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95화. 첫경험

sophie97
2026.10.13Dilihat 44
"훈지 씨.
내일까지 스케줄 없다고 했죠?
그럼 내일 저녁에
형이랑 친구 초대해서 같이 저녁 먹어요."
"내일 저녁이요?
캠핑 다녀왔는데 피곤하지 않겠어요?"
"집에 가는 길에 장 보고...
2~3시간이면 요리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해 본 적이 없어서 감을 잡을 수가 없네.
대신 훈지 씨가 좀...
아!! 아니에요."
"나보고 요리 도와달라고
하려던 거 아니었어요?"
"생각해 보니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
"아... 왜요~ 내가 도와줄게요!!"
"아니에요. 요리 말고...
훈지 씨는 청소를 해 줘요."
"나는 요리가 메인인데... 아쉽다."
"메뉴는 뭘로 할까요?
예전에 TV에서 남자들은 대부분
제육볶음을 좋아한다고 봤는데,
맞아요?"
"아!! 제육볶음은 사랑이죠!!
그거 하면 되겠다."
"그거랑... 또...
사이드 메뉴로 뭘 하면 좋을까요?"
"우린 제육 하나만 있어도
밥 한 그릇 뚝딱인데."
"그렇다고 초대해 놓고
메뉴 하나만 내놓기엔 부끄럽잖아요.
잡채 어때요?
그런데 내가 할 수 있으려나..."
훈지 씨는 나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아 씨.
다 처음 해 보는 메뉴들 아니에요?
괜찮겠어요?"
"동영상을 여러 번 보고 나서
오늘 밤 자기 전에 머릿 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 볼 거에요."
이것저것 고민하다가
또 한가지 메뉴가 떠올랐다.
"그래!! 부대찌개 해야겠다!!
괜찮죠? 훈지 씨."
"어! 좋아요. 부대찌개."
"거기에 계란말이, 호박전
그런 걸로 가짓수를 좀 맞춰야겠다.
메뉴 선택 끝!!"
"정아 씨."
"네?"
"정아 씨는 나 만나고 처음 해 본 일이 뭐에요?"
"나는... 한강에서 치킨 먹은 거 처음 해 봤고,
남자 친구 머리카락 말려 준 거.
아침 식사 차려 준 거.
커피 내려준 거.
남친 친구들한테 요리해 준 거.
같이 캠핑한 거, 별 보러 간 거.
생각해 보니... 훈지 씨랑 처음 해 본 게 많구나."
"나는 정아 씨랑 처음 해 본 게 뭔지 알아요?"
"뭔데요?"
"사랑이요."
나는 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망설였다.
웃으라고 한 농담인지,
감동하라는 진담인지...
"훈지 씨.
나 지금 리액션 고장났어요."
"진짜에요.
이런 게 사랑이구나 싶은 감정은 처음이에요.
누군가를 이렇게 많이,
진심으로 사랑해 본 적은 없었어요."
나는 그를 빤히 쳐다봤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눈도 깜빡이지 못했다.
"왜...왜요?
왜 그렇게 쳐다봐요?"
"아니에요... 그냥...
마음이 좀 벅차서요."
그 말을 하고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는 눈 앞이 서서히 흐릿해졌다.
"아... 미안해요.
울리려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
"훈지 씨.
모닥불 좀 꺼줘요.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깜깜한데 같이 가줄게요."
"아니에요. 혼자 갈게요."
나는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를 댔다.
그에게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이만큼의 사랑을 받아도 되는 걸까...
저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을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텐트로 돌아갔을 때,
그는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서의 두번째이자
마지막 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마친
우리는 서울로 향했다.
차 안에서 장을 봐야 할 식재료들을
미리 주문했다.
집에 도착하자 마자
훈지 씨는 집안 청소를 시작했고,
나는 요리를 준비했다.
어젯밤 요리 영상을
여러 번 반복해서 본 덕분인지,
지난번보다 훨씬 손에 익은 듯했다.
제육볶음은 양념에 재워 두고,
다른 반찬들도 하나씩 준비했다.
손님들이 도착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테이블 셋팅을 마친 뒤,
메인 요리인 제육볶음을 불에 올렸다.
요리가 완성되었을 때,
훈지 씨를 기미상궁 삼아 불렀다.
훈지 씨는 제육볶음을 한 점 맛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는 자심감이 한껏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어때요? 이번엔 성공이죠?"
훈지 씨는 엄지손가락을
두 개나 치켜세워 보였다.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훈지 씨가 문을 열어 주었다.
"와~ 대박!! 맛있는 냄새!!"
"훈지야. 우리 왔다."
훈지 씨의 형 손에는 꽃다발이 들려 있었다.
"초대해 주셨는데 빈 손으로 오기 뭐 해서요.
꽃을 좋아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요. 공주님."
"아... 공주님은 아직도 적응이 안 되네요.ㅎ
꽃은 너무 좋아해요. 감사합니다.
어서 오세요."
우리는 지난 번보다는 훨씬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반응을 살피느라
식은땀이 흘렀다.
그들도 역시
지난번의 짠맛을 기억하고 있는지,
음식을 입에 넣기 전부터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막상 맛을 본 뒤에는 다들 미간을 찌푸렸다.
'저건 찐이지!!'
나는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와~!! 진짜 맛있어요!!"
나는 훈지 씨를 바라보며
눈썹을 치켜 세웠다.
"훈지가 시간 날 때마다 와요." <96화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