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29화. 한 여름밤의 꿈




"훈지씨?"





"응?"





"근데... 나.. 지금 좀 아파요."





"어?...아!!! 미안해요.. 미안.."





그가 재빨리 힘 줬던 팔을 풀었다. 



 

"이제 얼굴 좀 봐야겠다."





그제서야 그는 내 퉁퉁 부은 눈을 직접 보고는

깜짝 놀라는 듯 했다.





"와...

 눈이 화면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심한데요?"





그는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누구세요?"





다시 평상시의 그로 돌아았다.





"아...진짜!!

 내가 이래서 영통을 못 받은 거라구요.."






퉁퉁 부은 눈을 보여 주기 싫어서 

나는 등을 돌리려 했다.






"아이...농담이에요..

 잠깐만...얼굴 좀 더 보여줘여. 

 우리 그 동안 너무 못 봤잖아요."





훈지씨는 한참 동안 가만히 

내 눈을 보고 나서 말했다.





"보고 싶었어요..많이.."





"아직 세수도 못 했는데...

 이렇게 생얼을 빨리 보여 주게 될 줄이야..."





그러다 갑자기,

지난 밤 연락 되지 않았던 게 생각났다. 





"아!! 맞다!!!

 어젯 밤에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거에요? 



 영통 하다가 갑자기 꺼지고, 

 다시 전화해도 신호만 가고 받지 않고...

 왜 휴대폰이 고장난 거에요?







"아...그거..사실은...

 내가 휴대폰 던진 거에요..."







"네? 휴대폰을 왜 던져요?

 그렇게 내 눈이 보기 힘들었던 거에요?"







"아니..무슨 농담을 그렇게 살벌하게 해요..ㅎ"






"나랑 통화하다가 

 휴대폰을 던져 버렸다니까 하는 말이죠.

 혹시...

 집에 대표님 와 있어서 화 났던 거에요?"






훈지가 잠시 시선을 피했다.






"그래서 휴대폰 던져 버린 거에요?"





그가 대답을 못 하는 것을 보고, 

그 이유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화가 난 그의 마음이 이해가 되기도 하고,

그의 행동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아유...우리 훈지씨가 엄청 화났었구나...

 내가 잘못 했네...

 어제 김대표가 집에 왜 왔는지에 대해서 

 설명 필요해요? 

 훈지씨가 궁금하면 이야기할께요."





"설명해 달라고 하면, 

 내가 너무 당신을 못 믿는 것처럼 느껴져요?"





"아니요. 

 훈지씨 입장에서는 궁금할 수 있죠."







나는 그를 소파로 데리고 와서 앉게 했다.

그리고, 땀을 좀 식히라고 

물 한 잔을 가져와 테이블 위에 놓았다.





"그저께 대표님 수업을 하려고 

 연습실에 미리 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들어오면서 통화하는 소리를 들었어요.

 스캔들 이야기를 전달 받는 것 같더라구요.



 나는 훈지씨 일거라고는 생각 못 하고, 

 소속사 배우 중에 한 명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게 알고 보니 훈지씨였더라구요. 

 사진이 찍혔다구..."






그의 표정이 묘하게 심각해졌다.






"그래서요?"






"백화점에서 여배우랑 쇼핑하고 있는 게 

 찍혔다고 했는데...

 처음엔 너무 당황스러웠고, 

 그 후에는 사실 머릿 속이 너무 하얘져서 

 어떻게 집에 왔는지 잘 기억도 안 나요.

 김대표가 집에 데려다 줬어요. 

 오다가 내가 너무 우니까 위로도 해 주고..."





그의 표정이 점점 굳어져서 

계속 이야기를 하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날 데려다 주고, 

 다음 날 출근하면서 다시 들렸는데 

 눈이 너무 부어서 그냥 가라고 했어요.

 참, 그날 아침을 챙겨다 줘서 먹었어요."






훈지씨는 아무 말 없이 물잔만 만지작거렸다.






"그날 저녁 때 다시 걱정돼서 왔다고 연락이 와서..

 들어오지 말라고 할 수가 없었어요.

 하루에 2번이나 걱정되어서 왔는데,

 가라고 하면 그건 좀 예의가 아니잖아요."






나는 그의 표정을 살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해 보였지만,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하기도 했고, 

고민을 하는 듯이 보이기도 했다. 





"훈지씨? 나는 침실 욕실 사용할테니까 

 거실 욕실에서 좀 씻고 나올래요? 

 밤새 비행기 타고 와서 피곤하죠? 

 잠깐 눈 좀 붙일래요?"






"아니에요. 

 오늘 하루 휴가 받아서 온 거라서, 

 잠으로 시간을 보내기엔 너무 아까워요.



 사실은....어젯 밤에...

 오늘 휴가 받은 기쁜 소식으로

 서프라이즈 하려고 전화했었던 건데..."







"아..정말요?? 오늘 바로 가야 한다구요??

 이렇게나 빨리요? 

 뭐하지 뭐하지..

 아니다..뭘 하면 안 되겠다. 

 손 잡고 얼굴 보고 있어야겠다."





말하고 나서 그의 얼굴을 보니, 

베시시 웃고 있었다.





"왜요? 뭐 딴 거 하고 싶은 거 있어요?"





"아니요. 생각만 해도 좋아서 웃은 거에요.ㅎ"






우리는 이 갑작스러운 만남이 

너무 즐겁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해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날 하루 종일, 손 잡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하고...

꿈 같은 몇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함께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음악을 듣고 있는데,

그가 몇 번을 주저하다가 물어봤다.





"그런데...

 그 백화점에서 찍힌 사진에 대해서는 

 왜 안 물어봐요?

 나한테는 그 날 왜 대표님이 여기 왔는지 

 다 설명해 줬잖아요."





"나는 안 궁금해요.

 걱정할 일 아니라고 했잖아요.

 정말 둘이 뭐 살 게 있어서 쇼핑 간 거 아니에요?"






누워있던 그가

깜짝 놀라서 일어나 앉았다.







"어!!! 빙고!!

 그날 내가 어머니랑 정아씨 선물 사러 나갔다가 

 그 배우를 백화점에서 우연히 만난 거에요.

 그 친구가 어머니 선물 고르는 걸 도와 줬어요."





"음..그랬구나...

 세상 별 거 아닌 거 갖고 

 내가 이틀이나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던 거구나..!!!

 갑자기 화가 나네..."





"왜 정정 기사는 안 내?" <30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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