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68화. 운명 같은 만남



스페인에 온 지 6개월이 좀 지나고,

드디어 한국에서부터 갖고 온

첫 번째 소설의 번역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이 작품은 내게 좀 더 특별했다.




매일 미겔의 카페로 출근하면서,

새로운 공기와 새로운 환경에서

처음으로 끝낸 작품이다.




그래서, 뭔가 특별하게 기념하고 싶었다.



제일 처음으로 미겔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오늘 특별히 축하 파티라도 해야 겠네요!!"





미겔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줬다.





"오..아니에요...

 그런 부담주려고 얘기한 건 아니에요."





"부담이라뇨? 오히려 섭섭한데요."





"그럼 우리 둘이 저녁 식사라도 같이 할까요?

 내가 살께요!!

 우리 맛있는 거 먹으면서 축하해요.

 미겔 친구들을 초대해도 좋아요."





"아니요. 이번에는 우리 둘이 축하하도록 해요."





그 날 저녁,

미겔은 평소보다 조금 더 먼 곳으로

차를 몰았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라고 했다.




오래 간만에 매일 보던 마을을 벗어나니

더 특별했다.





스테이크와 와인.

그리고, 날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친구라니...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저녁이었다.





"다시 다음 일을 시작하는 건가요?"





"아니요..조금 쉬었다가 하고 싶어요.

 계획한 일도 있구요.

 기념으로 여행을 가볼까 해요."





"어디로요?"





"음...프랑스로 가볼까 하는데 어때요?"






"같이 가자는 건가요?"





"아니..아니..그게 아니라,

 프랑스가 어떠냐고 물어본 거에요?

 예전에 가본 적이 있는데 에펠탑 말고는

 생각나는 게 없어서요.

 아!! 루브르 박물관. 그곳도 기억에 남아요."





"프랑스는 어렸을 때부터 자주 가봐서

 소피가 좋아할 만한 곳으로 

 몇 군데 추천해 줄께요."






"미겔...나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될까요?"




나는 평소에 미겔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한가지가 있었다.





"뭔데요?"





"미겔은 계속 이렇게 카페하면서

 이 마을에 있을 건가요?

 미국에서 공부했다는 이야기도 들어서

 분명 이루고 싶은 꿈이 있을 것 같은데,

 여기서만 머무르기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미겔은 내 질문을 듣고,

눈을 반짝이며 나를 한참 동안 바라봤다.




내가 무슨 실수라도 한 건 아닌가

슬쩍 긴장이 됐다.





"소피는 꿈이 뭔데요?"





그가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나는...그 꿈이 희미해져서 이곳에 온 거에요.

 다시 꿈꾸고, 계획하고, 이루고 싶어서...."






"아...그런 거였군요.

 꿈을 찾아서 온 거였군요.

 그래서 다시 찾았어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그냥 아무 생각없이

 이 시간을 즐기고 싶어요."





"나는...그게 내 꿈이에요.

 내 하루 하루를 즐기는 거...

 거창한 목표나 꿈 이런 거 말고,

 지금 내 시간을 행복하다고 느끼는 거."





이번엔 내가 미겔을 한참 동안이나 바라봤다.




'그런 게 꿈이라고?...하루를 즐기는 게?'




"소피는 내가 뭔가 큰 꿈을 갖고,

 더 넓은 곳에서 일을 하는게 멋지다고

 생각하는 거죠?"





"아니..사실은 맞아요..."
 




"누군가는 그런 꿈을 가져야

 세상이 발전하고 변하겠죠.

 그래야 나같은 사람이

 하루를 꿈처럼 즐길 수 있는 거구요."





미겔은 환하게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나는 완전히 그를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꿈은 존중할 수 있었다.




'아주 멋진 계획이 아니어도 꿈이 될 수 있구나...'




나는 그 날 이후,

10살이나 어린 미겔이 더 이상 어리게 보이지 않았다.





미겔에게 정보를 듣고,

열심히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일주일 간의 프랑스 여행을 계획했다.




 
그리고, 드디어 프랑스 파리에 도착한 날.



대학생 때 배낭여행으로 와 본 이후로

다시 파리를 오게 되다니...




첫번째 파리에 왔을 때

에펠탑 앞에서 야경을 보겠다고,

해가 지기만을 기다리다 지쳐서

잔디밭에 누워 잠들었던 기억이 났다.




그 때는 10kg 짜리 배낭을

끙끙거리며 메고 다녔었는데 말이다.



다시 이곳에 오게 되면,

캐리어를 끌며 럭셔리하게 여행하겠다고 했었는데,

어쩌면 그 꿈은 이미 이룬건지도 모르겠다.





공항에서 맨 처음 호텔로 향했다.




체크인을 하기 위해서 프론트 데스크로

걸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누군가 나를 불렀다.




"선생님!"




갑작스러운 한국어 호칭에

깜짝 놀라서 옆을 쳐다봤다.





훈지씨 매니저님 이었다.




"매니저님?"




나는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 했다.





"매니저님이 여기에 어떻게...

 아니 왜 여기에 계세요?"





"훈지 광고 촬영 하러 왔어요.

 어제 도착했어요."

 선생님은 여기 어쩐 일이세요?"





"아니...훈지씨가 왜 거기서 나와..? <69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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