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33화. 숨막히는 저녁식사

sophie97
2026.09.08Visualizzazioni 137
우리는 김 대표가 미리 예약해 둔
룸으로 안내를 받았다.
김 대표는 의자 하나를 빼서
나를 앉게 했다.
"우리 꼬맹이는 여기 앉으시고..."
"풉...꼬맹이요?"
훈지 씨 여자 친구가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
"아... 제가 부르는 애칭이에요."
나는 김 대표에게 재빨리 속삭였다.
"그런 건 둘이 있을 때나 해.
창피하게..."
"아! 알았어. 미안!"
나도 모르게 훈지 씨 표정을 살폈다.
그는 내내 굳은 얼굴이었다.
"나는 한식파인데
정아 너 때문에 식성을 바꿔야겠다."
"무슨 식성까지 바꿔.
나도 한식 좋아해."
"그럼 가끔씩만 내가 먹고 싶은 걸로
같이 먹어줘.
알았지?"
"당연하지. 다 나한테 맞추지 않아도 돼.
내가 맞추는 것도 있어야지."
"참. 그 Daisy 라는 노래 나 요새 매일 듣고 있어.
언제 같이 들으면서 걸을까?"
훈지 씨가 Daisy 라는 노래 제목을 듣더니
김 대표에게 물었다.
"그 노래가 뭔데요?"
"어... 정아가 그 노래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 음악 들으면서 걷고 싶다고 해서..."
훈지 씨가 나를 바라봤다.
"그런 로망이 있었어요?"
"최근에 알게 된 노래인데
그 가수 노래들이 다 좋더라구요.
훈지 씨도 한 번 들어보세요."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잠시 후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고,
김 대표는 자신의 메뉴를 덜어
내 접시에 놓아 주었다.
"내 메뉴도 먹어봐."
그 모습을 본 훈지 씨의 여자 친구가
곧바로 훈지 씨에게 말했다.
"오빠. 나도!"
훈지 씨는 말없이 자신의 메뉴를
그녀의 접시에 덜어 주었다.
"우리 내일 뭐할까?
일요일인데."
김 대표가 내 빈 유리잔에 물을
따라주면서 물었다.
"나 가보고 싶은 전시회가 있는데...
같이 가줄래?"
"그래! 좋아."
김 대표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우리 꼬...아니,
정아 덕분에 문화 생활을
다 하게 되네."
나는 피식 웃었다.
메인 요리를 다 먹고
디저트를 기다리고 있었다.
훈지 씨는 식사 내내 말이 없었고
무표정한 얼굴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이 어색하고 불편한 분위기 때문에
속이 답답해지는 것 같았다.
결국 김 대표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태형 씨... 나 체한 거 같아."
"속이 안 좋아? 잠깐만. 약 사올게."
그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나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앉아 있기가 불편해서
화장실로 향했다.
손을 씻고 있는데,
훈지 씨의 여자 친구가 따라 들어왔다.
"언니! 혹시 오빠 전 여친 아세요?"
나는 그녀의 당돌한 질문에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아니요."
"가까운 사이처럼 보여서 아시나 했어요."
나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물었다.
"...전 여친은 왜 궁금해해요?"
그녀가 입술을 살짝 삐죽였다.
"아니...저랑 있으면서 멍하니 있을 때마다
꼭 전 여친 생각하는 것 같아서 기분 나빠요.
도대체 어떤 여자인가 궁금해서요."
"직접 물어보세요."
"그러기는 자존심 상해서요."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곧장 화장실을 나가버렸다.
그녀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폰으로 메세지가 도착했다.
[대표님이랑 있으니까 행복해요?
나를 그때 그냥 좀 봐줬으면 좋았잖아요.
지금 이게 뭐에요?]
'뭐야... 이 사람...'
나는 결국 답장을 보냈다.
[훈지 씨.
지금 이 상황을 내 탓으로 돌리는 거에요?
왜 이래요, 정말?]
잠시 후 답장이 왔다.
[내가 잘못 한 거 알아요.
이 상황을 만든 게 나라는 것도 알아요.
그래서...너무 화가 나요.
당신을 탓하는 거 아니에요.
미안해요.]
다시 테이블로 돌아가니
김 대표가 약을 사서 돌아와 있었다.
나는 약을 받아 먹고,
빨리 이 자리에서 벗어나기만을 바랐다.
"훈지야. 미안한데 우리 먼저 일어나야겠다.
정아 컨디션이 별로인 것 같아."
훈지 씨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게 물었다.
"속이 많이 안 좋아요?
한 번 체하면 오래 가잖아요."
나는 순간 놀라
훈지 씨와 그의 여자 친구를 번갈아 바라봤다.
"오빠가 그걸 어떻게 알아?"
"아... 대표님한테 들은 적이 있어서..."
나는 얼른 대답을 돌렸다.
"괜찮아요. 약 먹었으니까...
저희 먼저 일어날께요. 죄송해요."
나는 김 대표와 함께 먼저 룸을 나왔다.
복도로 나오자
그제야 막혀 있던
숨이 제대로 쉬어지는 것 같았다.
"우리 꼬맹이 고생했어."
김 대표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쓰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 그래도 자연스러웠지?"
이렇게 묻는 나를
그가 살포시 안아 주었다.
"정아씨!! 맞죠?" <34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