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110화. 원망



눈을 떴을 때 흰 천장이 보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병실이었다.




잠시 사고가 정지한 듯,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사고...'




사고가 났다는 사실이 떠올랐고,

뒤이어 중환자실과 이식 수술에 대한

기억이 희미하게 되살아났다.




그리고...

오전에 김 대표님이

병실로 찾아왔던 일까지 생각났다.




대표님이 내게 건네준 편지.

편지까지 기억이 났다.




그리고 편지 속 내용...

정아 씨가 쓴 편지의 내용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정아 씨가 죽었다고...?'




나는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





'어떻게 정아 씨가 죽을 수가 있어?

 내가 지금 정아 씨가 없는 세상에 살아 있다고?

 그녀가 나 때문에 죽은 거라고?

 대체 내가 누워 있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워 앉았다.





병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멍하니 창밖을 내다봤다.




햇살은 저렇게나 밝게 빛나고 있는데

모든 게 다 제자리에 있는데...

정아 씨를 더는 볼 수 없다는 게

정말 말이 되는 걸까?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는데

병실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들어왔다.





누나였다.





"깼어? 훈지야?"




그녀는 침대에 앉아 있는 나를 보자마자

한걸음에 달려왔다.





"몸은 괜찮아?

 배 당기는 건 어때?"




나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아까... 너무 흥분한 상태라서

 수면제를 놨어..."





"누나는 알고 있었어?"





"...뭘?"





"형이 정아 씨가 죽었대."





"...."





"누나도 알고 있었어?"




누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미안해 그런데 어쩔 수가 없었어..."






"정아 씨가 죽었는데,

 왜 다들 나한테 미안하다고들 해?

 나 만나지 말라고 상처 준 것도 모자라서,

 정아 씨한테 간 이식까지 해 달라고

 설득이라도 한 거야?"






"... 검사 결과에서...

 정아 씨만 유일하게...

 적합하게 나왔어.

 우리도 말릴 수는 없었어.

 너를 살려야 했으니까..."





"그래서 그냥 내버려뒀어?

 정아 씨는 어떻게 되든 말든,

 나한테 간 이식해 주라고?"





"본인이 나서서 검사도 받고

 이식 수술도 하겠다고 한 거야..."





"정아 씨가 하겠다고 하니까

 다들 얼씨구나 잘 됐다.

 훈지는 이제 살았구나.

 그런 거야, 그럼?"






"훈지야... 왜 말을 그렇게 해...

 우리도 괴롭고 힘들었어.

 수술 후에 너는 회복하고 있는데...

 정아 씨는 깨어나지 못했고.

 갑자기 쇼크에 뇌출혈까지 와서...
 
 그제야 부모님이랑 언니한테 연락하는

 우리 심정도 말이 아니었어..."





나는 누나를 바라봤다.





"그게 무슨 소리야?
 
 정아 씨가 수술하는 걸 부모님이 모르셨어?"





"하아... 부모님이 반대하실 거라고...

 언니한테만 알리고 수술했어."





"그럼 정아 씨 부모님은

 수술을 해 준 사실도 모르시다가

 정아 씨가 죽고 나서야 알게 되신 거야?"





누나는 고개를 숙인 채 울고 있었다.

 


"아......... 누나 이건 아니지....

 이건 아니잖아....."




나는 두 손으로 가슴을 내리쳤다.


가슴 한가운데를

무언가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정아 씨 부모님은 자기 딸이 수술대 위에

 올라간 것조차 나중에야 아신 거잖아...

 왜 그랬어....

 대체 왜 그랬어....

 차라리 날 죽게 내버려두지...."





여기가 지옥 같았다.

살아서 견뎌야 하는 지옥.





그 때 병실 문이 열리며

의사가 들어왔다.





나는 맨발로 침대에서 내려와

의사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선생님...

 그냥 저를 죽여 주세요... 제발..."





의사와 간호사들이 나를 붙잡아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또 다시 주사를 주입했다.





"정아 씨...

 미안해요... 내가 너무 미안해요...

 당신을 다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데...

 나만 살아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며 울다 보니

어느새 의식이 희미해져갔다.





"벌써... 6개월이나 지났네요..." <111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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