤 역시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저는 성시윤이에요."

 

 

 

 

 

시윤은 짧은 인사와 함께 시선을 내렸다.
가디건을 쥔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의 눈길은 동민 씨를 향하다 뚝 끊겼다.
나는 시윤 씨의 X가 동민 씨임을 직감했다.

그 옆에서 조용히 미소 짓던 또 다른 남자 출연자도 가볍게 목인사를 건넸다.

 

 

 

 

 

"반갑습니다. 이상혁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맞은편, 묵묵히 투명한 물컵만 만지작거리며 시선을 피하고 있는 한 남자.

주변의 재촉에 그가 마지못해 고개를 들며 낮게 읊조렸다.

 

 

 

 

 

"……박성호입니다."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는 짧은 인사와 함께,

거실에는 낯선 이들이 처음 모였을 때 특유의 어색한 정적이 잠시 맴돌았다.

나는 가볍게 목인사를 건넨 뒤 소파 끝자리에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첫날은 서로의 나이도, 직업도 모두 비밀로 유지되는 것이 이 집의 규칙이었다.

묘한 탐색전과 서먹한 공기 속에서, 그렇게 여덟 명의 남녀가 한 공간에 모두 모였다.

 

 

마침내 여덟 명의 사람이 모두 모여 완성된 거실.

묘한 눈치싸움 속에서 어색한 대화들이 오가다 보니 어느덧 어스름한 저녁 시간이 다가왔다.

 

 

 

 

 

"우리 첫날인데 다 같이 맛있는 거 만들어 먹을까요?"

 

 

 

 

 

정아씨의 제안에 모두가 찬성하며 주방으로 모여들었다.

메뉴는 김치찌개와 불고기.

 

다들 팔을 걷어붙이고 재료를 나누기 시작할 때,

나 역시 도마 앞으로 다가갔다.

내가 야채를 썰기 위해 싱크대 위에 놓인 식칼을 슬쩍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였다.

 

 

 

 

 

"여주 씨, 칼질 잘해요?"

 

 

 

 

 

옆에서 찌개 양념을 만들던 재현씨가 자연스럽게 내 곁으로 다가왔다.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그가 내 손 앞에 놓인 식칼을 가볍게 쥐어 들며 장난스레 웃었다.

 

 

 

 

 

"칼이 좀 무거워 보여서요. 위험하니까 칼질은 제가 할게요.

대신 여주 씨는 저기 식탁에 수저 좀 예쁘게 놓아줄래요? 그건 안 위험하니까."

 

 

 

 

 

재현이가 싹싹하게 도마 앞을 차지하자 다른 출연자들이 키득거렸고,

나 역시 고마운 마음에 "감사합니다, 재현 씨" 하고 웃어 보였다.

 

 

수저통을 들고 긴 다이닝 식탁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식탁 앞에 도착한 순간,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제자리에 가만히 섰다.

 

식탁 한편에서 묵묵히 앞접시를 나르던 성호씨가, 이미 먼저 식탁 위에 수저를 세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갈하게 정렬된 수저들은 여느 식당에서 보던 것과는 조금 다르게 놓여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오른손잡이 기준으로 오른쪽에 수저를 놓기 마련인데,

성호씨가 내려놓은 수저들은 전부 그 반대편을 향하고 있었다.

성호씨는 무심한 얼굴로 온 식탁의 수저 방향을 그렇게 맞추어 나갔다.

 

 

 

 

 

"……."

 

 

 

 

 

탁, 탁.

수저가 나무 식탁에 닿는 규칙적인 소리가 정적 속에서 둔탁하게 울렸다.

성호는 마지막 수저 세팅을 끝내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건조한 표정으로 홱 돌아섰다.

 

 

 

 

 

"자, 다들 앉으세요! 밥 먹읍시다!"

 

 

 

 

 

재현씨의 활기찬 목소리와 함께 출연자들이 식탁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몇몇 사람들이 수저 방향을 보며 신기해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주방에는 이내 시끌벅적한 대화 소리가 섞여 들었다.

 

 

 

 

웃음소리가 번지는 식탁 위로,

각자의 비밀을 품은 시선들이 어지럽게 교차했다.

진짜 정체를 숨긴 여덟 명의 숨 막히는 숨바꼭질이,

조용한 식탁 위에서 소리 없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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