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33화. 숨막히는 저녁식사



우리는 김 대표가 미리 예약해 둔

룸으로 안내를 받았다.





김 대표는 의자 하나를 빼서

나를 앉게 했다.





"우리 꼬맹이는 여기 앉으시고..."





"풉...꼬맹이요?"




훈지 씨 여자 친구가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




"아... 제가 부르는 애칭이에요."





나는 김 대표에게 재빨리 속삭였다.


"그런 건 둘이 있을 때나 해.

 창피하게..."





"아! 알았어. 미안!"





나도 모르게 훈지 씨 표정을 살폈다.

그는 내내 굳은 얼굴이었다.





"나는 한식파인데

 정아 너 때문에 식성을 바꿔야겠다."





"무슨 식성까지 바꿔.

 나도 한식 좋아해."





"그럼 가끔씩만 내가 먹고 싶은 걸로

 같이 먹어줘.

 알았지?"





"당연하지. 다 나한테 맞추지 않아도 돼.

 내가 맞추는 것도 있어야지."




"참. 그 Daisy 라는 노래 나 요새 매일 듣고 있어.

 언제 같이 들으면서 걸을까?"





훈지 씨가 Daisy 라는 노래 제목을 듣더니

김 대표에게 물었다.





"그 노래가 뭔데요?"





"어... 정아가 그 노래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 음악 들으면서 걷고 싶다고 해서..."





훈지 씨가 나를 바라봤다.





"그런 로망이 있었어요?"





"최근에 알게 된 노래인데

 그 가수 노래들이 다 좋더라구요.

 훈지 씨도 한 번 들어보세요."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잠시 후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고,

김 대표는 자신의 메뉴를 덜어

내 접시에 놓아 주었다.




"내 메뉴도 먹어봐."




그 모습을 본 훈지 씨의 여자 친구가

곧바로 훈지 씨에게 말했다.




"오빠. 나도!"





훈지 씨는 말없이 자신의 메뉴를

그녀의 접시에 덜어 주었다.




"우리 내일 뭐할까?

 일요일인데."




김 대표가 내 빈 유리잔에 물을

따라주면서 물었다.




"나 가보고 싶은 전시회가 있는데...

 같이 가줄래?"





"그래! 좋아."


김 대표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우리 꼬...아니,

 정아 덕분에 문화 생활을

 다 하게 되네."




나는 피식 웃었다.





메인 요리를 다 먹고

디저트를 기다리고 있었다.





훈지 씨는 식사 내내 말이 없었고

무표정한 얼굴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이 어색하고 불편한 분위기 때문에

속이 답답해지는 것 같았다.




결국 김 대표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태형 씨... 나 체한 거 같아."




"속이 안 좋아? 잠깐만. 약 사올게."




그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나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앉아 있기가 불편해서

화장실로 향했다.




손을 씻고 있는데,

훈지 씨의 여자 친구가 따라 들어왔다.





"언니! 혹시 오빠 전 여친 아세요?"




나는 그녀의 당돌한 질문에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아니요."




"가까운 사이처럼 보여서 아시나 했어요."




나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물었다.




"...전 여친은 왜 궁금해해요?"




그녀가 입술을 살짝 삐죽였다.




"아니...저랑 있으면서 멍하니 있을 때마다

 꼭 전 여친 생각하는 것 같아서 기분 나빠요.

 도대체 어떤 여자인가 궁금해서요."




"직접 물어보세요."




"그러기는 자존심 상해서요."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곧장 화장실을 나가버렸다.





그녀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폰으로 메세지가 도착했다.




[대표님이랑 있으니까 행복해요?

 나를 그때 그냥 좀 봐줬으면 좋았잖아요.

 지금 이게 뭐에요?]




'뭐야... 이 사람...'


나는 결국 답장을 보냈다.




[훈지 씨.

지금 이 상황을 내 탓으로 돌리는 거에요?

 왜 이래요, 정말?]




잠시 후 답장이 왔다.





[내가 잘못 한 거 알아요.

 이 상황을 만든 게 나라는 것도 알아요.

 그래서...너무 화가 나요.

 당신을 탓하는 거 아니에요.

 미안해요.]





다시 테이블로 돌아가니

김 대표가 약을 사서 돌아와 있었다.




나는 약을 받아 먹고,

빨리 이 자리에서 벗어나기만을 바랐다.




"훈지야. 미안한데 우리 먼저 일어나야겠다.

 정아 컨디션이 별로인 것 같아."




훈지 씨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게 물었다.




"속이 많이 안 좋아요?

 한 번 체하면 오래 가잖아요."




나는 순간 놀라

훈지 씨와 그의 여자 친구를 번갈아 바라봤다.




"오빠가 그걸 어떻게 알아?"




"아... 대표님한테 들은 적이 있어서..."




나는 얼른 대답을 돌렸다.




"괜찮아요. 약 먹었으니까...

 저희 먼저 일어날께요. 죄송해요."




나는 김 대표와 함께 먼저 룸을 나왔다.




복도로 나오자

그제야 막혀 있던

숨이 제대로 쉬어지는 것 같았다.





"우리 꼬맹이 고생했어."




김 대표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쓰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 그래도 자연스러웠지?"




이렇게 묻는 나를

그가 살포시 안아 주었다.




"정아씨!! 맞죠?" <34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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