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16화. 뛰는 정아 나는 훈지

sophie97
2026.08.29Dilihat 57
훈지 씨와 별을 보고 온 이후
우리는 마치 새롭게 시작하는 연인처럼
서로에게 조심스러워졌다.
나도, 그도
또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다.
매일매일 카페일과
각색 작업으로 바쁘게 지내던 때였다.
그날도 나는 내 자리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어김없이 커피를 사러 온 우진 씨가
내게 봉투를 내밀었다.
"이게 뭐에요?"
"혹시... 공연 보는 거 좋아하세요?"
"네. 좋아해요. 그런데..."
"이거 제가 보고 싶은 공연이라 샀는데요.
정아 씨랑 같이 가고 싶어서 2장 샀어요."
"네? 저랑요?"
우진 씨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저랑...같이 가실래요?"
"아... 글쎄요...
갑작스러워서요..."
"정아 씨가 안 가신다고 하면
그냥 저도 안 갈래요."
"아니 왜요?
보고 싶어서 사셨다면서요..."
"보고 싶기는 하지만
같이 보는 게 더 중요해요."
나는 그 순간에 훈지 씨가 떠올랐다.
내가 우진 씨와 함께 공연을 보러 간다는 걸
알게 된다면 분명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우린 아직 다시 시작하자고 말한 건 아니잖아...'
망설이는 나를 보면서
우진 씨가 말했다.
"그럼... 정아 씨가 이 두 장 다 가지세요.
같이 보고 싶으신 분이랑 가서 보세요."
"네? 그건 좀..."
"괜찮아요. 그럼..."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돌아서 가던 그를 불러 세웠다.
"우진 씨! 같이 보러 가요. 공연..."
"정말로여?"
그의 얼굴에
금세 환한 표정이 번졌다.
"공연이 언제에요?"
"이번 주 일요일 오후 4시에요."
"네. 알겠어요.
그럼 3시 반까지 공연장 앞에서 봬요.
공연 보고 같이 저녁 먹어요."
"저녁이요? 네!! 좋아요.
그럼 일요일에 뵐께요. 정아 씨."
우진 씨가 나가자
지성 씨가 나를 빤히 바라봤다.
잠시 망설이던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너무 진도가 빠른 거 아니에요?"
"좀 부담스럽긴 한데...
뭐... 공연이랑 저녁 정도니까
괜찮을 거에요."
"제가 그분 팀원들 오면 염탐을 좀 해볼까 봐요.
어떤 분인지...
그리고, 그날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저한테 전화 하세요. 사장님.
아셨죠?"
"지성 씨... 감동이에요."
나는 이번에는 이실직고 훈지 씨에게
먼저 말하기로 결심했다.
[훈지 씨. 카페 손님 우진 씨가 뮤지컬 공연을
같이 보러 가자고 해서 그러기로 했어요.
난 분명히 미리 얘기했어요. ]
'내가 왜 이렇게 까지 해야 되는 거지?'
아무튼 이전에 훈지 씨에게 감추려고 했던 사실을
항상 나중에 들켜서 애먹은 기억들이 있다.
그래서인지 메세지를 보내고 나니
오히려 마음은 편했다.
촬영을 하고 있었는지 한참 뒤에야
훈지 씨에게서 답장이 왔다.
[둘이서만 공연을 보러 간다구요?????????
3개월 동안 생각해 보기로 하고 이건 반칙이죠!!]
[3개월 동안 생각해 보기로 했으니까
반칙이 아니죠. 우린 아직 아무 사이 아니니까.]
[진짜 이런 식으로 나올 거에요?
그럼 나 공연 따라 가요!!!]
[워워... 진정해요.
내가 무슨 얘기 했는지 다 얘기할께요.
그럼 됐죠?]
[뭐가 됐다는 거에요.ㅡㅡ]
'역시 저녁까지 먹는 건 얘기 안 하길 잘 했다.'
일요일 공연장 앞에서 우진 씨를 만났다.
드라큘라로 캐스팅 된 배우 중에서
신성록 배우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그 날 그 배우의 공연을 보게 됐다.
멋진 가죽 바지에 흰색 블라우스,
그리고 빨간 망토까지.
그의 모습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특히 그의 중저음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는
보는 사람을 단숨에 매료시켰다.
나 같아도 목을 내 줄 판이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드랴큘라가 사랑하는 사람을
뱀파이어로 만들 수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모습을 보며
나는 문득 생각했다.
'저런 것이 진정한 사랑일까.'
옆에 우진 씨가 있다는 사실을 잊은 채
나는 한참을 울었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야 나는 조금 머쓱해졌다.
"괜찮아요 정아 씨?"
"아...네... "
공연이 끝나자 창피함이 확 밀려왔다.
"정아 씨를 물려고 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우세요..."
"저 때문에 민망하셨죠?"
나는 빨리 화장실로 가서 눈물자국을 정리했다.
'아... 창피해서 어떻게 얼굴을 보지...'
화장실을 나오면서 생각했다.
그런데 우진 씨는 나를 보더니 말했다.
"저는 공연보다 그렇게 공연에 빠져서
감정이입하는 정아 씨가 더 감동인데요..."
"네? 지금 놀리시는 거죠?"
"아니에요... 진짜로요.
아직도 그런 감성이 있다는 게
예뻐 보여요."
"철이 없기도 한 거죠, 뭐. 하하
너무 울었더니 배도 고프네요...
우진 씨 뭐 먹고 싶어요?"
"제가 사실은 정아 씨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이 근처에 유명한 식당을 예약해 놨어요.
파스타하고 스테이크가 유명한 곳인데 괜찮으세요?"
"네. 파스타 좋아해요.
그럼 그리로 가요."
그 때,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을 확인한 순간
나는 잠시 멈칫했다.
'헐... 훈지 씨가 전화를 다 했네...'
"잠깐만요. 전화 좀 받고 올게요.
우진 씨."
나는 자리를 피해서 통화 버튼을 눌렀다.
"공연 잘 봤어요?"
"네."
"나 지금 공연장 근처에요.
픽업하러 갈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요."
"뭐라구요? 여길 온다구요?"
"응. 공연 끝났잖아요."
"아...그렇긴 한데..."
"공연장 뒷쪽으로 와요."
"훈지 씨! 잠깐만요!"
"어. 사무실에서 전화와서 끊어야겠어요.
이따 봐요."
뚝.
나는 한동안 휴대폰을 내려다봤다.
"어떡해.... 큰일났네..."
나는 우선 우진 씨가 있는 곳으로 갔다.
"우진 씨.... 너무 죄송해요.
집에 급한 일이 생겨서
오늘은 저녁을 못 먹을 거 같아요.
제가 다음에 꼭 대접해 드릴게요.
너무너무 죄송해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무슨 나쁜 일이라도 있으신 건 아니죠?"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게...."
"전 괜찮으니까 신경쓰지 말고
편하게 일 보세요.
제가 태워다 드릴께요.
아까 차 안 갖고 오셨다 했잖아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약속 못 지킨 것도 죄송한데
저는 저 뒤쪽으로 가서 택시 타려구요.
택시도 이미 불렀어요."
그렇게 우진 씨와 헤어지고 나니
미안한 마음이 한구석에 남았다.
잠시 후, 훈지 씨의 차가 도착했다.
나는 그의 차에 올라탔다.
훈지 씨는 뭔가 굉장히 신나 보였다.
"훈지 씨는 오늘 뭐 좋은 일 있었어요?"
"흠흠~ 내가 공연 후에 둘이 같이
저녁먹을 거 까지 다 생각하고 있었어요!"
"헉...."
"잘 어울리긴... 어디가?" <17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