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42화. 솔로몬

sophie97
2026.09.12Dilihat 106
어젯밤에 미처 보지 못했던
프린트물을 인쇄하고
커피를 한 잔 내려 마신 뒤,
아침 일찍부터 출판사로 향했다.
회의를 마치고 점심 때쯤 밖으로 나와
근처 식당에서 대충 점심을 때웠다.
그리고 카페로 이동하여
지성 씨와 함께 오후 시간을 바쁘게 보냈다.
한가한 시간이 되자
우리는 차를 한 잔씩 놓고
여유로운 시간을 즐겼다.
"지성 씨.
믿었던 사람에게 뒷통수 맞아 본 적 있어요?"
"글쎄요...
저는 사람을 그렇게까지 믿지는 않아서
심하게 배신감을 느껴본 적은 없는 거 같아요."
"와... 그거 현명한 방법이다."
"그런데 저는 상황이 사람을 그렇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편이라서요.
어떻게 보면 핑계를 댈 수도 있는 건데,
사람은 결국 자기 편한 대로 생각하니까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말아요."
나는 사람을 쉽게 단정 짓지 않는
그의 생각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하면 지성 씨처럼
그렇게 해탈한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는 거에요?"
"성격이겠죠뭐...ㅎㅎ
왜요? 사장님, 누구한테 배신당하셨어요?"
"... 믿었던 사람인데...
내가 생각지도 못 했던 일을 했어요.
그런데 그 이유가 내 옆에 있고 싶어서였대요.
나는... 글쎄...
그 사람이 잘 이해가 안 돼요."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을 이었다.
"내 옆에 있고 싶어서
내가 힘들어할 게 뻔한 일을 했다는 게..."
"음... 사장님을 엄청 좋아했나보네요."
그 말에 나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 그게 아이러니죠?
좋아하는 사람을 괴롭히면서
정작 그 사람 곁에 있고 싶어서
그런 일을 했다는 게?"
"어떤 마음이었을지는 알 거 같으면서도
그렇다고 용서는 되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지성 씨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잠시 생각하듯 말을 이었다.
"그 사람이 힘들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 사람을 좋아하니까
그런 일을 했다는 거잖아요...
아마 그 사람도 괴로웠을 거에요.
그런데... 결국 본인이 제일 중요했으니까
그렇게 행동한 거겠죠."
내가 놀란 눈으로 지성 씨에게 물었다.
"그럼 지성 씨는 이런 상황이라면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는 거에요?"
그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글쎄요.
저는 제 입장에서 생각했을 거 같아요.
내가 그 사람을 용서하고 옆에 둘 것인지,
아닌지는 결국 제 마음이니까요."
"미운 마음이 점차 사라지고
다시 보고 싶으면 보는 거고,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싶으면
끊으면 되는 거죠.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하지 마시고
사장님 입장에서 생각해 보세요.
더 보고 싶으신지 아닌지."
나는 그렇게 이야기하는 지성 씨를
바라보며 지그시 웃었다.
"지성 씨가 솔로몬이었네요.
이제 고민 있으면
지성 씨한테 상담 신청해야겠다."
"제가요?
저는 그저 한낱 인간에 불과합니다."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내 마음을 따르라고?
그래...'
그날 영업을 마치고
지성 씨는 먼저 퇴근을 했다.
그가 떠난 후 문을 잠그고
번역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가까이 가서 보니 김 대표였다.
나는 문을 열었다.
그가 안으로 들어 오더니
갑자기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뭐하는 거야, 지금?"
"나도 내가 잘못 한 거 알아.
조금이라도 나를 용서해 줄 때까지
아니 조금이라도 네 화가 풀릴 때까지
매일 와서 이렇게 무릎이라도 꿇을께."
나는 잠시 그를 말없이 바라봤다.
"그건 태형 씨 마음이야.
무릎을 꿇던 반성문을 쓰건...
그런데 내 화가 풀리는 그런 방법은 없어."
"태형 씨도 태형 씨가 하고 싶은 대로
용서를 비는 거잖아.
나도 마찬가지야.
내 마음대로 용서가 되면 할 거고
안 되면 안 할거야.
나중에라도 내가 이 정도까지 했는데
어떻게 너는 용서를 안 해 줄 수 있느냐는
말 같은 건 하지마."
나는 그를 내버려 둔 채
하던 일을 계속 했다.
"보고 싶어..." <43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