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51화. Leaving is easy

sophie97
2026.07.11Dilihat 28
"나도 그게 나답지 않은 행동이란 거 알아요.
그래도 수업 때문에 내 본업 커리어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닌 것 같아서요.
사실은...
내가 훈지씨 수업 계속 하려고 욕심을 냈었어요."
그는 이해하려는 표정이었지만,
마음 한 구석의 의심까지 지운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 그가 자꾸 신경 쓰여
계속 변명을 하게 되었다.
"장편을 들어가게 될 것 같아서
미리 정리를 좀 한 거에요.
수업은 나 아니어도 할 사람이 많잖아요.
책은 내 이름이 들어가는
좀 더 책임감이 필요한 일이고..."
동의를 구하는 내 간절한 눈빛이 통한 건지,
아니면 우선 넘어가 주는 건지
그는 고개를 끄덕어 보였다.
"그건 그렇죠."
그는 잠시 시선을 내렸다가
다시 나를 바라봤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이해가 잘 안 돼요..."
"그래서 태형씨한테 혼나고 왔잖아요.
내가 너무 성급했어요.
어떤 일이 있을지도 모르고..."
"내가 모르는 다른 일이 있는 건 아니구요?"
"아니요..
이렇게 장편을 금새 또 시작하게 될 줄 몰랐어요."
나는 속으로 진땀이 났다.
뭐라고 변명을 해도 믿을 것 같지 않아
속이 타들어갔다.
"나 훈지씨한테도 또 혼나야 돼요?
여기 눈물 자국 아직 지워지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농담처럼 넘기지 말고...
혹시 나한테 말 못 하고 있는 거 아니죠?"
"왜 그런 말을 해요?"
"모르겠어요...아까 본 대표님이나..
정아씨도.. 모두 편안해 보이지가 않았어요.
나한테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이...."
그가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훈지씨...
앞으로 내가 훈지씨한테
모든 걸 다 말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그건...
말 못할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걸 거에요.
훈지씨를 속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거 일수도 있어요..."
그는 아무 말도 없었다.
"나는....
아니다. 그만 해요. 우리..
태형씨한테 너무 진을 뺏더니 피곤해요.."
그가 일어서는 나의 손을 잡았다.
"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당신이랑 안 헤어져요."
나는 가려던 걸 멈추고 말했다.
"세상엔 '어떤 일이 있어도' 라고
확신할 수 있는 건 없어요.
특히 사랑은 더...
지금은 우리 둘 다 같은 마음이지만,
마음은 언젠가는 변해요.
내 경험으로 봤을 땐."
나는 그의 손을 놓아 주고,
두 손으로 그의 두 뺨을 감쌌다.
"그렇게 떨리던 마음도 어느 순간 덤덤해지고...
지나고 나면...
사랑이 전부는 아니라는 걸 알게 되잖아요."
그가 일어나서 나를 안았다.
"불안하게 왜 자꾸 그런 말 해요..."
"나는...
훈지씨가 사랑도 그냥 인생처럼
흘러가는 걸로 받아들이면 좋을 거 같아요.
잡으려고 너무 애쓰지 말고..."
내 말이 끝나자,
오히려 그는 더 세게 안았다.
"훈지씨...
'almost monday' 노래 중에
'leaving is easy' 알아요?
떠나는 건 쉽지만
사랑하는 건 어렵대요."
나는 그가 한꺼번에 무너지지 않게
조금씩 힌트를 주고 싶었다.
그를 위한 배려가 되길 바랐다.
"훈지씨, 잠깐만 놔봐요...
우리 따뜻한 차 한 잔 마실까요?"
그를 다시 의자에 앉히고,
머그에 따뜻한 물을 받았다.
그 때, 휴대폰의 알림이 울렸다.
오후에 내가 수연이에게 보낸 메시지의
답장이었다.
[왜 이렇게 빨리 떠나?]
[집이 생각보다 빨리 팔릴 거 같애.
나 지금 손님이 있어서
내일 전화할께 수연아..]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요?"
<52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