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는 쓰레기통에

2화 - 생각보다 난 놈

유명인사가 됐다. 하루아침에.

 

어제까지만 해도 나를 쳐다보는 건 내 얼굴을 아는 몇몇뿐이었으나, 오늘은 사뭇 달라졌다. 지나가면 대화가 끊기고, 뒤에서는 목소리가 낮아졌다. 대놓고 휴대폰을 들어 올리는 애도 있었다.

 

유부남이랑 붙어먹다가 본처한테 뺨 맞은 년.

 

대충 그런 식으로 소문이 난 모양이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뒤, 처음 보는 남자가 내 앞을 막아섰다. 이목구비도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얼굴이었다. 어디서 본 적이 있나 잠깐 생각했지만, 아무리 봐도 처음이었다.

 

 

“저기, 노여주 맞지?”

“그런데.”

“나 너 전부터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괜찮으면…,”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니까 뭐 대충 대시하며 넘어올 것 같다, 이런 느낌이라는거지? 대꾸할 가치도 없어서 남자의 말을 끊고 옆을 그대로 지나쳤다. 뒤에서 황당하다는 목소리가 들렸다.

 

 

“와, 진짜 싸가지 없다.”

“그래도 예쁘긴 하잖아.”

 

 

못생긴 것들끼리 서로 위로나 해주는 꼴이 눈물겨웠다.

가운데 손가락이라도 올려줄까 하다가 참았다. 오늘만 벌써 세 번째였다. 평소에는 말 한마디 걸 용기도 없었을 것 같은 놈들이 하나같이 기회를 잡았다는 얼굴로 다가왔다.

 

예쁘긴 한데 소문이 더러운 여자. 지들도 한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겠지. 진짜 지긋지긋하네.

교양 수업이 있는 건물로 들어가려는데 옆에서 여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내 연락 왜 씹어?”

 

 

무시하고 지나가려다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그 바텐더 놈이었다. 어제 저녀석의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이름은 ㅡ이상원.

쟤도 가다가 잡힌건지, 가방 어깨끈 한 쪽을 잡은 채 앞으로 가려는 어정쩡한 모습이었다. 이상원의 한 쪽 가방을 잡은 여자 쪽은 얼굴이 잔뜩 상해 있었지만, 당사자는 별 표정이 없었다. 어제 바에서 여자 셋을 상대로 웃어주던 사람과는 딴판이었다.

쟤는 여자를 달고 사나. 하루도 안 시끄러운 적이 없네. 아, 나도인가. 모르는 척 해주자. 입구로 스쳐 지나가려는데, 듣고싶지 않아도 대화 내용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

 

 

“나 그날 술도 백만 원어치 팔아줬잖아.”

“그래서요?”

“번호도 줬고. 연락 준다며.”

“이제 차단하려고요.”

 

 

 

상원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화면을 몇 번 누르더니 여자에게 보여주지도 않고 다시 집어넣었다. 그것도 상당히 피곤한 표정을 하고.

와, 미친놈. 매출 올려주는 손님한테 저래도 되는거야?

 

나도 모르게 살짝 고개가 돌아갔다. 여자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상원의 어깨를 밀치고 지나갔다. 내 옆을 스쳐 갈 때 독한 향수 냄새가 훅 끼쳤다.

상원은 밀린 어깨를 한 번 털고 있었다. 울고불고하는 여자를 보고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쟤도 성격 보통 아니네.

그래도 비호감이었다. 눈이 마주치기 전에 고개를 돌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

 

 

 

피곤함에 1층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샀다. 주문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남자 하나가 휴대폰을 들고 다가왔다. 이번에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을 들어 막았다.

 

 

“싫어.”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할 것 같아서.”

 

 

커피를 받아 그대로 자리를 떴다. 아, 벌써 네 명째. 지긋지긋하다.

얼굴이 하나같이 일그러져 있어서 어떻게 생겼는지는 기억도 안 났다. 관심도 없었다. 내 앞을 막고 음흉하게 웃던 표정만 비슷하게 남아 있었다.

 

강의실에 들어가 적당한 자리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휴대폰을 확인하자 읽지 않은 메시지가 잔뜩 쌓여 있었다. 어제 그 늙다리에게서 온 것도 섞여 있었다.

 

[ 미안해 ]

[ 나도 상황이 이렇게 될 줄은...]

[ 며칠 뒤에 연락할게 ]

 

 

누가 받아준대? 어이가 없어서 원. 빨대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입 빨곤 네일이 긴 손톱으로 화면을 몇 번 토독토독 스쳤다. "차단했습니다." 문구가 떴다.

 

아직 수업이 시작하려면 십 분이나 남아 있었다. 깊은 한숨이 나오려했다. 집에 가고 싶어.

팔짱을 끼고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눈을 감으니 욱신거리는 볼이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피곤하네…….”

“피곤하네…….”

 

 

바로 옆에서 똑같은 말이 동시에 들려왔다. 눈을 얇게 뜨고 시선을 옮기니, 1층에서 매달리던 여자를 떼어놓던 그 이상원이 턱을 괸 채 앞을 보고 있었다.

 

얜 또 뭐야?

 

대놓고 째려보자 상원도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쳤고, 내 얼굴은 일그러졌다.

 

 

“나 스토킹하냐?”

 

 

상원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누가 누구를요?”

“질기게 따라다니네.”

“그쪽이 날 따라다니는 거 아니고?”

“뭐?”

 

 

상원은 어이없다는 듯 짧게 웃었다.

 

 

“그렇잖아. 어제는 내가 일하는 바에 오더니, 학교에서 두 번이나 마주치고. 이 자리도 내가 먼저 앉았는데.”

 

 

얼굴이 절로 구겨졌다. 이 새끼가 지금 뭐라는 거야?

아까 1층에서 울며불며 떼쓰던 여자와 나를 동급으로 보는 건가. 바에 들어갔더니 지가 있었고, 학교에 왔더니 또 지가 있었을 뿐이었다. 이름도 우연으로 알았다.

 

상종할 가치가 없었다.

표정이 썩은 채로 고개를 홱 돌리자 옆에서 옷깃이 스치는 소리가 났다. 상원이 어깨를 으쓱하는 모습이 시야 끝에 걸렸다.

 

 

“아님 말고.”

 

 

속에서 성질이 올라와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셨다. 공책을 꺼내려고 가방을 뒤지는데, 옆에서 톡톡, 하는 소리가 들렸다. 상원이 그 긴 손가락으로 내 쪽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고있었다.

 

 

“근데.”

 

 

저절로 시선이 그 손가락을 따라갔다. 책상을 치던 검지는 녀석의 왼쪽 볼로 향했다. 이상원은 제 왼 볼을 톡톡, 두드렸다.

 

 

“얼굴은 어쩌다 그런 거예요?”

“신경 꺼.”

“성격하고는.”

 

 

대답을 끝으로 상원은 내 쪽으로 기울였던 몸을 바로 세웠다.

누가 누구한테 성격이 안 좋대.

 

 

“지는.”

 

 

작게 뱉자 옆에서 짧은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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