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29화. 한 여름밤의 꿈

sophie97
2026.06.28조회수 74
"훈지씨?"
"응?"
"근데... 나.. 지금 좀 아파요."
"어?...아!!! 미안해요.. 미안.."
그가 재빨리 힘 줬던 팔을 풀었다.
"이제 얼굴 좀 봐야겠다."
그제서야 그는 내 퉁퉁 부은 눈을 직접 보고는
깜짝 놀라는 듯 했다.
"와...
눈이 화면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심한데요?"
그는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누구세요?"
다시 평상시의 그로 돌아았다.
"아...진짜!!
내가 이래서 영통을 못 받은 거라구요.."
퉁퉁 부은 눈을 보여 주기 싫어서
나는 등을 돌리려 했다.
"아이...농담이에요..
잠깐만...얼굴 좀 더 보여줘여.
우리 그 동안 너무 못 봤잖아요."
훈지씨는 한참 동안 가만히
내 눈을 보고 나서 말했다.
"보고 싶었어요..많이.."
"아직 세수도 못 했는데...
이렇게 생얼을 빨리 보여 주게 될 줄이야..."
그러다 갑자기,
지난 밤 연락 되지 않았던 게 생각났다.
"아!! 맞다!!!
어젯 밤에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거에요?
영통 하다가 갑자기 꺼지고,
다시 전화해도 신호만 가고 받지 않고...
왜 휴대폰이 고장난 거에요?
"아...그거..사실은...
내가 휴대폰 던진 거에요..."
"네? 휴대폰을 왜 던져요?
그렇게 내 눈이 보기 힘들었던 거에요?"
"아니..무슨 농담을 그렇게 살벌하게 해요..ㅎ"
"나랑 통화하다가
휴대폰을 던져 버렸다니까 하는 말이죠.
혹시...
집에 대표님 와 있어서 화 났던 거에요?"
훈지가 잠시 시선을 피했다.
"그래서 휴대폰 던져 버린 거에요?"
그가 대답을 못 하는 것을 보고,
그 이유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화가 난 그의 마음이 이해가 되기도 하고,
그의 행동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아유...우리 훈지씨가 엄청 화났었구나...
내가 잘못 했네...
어제 김대표가 집에 왜 왔는지에 대해서
설명 필요해요?
훈지씨가 궁금하면 이야기할께요."
"설명해 달라고 하면,
내가 너무 당신을 못 믿는 것처럼 느껴져요?"
"아니요.
훈지씨 입장에서는 궁금할 수 있죠."
나는 그를 소파로 데리고 와서 앉게 했다.
그리고, 땀을 좀 식히라고
물 한 잔을 가져와 테이블 위에 놓았다.
"그저께 대표님 수업을 하려고
연습실에 미리 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들어오면서 통화하는 소리를 들었어요.
스캔들 이야기를 전달 받는 것 같더라구요.
나는 훈지씨 일거라고는 생각 못 하고,
소속사 배우 중에 한 명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게 알고 보니 훈지씨였더라구요.
사진이 찍혔다구..."
그의 표정이 묘하게 심각해졌다.
"그래서요?"
"백화점에서 여배우랑 쇼핑하고 있는 게
찍혔다고 했는데...
처음엔 너무 당황스러웠고,
그 후에는 사실 머릿 속이 너무 하얘져서
어떻게 집에 왔는지 잘 기억도 안 나요.
김대표가 집에 데려다 줬어요.
오다가 내가 너무 우니까 위로도 해 주고..."
그의 표정이 점점 굳어져서
계속 이야기를 하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날 데려다 주고,
다음 날 출근하면서 다시 들렸는데
눈이 너무 부어서 그냥 가라고 했어요.
참, 그날 아침을 챙겨다 줘서 먹었어요."
훈지씨는 아무 말 없이 물잔만 만지작거렸다.
"그날 저녁 때 다시 걱정돼서 왔다고 연락이 와서..
들어오지 말라고 할 수가 없었어요.
하루에 2번이나 걱정되어서 왔는데,
가라고 하면 그건 좀 예의가 아니잖아요."
나는 그의 표정을 살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해 보였지만,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하기도 했고,
고민을 하는 듯이 보이기도 했다.
"훈지씨? 나는 침실 욕실 사용할테니까
거실 욕실에서 좀 씻고 나올래요?
밤새 비행기 타고 와서 피곤하죠?
잠깐 눈 좀 붙일래요?"
"아니에요.
오늘 하루 휴가 받아서 온 거라서,
잠으로 시간을 보내기엔 너무 아까워요.
사실은....어젯 밤에...
오늘 휴가 받은 기쁜 소식으로
서프라이즈 하려고 전화했었던 건데..."
"아..정말요?? 오늘 바로 가야 한다구요??
이렇게나 빨리요?
뭐하지 뭐하지..
아니다..뭘 하면 안 되겠다.
손 잡고 얼굴 보고 있어야겠다."
말하고 나서 그의 얼굴을 보니,
베시시 웃고 있었다.
"왜요? 뭐 딴 거 하고 싶은 거 있어요?"
"아니요. 생각만 해도 좋아서 웃은 거에요.ㅎ"
우리는 이 갑작스러운 만남이
너무 즐겁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해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날 하루 종일, 손 잡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하고...
꿈 같은 몇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함께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음악을 듣고 있는데,
그가 몇 번을 주저하다가 물어봤다.
"그런데...
그 백화점에서 찍힌 사진에 대해서는
왜 안 물어봐요?
나한테는 그 날 왜 대표님이 여기 왔는지
다 설명해 줬잖아요."
"나는 안 궁금해요.
걱정할 일 아니라고 했잖아요.
정말 둘이 뭐 살 게 있어서 쇼핑 간 거 아니에요?"
누워있던 그가
깜짝 놀라서 일어나 앉았다.
"어!!! 빙고!!
그날 내가 어머니랑 정아씨 선물 사러 나갔다가
그 배우를 백화점에서 우연히 만난 거에요.
그 친구가 어머니 선물 고르는 걸 도와 줬어요."
"음..그랬구나...
세상 별 거 아닌 거 갖고
내가 이틀이나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던 거구나..!!!
갑자기 화가 나네..."
"왜 정정 기사는 안 내?" <30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