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14. 그대는 아직 나의 별



이번 주는 지성 씨가 먼저 퇴근하고

나는 남아서 일을 하다 보니

매일 9시를 넘겨 퇴근하고 있었다.





"하... 오늘은 그만 하고 들어가야겠다."





작업하던 파일을 저장하고

랩탑을 닫으려는데,

스페인에서 찍었던 사진들이

들어 있는 폴더가 눈에 들어왔다.





잠시 망설이다 폴더를 열었다.





웃고, 장난치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행복해했던 시간들.





폴더를 열고 사진들을 구경하다 보니

그 때의 시간들이 문득 그리워졌다.





'그때의 우리는

 정말 행복했었구나...'





한국에 와서 훈지 씨와 사이가 안 좋을 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만약에...

 우리가 그곳에서 1년을 다 채우고 왔더라면

 지금의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헤어지지 않고 아직도 만나고 있었을까...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고

 조금 더 배려하는 사이가 되지는 않았을까?'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그런 아쉬움이 마음 한켠에 늘 남아 있었다.





내가 훈지 씨의 영화 출연과

나의 번역 일 때문에 욕심을 부렸고,

그게 결국

우리의 관계를 망가뜨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한동안 힘들었던 적도 있었다.





씁쓸한 마음을 안고 랩탑을 닫는데

휴대폰에서 메세지 알림 소리가 났다.





[우리... 별보러 가지 않을래요?]





훈지 씨에게 온 메세지였다.





'별? 갑자기 무슨?'




메세지를 다시 한 번 읽어봤다.




'아... 혹시 거기 말하는 건가?'





예전에 훈지 씨에게

스페인으로 떠난다는 말을 하기 위해

그를 데리고 갔던 곳.




나와 그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는

장소는 아니었다.





나는 메세지를 보고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고 있었다.





그 때 휴대폰의 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정아 씨, 내 메세지 봤어요?"





"네..."





"그런데 왜... 답장이 없어요?"





"어떻게 답을 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말은...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고민했다는 뜻이에요?"




'눈치가 정말 빠르다니까...'





"음... 그게..."






"지금 카페죠?"





"네... 아직 카페에 있어요."





"왜 이렇게 늦게까지 있었어요?"





"각색 작업 일정이 좀 빡빡해요."





"오늘 할 일은 다 끝낸 거에요?"





"응. 오늘 할 일은 다 마치고

 이제 들어가려고 하려던 참이었어요."





"그럼... 내가 그 쪽으로 데릴러 갈게요.

 잠깐만 거기 있어요. 알았죠?"





"지금?"





"나 내일은 오후부터 스케줄 있어서...

 뭘 할까 하다가...

 그 때 별 보던 곳 생각이 나서요."





"별 보러 지금 가자는 말이었어요?"





"이미 방향 틀었으니까...

 한 15분이면 도착할 거에요."





그는 정말로 10분 뒤에 카페 앞에 도착했다.

나는 얼떨결에 그의 차에 올라탔고,

다시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차창 밖으로 익숙한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자 그날의 기억이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훈지 씨... 왜 그곳에..."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좋지 않은 추억의 장소인데

 왜 가고 싶냐고요?"





"..."





"그래서 가는 거에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 아름다운 장소를

 내가 화내고, 정아 씨를 내버려 둔 기억으로

 떠올리기가 싫어서요.

 언젠가 다시 한 번 가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어요.

 우리가 만나고 있을 때 다시 갔어야 했는데..."





 나는 운전하고 있는 그를 쳐다봤다.





"지금 그윽하게 보고 있는 거 아니죠?"





나는 그의 농담에 피식 웃었다.





그곳은 여전히 반짝이는 별들로 아름다웠다.

도착하고 훈지 씨와 함께 걸으면서

마음이 이상했다.




뭉클하기도 하고,

설레이기도 하고...





마치 그때로 돌아온 것 같기도 했고,

새로운 시간을 다시 시작하는 것 같기도 했다.





한참을 서로 아무말 없이 걷다가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정아 씨..."


잠시 말을 멈춘 그가

걸음을 멈추고 나를 바라봤다.



"우리... 다시 시작해요."




나는 예상치 못 한 그의 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멈춰 서서

그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사실...

 나는 아직 당신이랑 이별을 못 했어요.

 내 마음은 아직도 진행 중이에요.

 그걸 이제야 깨달았어요."





<시즌1. 53화 아이러니> 를 참조해 주세요😉




"내 마음이... 왜 이러지...?" <15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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