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91화. 쓴맛 사탕



줄리앙과의 마지막 만남을 뒤로한 채,

나는 다시 스페인으로 돌아왔다.




'행복하기 위해서 하는 게 사랑인 건가?'

돌이켜 보면, 그동안의 내 사랑은

오히려 나를 더 피폐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일하고,

청소하고, 요리하고, 빨래를 하고...

그렇게 또 몇 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스페인에 온 지도 2년 가까이 되었다.

언제까지 이곳에 머무를지,

새로운 곳으로 떠날지,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갈지.

매일같이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어느 날 밤 수연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거기서 뭐 재미있고, 달달한 일은 없었어?"





"달달한 일? 난 쓰기만 하더라..."





"정아야...

 원래 사랑은 쓴맛이 8이고, 단 맛은 2야.

 여지껏 그것도 몰랐어?

 달기만 하면 사랑이 아니야.

 그건 영화 속 로맨스지."





"그런 거구나...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그래서

 나는 이제...사랑 같은 거 안 하려고..."





"그렇다고 안 할 순 없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냐는 말이 있잖아.ㅎ

  미겔이랑 한번 잘 만나 봐."





"미겔?

 무슨 소리야. 나보다 열 살이나 어려.

 그리고...글쎄...

 그렇게 아무 욕심 없이 인생을 하루하루 즐기는 건...

 나랑 좀 안 맞아."





"그럼 제 3국으로 한번 떠나 보는 건 어때?"





"사랑 찾아 온 세상을 다 돌아다니라고?ㅎㅎ

 아이구...

 난 피곤하고 지쳐서 그렇게는 못 하겠다."





수연이와의 통화를 끝내고,

나는 내가 왜 스페인까지 왔는지,

여기서 무엇을 찾고 싶었던 건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로 했다.




어느덧,

스페인에서의 두 번째 책도

거의 마무리되어 갔다.




평소 한국에서처럼

많은 양의 작업을 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내 일을 끊임없이 해냈다는 것이

뿌듯했고 보람도 느꼈다.





일주일 정도만 더 시간을 들이면

두 번째 책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두 번째 책을 끝내고 나면,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리겠다고 다짐했다.




그 날도 미겔의 카페에서

작업을 거의 마무리하고 있을 때였다.



하루 종일 앉아 있었더니 허리도 아프고

몸도 찌뿌둥해서 기지개를 켰다.




밖을 내다보다가 고개를 돌리니,

카페 출입문 앞에 누군가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햇빛을 가득 담은 눈이 부셔서

사람의 실루엣만 보이고,

누군지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가만히 눈에서 빛이 빠져나가고,

천천히 그 사람의 형체가 뚜렸해졌다.




'훈지 씨인가...?'

말도 안 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 순간이었다.




"정말 훈지 씨에요?" <92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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