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cun
07 Dua Wajah (2)


***

이여주
이제 다 먹었으니 갈까요?

모든 식사를 마친 그들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윤정한
난 이따가 알아서 갈 테니까 너희 먼저 가 있어.


윤정한
따로 볼 일이 좀 있어서.


홍지수
알겠어.


홍지수
갑시다, 여주 씨.

이여주
하긴 그쪽은 순간이동도 쓸 수 있으니.

여주는 갑자기 의문이 생긴다.

이여주
근데 그럼 여기 올 때도 순간이동해서 오면 됐던 거 아니에요?


윤정한
에너지 소모가 많이 돼서 힘들어.

이여주
뱀파이어라고 해서 뭐든 다 완벽한 건 아닌가 보네요.

이여주
그럼 이따가 봬요.

정한은 말없이 그들에게 손만 살짝 흔든다.

그리곤 아까 자신을 곁눈질했던 직원을 쳐다본다.

직원은 몰래 본다고 최대한 조심하게 쳐다봤지만 정한은 그녀의 시선을 느꼈나 보다.

***

***

마감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아 정한은 레스토랑 밖에서 기다리며 자켓 안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 들고,

담배 하나를 입에 물고서 라이터를 켜 불을 붙인다.

그의 입에서 뿌연 연기가 흘러나온다.

담배의 길이가 짧아져가고 새 담배를 꺼낼 때즈음 정한이 기다리던 직원이 나온다.

정한은 입에 채 물지도 않은 새 담배를 바닥에 버리고서 구둣발로 짓이긴다.


윤정한
아까 자꾸 절 힐끔힐끔 보시던데.

정한의 얼굴은 한없이 차갑다.


이서영
…잘생기셔서요.

누가 봐도 말에 아무런 감정도 없고 거짓말인 게 티 난다.


윤정한
거짓말 진짜 못 하시네.

정한의 얼굴에 살기 가득한 웃음이 번진다.


윤정한
왜 봤어요?


이서영
진짜 잘생기셔서 봤어요.

그녀는 여전히 택도 없는 거짓말을 입에 담는다.


윤정한
날 죽이려고 쳐다본 건 아니고?


이서영
…

그녀의 정곡을 찔렀는지 아무 말도 하지 못 한다.


윤정한
눈에 살기가 가득하던데요?


윤정한
근데 전 그쪽한테 그만큼의 증오를 산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서영은 말 없이 그를 응시한다.


윤정한
계속 그렇게 말 안 할 거예요?


윤정한
나 이제 슬슬 지겨워.


이서영
잠깐 저쪽 골목으로 가죠.


이서영
여긴 사람들이 너무 많이 지나가는 것 같으니까.


윤정한
바라던 바예요.

***

***

가로등의 불빛만이 존재하는 한적한 골목에 둘은 발을 들인다.

누구 하나 죽어도 모를 만한 곳이다.


윤정한
혹시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어요?


이서영
아니요.


이서영
초면이에요, 그쪽.


윤정한
근데 나를 왜 그렇게 쳐다보셨을까?

긴 침묵 속에서 긴장감이 흐른다.


이서영
…당연히


이서영
죽이려고 쳐다봤죠.


이서영
사실 그쪽이 먹는 거에 독도 탔는데,


이서영
역시 뱀파이어라 그런지 안 죽더라구요.


윤정한
평소에 독을 들고 다녀요?


이서영
언제 어디에서든지 뱀파이어를 죽이고 싶어서요.


이서영
사실 그쪽한테 처음 시도한 거였어요.


이서영
근데 실패했으니 앞으로 번거롭게 독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겠어요.

서영의 손이 자신이 멘 크로스백 안으로 향한다.

그리곤 눈코 뜰 새 없이 그녀가 꼭 쥔 칼이 그의 목을 스친다.

정한이 일반 사람이었다면 피하지 못 해 그대로 목에 스쳐지는 게 아니라 목이 그어졌을 것이다.


윤정한
내가 너무 얕봤나 보네.

정한의 목에 있는 얇은 상처 속에서 붉은 피가 흐른다.


이서영
뱀파이어라고 금방 치유할 수 있는 건 아닌가 봐?


윤정한
피를 먹어야……

정한은 제 말을 끝내지도 않고서 그녀에게 달려든다.

그녀는 칼로 찔러버리려고 했지만 속절없이 그에게 손목이 잡혀버린다.


윤정한
치유할 수 있거든.

아까 끝내지 못 했던 말에 덧붙이며 비릿하게 웃는다.


이서영
…윽.

정한은 그녀의 손목을 부서져라 잡는다.

그러자 서영은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손에 힘이 풀리고 칼을 바닥에 놓치고 만다.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 서영이 반대쪽 손으로 그의 뺨이라도 치려 하지만 그 손도 잡혀버리고 만다.

서영이 그에게서 벗어나려 발버둥치자 정한은 내팽개치듯 그녀의 손목을 놓는다.

바닥에 철푸덕 주저앉은 그녀는 그대로 정한을 눈에 힘을 주며 올려다본다.


이서영
…너같은 뱀파이어 놈들 때문에……

그녀는 분하고 증오가 가득 치미는지 제 손톱이 살갗을 파고 들도록 주먹을 꽉 쥔다.


이서영
난 모든 것을 잃었다고……


이서영
부모님도… 친구도……

정한은 말 없이 그녀를 내려다본다,

당최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얼굴로.

그러다 그녀에게 등을 돌리곤 그렇게 유유히 떠난다.


이서영
나 안 죽이고 그냥 갈 거야?

그녀의 물음에 정한은 잠시 걸음을 멈춘다.


윤정한
나중에 죽이려 들면 그때는 진짜 죽일 거야.

말 한마디 내던지곤 그는 그 자리에서 떠난다.


이서영
…

혼자 남겨진 서영은 여전히 증오에 가득 차 있다.

그의 자비로움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없나 보다.

유일한 빛인 가로등마저 꺼질락 말락 깜빡거리고 있을 무렵

누군가 그녀에게 다가온다.


김민규
내가 도와줄까?

민규의 눈동자가 핏빛으로 물든다.

그런 그를 째려보듯 올려다보며 서영은 말한다.


이서영
꺼져.


이서영
당신같은 뱀파이어한테 도움 받고 싶지 않아.


김민규
아까 그 뱀파이어 놈 죽이고 싶잖아.


김민규
내가 그거 도와준다니까?


이서영
난 뱀파이어를 죽이고 싶을 뿐이야.


이서영
물론 그쪽도.


김민규
아쉽게 됐네.

민규의 주변을 검은 연기가 감싸자 그는 사라진다.

그녀는 혼자 골목에 주저앉은 채로 들끓는 증오를 느낀다.

그러다 깜빡거리던 가로등마저 불이 꺼진다.

그녀의 세상은 온통 시커멓고

아득하기만 하다.

***

***

이여주
뭐야, 다쳤어요?

여주는 정한의 목에 흐르는 피를 보며 묻는다.

어쩐지 걱정이 담긴 목소리다.


윤정한
나 걱정해 주는 거야?

이여주
그럴리가요.

정한은 달콤하게 웃더니 소파에 앉는다.


윤정한
나랑 손 좀 잡아줘.

정한이 그녀에게 손을 뻗자 그녀는 그의 옆에 앉아 손을 맞잡는다.

그렇게 그는 흘러들어오는 에너지로 옅은 상처를 치유한다.

이여주
근데 무슨 일 있었어요?


윤정한
글쎄. 그건 왜?

이여주
평소보다 표정이 더 알 수 없어서요.

정한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웃기만 한다.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얼굴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