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91화. 쓴맛 사탕

sophie97
2026.07.31瀏覽數 28
줄리앙과의 마지막 만남을 뒤로한 채,
나는 다시 스페인으로 돌아왔다.
'행복하기 위해서 하는 게 사랑인 건가?'
돌이켜 보면, 그동안의 내 사랑은
오히려 나를 더 피폐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일하고,
청소하고, 요리하고, 빨래를 하고...
그렇게 또 몇 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스페인에 온 지도 2년 가까이 되었다.
언제까지 이곳에 머무를지,
새로운 곳으로 떠날지,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갈지.
매일같이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어느 날 밤 수연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거기서 뭐 재미있고, 달달한 일은 없었어?"
"달달한 일? 난 쓰기만 하더라..."
"정아야...
원래 사랑은 쓴맛이 8이고, 단 맛은 2야.
여지껏 그것도 몰랐어?
달기만 하면 사랑이 아니야.
그건 영화 속 로맨스지."
"그런 거구나...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그래서
나는 이제...사랑 같은 거 안 하려고..."
"그렇다고 안 할 순 없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냐는 말이 있잖아.ㅎ
미겔이랑 한번 잘 만나 봐."
"미겔?
무슨 소리야. 나보다 열 살이나 어려.
그리고...글쎄...
그렇게 아무 욕심 없이 인생을 하루하루 즐기는 건...
나랑 좀 안 맞아."
"그럼 제 3국으로 한번 떠나 보는 건 어때?"
"사랑 찾아 온 세상을 다 돌아다니라고?ㅎㅎ
아이구...
난 피곤하고 지쳐서 그렇게는 못 하겠다."
수연이와의 통화를 끝내고,
나는 내가 왜 스페인까지 왔는지,
여기서 무엇을 찾고 싶었던 건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로 했다.
어느덧,
스페인에서의 두 번째 책도
거의 마무리되어 갔다.
평소 한국에서처럼
많은 양의 작업을 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내 일을 끊임없이 해냈다는 것이
뿌듯했고 보람도 느꼈다.
일주일 정도만 더 시간을 들이면
두 번째 책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두 번째 책을 끝내고 나면,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리겠다고 다짐했다.
그 날도 미겔의 카페에서
작업을 거의 마무리하고 있을 때였다.
하루 종일 앉아 있었더니 허리도 아프고
몸도 찌뿌둥해서 기지개를 켰다.
밖을 내다보다가 고개를 돌리니,
카페 출입문 앞에 누군가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햇빛을 가득 담은 눈이 부셔서
사람의 실루엣만 보이고,
누군지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가만히 눈에서 빛이 빠져나가고,
천천히 그 사람의 형체가 뚜렸해졌다.
'훈지 씨인가...?'
말도 안 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 순간이었다.
"정말 훈지 씨에요?" <92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