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69화. 현실 vs. 사랑

sophie97
2026.09.26Dilihat 66
카페에서 번역 일을 하고 있는 오후였다.
갑자기 전화 벨이 울렸다.
화면을 확인하니 언니였다.
"언니. 무슨 일이야?"
"정아야... 박훈지 애가 너무 괜찮더라."
잠시 뜸을 들이던 언니가
감탄하듯 말했다.
"어쩜 애가 그렇게 귀염성 있니?
예의도 바르고... 너무 예쁘더라."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언니가 훈지 씨 만났어?"
"네가 내 번호 알려 준 거 아니었어?"
"아니... 나 그런 적 없는데."
"그래? 그럼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지?
며칠 전에 갑자기 문자가 왔어.
통화할 수 있냐고.
내가 전화를 했더니 만나고 싶다고 하더라구."
"훈지 씨가 먼저 연락을 했다고?"
"어... 그래서 만났는데, 사람이 너무 괜찮아."
"그건 나도 알아..."
그런데 잠시 뒤, 언니의 목소리가
조금 진지해졌다.
"그런데... 정아야..."
"응?"
"너랑 짝은 아니야.
너도 알지?"
"왜 나랑은 안 돼?"
"우선 나이도 그렇고...
그 친구는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그러고 싶어 하는 것 같던데...
넌 결혼 생각 없잖아.
그럼 빨리 놓아주는 게 맞는 거야."
"나도 스페인 다녀와서
결혼... 해도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데 그게 훈지 씨라면 어떨지
자신이 없는 거지."
"그래... 우선 그 집에서 허락 안 할거고...
엄마, 아빠도 글쎄다...
아무리 네가 부탁해도 그건 좀 힘들지 싶다."
"그래서 뭐....
왜 전화한 건데?"
"그 친구 만나보니 생각보다
너무 좋은 사람이라 아깝긴 한데...
네가 먼저 놓는 게 그 친구를 위해서도 좋고
너도 네가 결혼할 만한 사람을 만나는 게
맞는 것 같아서..."
나는 언니의 말을 듣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화가 났지만,
모두 맞는 말이라서 더 짜증이 났다.
"언니... 나도 알아.
그래서 스페인까지 가서
잊으려고 노력했는데도 안 됐어.
다른 사람도 만나고 했는데...
오히려 더 보고 싶고, 그리워서 힘들기만 했어."
나는 언니에게 이야기하다가
결국 울음이 터졌다.
"정아야... 너 우니?
네가 그 친구를 많이 좋아하는구나..."
"언니... 이만 끊을께...
나도 알아...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화를 끊고
카페를 나와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바람도 쐬고 햇볕도 쬐고 싶었다.
그 때,
공원을 가로 질러 카페 쪽으로
걸어오는 미겔이 보였다.
"소피, 왜 밖에 나와 있어요?"
"미겔이 올 줄 알고 마중 나와 있었어요."
"내가 올 줄 어떻게 알고요?"
"농담이에요.ㅎ
지성 씨 만나러 오는 거에요?"
"퇴근하면 같이 저녁 먹기로 했어요."
"미겔, 여행 끝나면 다시 스페인으로
돌아갈 거잖아요.
그러면 어떻게 할 거에요?"
"지금은 미리 걱정하지 않으려고요.
그냥 좋아하는 마음은 좋아하는 대로
행복하게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스페인으로 가고 난 후에도
연락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잖아요."
"미국에서 여자 친구랑 함께 살 때...
그때는 이런 감정을 전혀 몰랐어요?"
"그때는 여자를 좋아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동성에게 별다른 느낌은
따로 없었던 거 같아요."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
"소피가 한국으로 돌아가고 나서
카페에 어떤 남자 손님이 왔는데
느낌이 달랐어요.
예전에 여자 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떨리고 설렌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혼란스럽지 않았어요?"
"너무요...
처음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힘들고 고통스러웠어요.
어머니에게 이야기하면서
제 마음을 털어놓고 나니
이제는 많이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됐어요."
"... 들어가 봐요.
지성 씨한테 퇴근 준비하라고 해 줘요.
나도 금방 들어갈게요."
나는 미겔을 들여 보낸 뒤
곧 카페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두 사람이 행복하게 웃으며
나란히 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사랑에는 여러 색깔과
모양이 있는 것 같다.
모양과 색깔이 다르다고 해서
사랑이 아닌 것은 아니니까.
어쩌면 중요한 건
어떤 모습의 사랑이냐가 아니라
그 마음이 진짜냐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하는 사랑의 모양과 색깔이
조금 다르다고 해서
온갖 시선과 관심을 받게 될 거고,
그리고, 평가를 듣게 될 거라는 게
나는 너무나 부담스럽고 두렵다.
카페에 남아
아까 하던 번역 작업을 마저 끝냈다.
그 때 휴대폰에서
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오늘 연하의 훈남과 저녁 데이트 어떠십니까?]
훈지 씨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죄송하지만 전 이미 임자가 있는 여자입니다.]
잠시 후 답장이 왔다.
[그럼 오늘 하루만 당신을 빌릴 수 있을까요?]
[빌려 드리는 대신 저한테 뭘 해 주실 거죠?]
[달콤한 키스를 선물로 드리죠.]
[그럼 수락하겠습니다.]
카페 문을 나서자 훈지 씨가 서 있었다.
우리는 환한 미소로 서로를 맞았다.
"훈지 씨 차는 어디 있어요?"
"매니저 형이 내려 주고 갔는데요?"
"나도 오늘 차 안 갖고 출근했는데
그럼 우리 걸어서 가요."
그러다 문득 생각난 것이 하나 있었다.
"훈지 씨. 우리...
가다가 사주 보는 곳이 있는데
한 번 보고 갈래요?"
"사주? 타로 점 이런 거 말하는 거에요?"
"응. 맞아요.
거기 지나갈 때마다 항상 궁금했는데
오늘 우리 거기 한 번 가봐요.
훈지 씨 모자 쓰고. 마스크로 가리고."
"응. 재미있겠다.
우리 궁합을 봐야겠네!!"
"왜요? 뭐가 안 좋아요?" <70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