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비밀동아리

첫날 동아리

여기 전학온 지 벌써 2주가 지났다. 그간의 일상을 돌아보자면, 생각보다 꽤 나쁘지 않았다. 새 학교에 빠르게 적응했으며 대화를 나누는 친구도 여럿 생겼으니 말이다. 나름 만족스러운 생활을 이어가던중, 그 체육창고 안 이상한 동아리에 드디어 가입하게 되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재현이 나를 가입시키려 부원들을 설득하는데 걸린 기간만 무려 일주일 정도였다고 한다. 학교 내 정상적 절차로 만들어진 단체도 아닐뿐더러, 워낙 폐쇄적인 분위기라 새 부원 들이는걸 꺼리는 편이었다나. 뭐가 됐건 그는 내가 동아리에 들어간것 자체가 기쁜 듯 했다. 

"그동안 진짜 고생했어. 그놈 고집 부리는거 겨우 달래서 허락 받았거든." 

"꼭 안그래도 되는걸. 고마워." 

"됐어, 내가 하고싶어서 그랬는데. 맨날 똑같은 얼굴만 볼라니깐 지겹더라 이제." 

재현이 창고 문을 열어젖히자 아늑하고 예쁜 아지트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너 동아리 이름 뭔지 모르지?" 

"응." 

"옆집이야." 

"응?  옆집?" 

"지 옆집 친구처럼 편하게 있으라고 그렇게 지었대." 

"누가." 

"한동민." 

스스럼없이 얘기하는걸 보니 동민과 재현은 꽤나 친한 사이인 모양이었다. 

"다른 한명은 누구야?" 

"3학년 남자 선배인데 좀 있으면 올걸." 

말을 끝내고 두리번거리더니 구석자리에 놓인 책상을 들고와 내 앞에 놓았다. 먼지 한톨 없이 깨끗한 모습이었다. 

"여기서는 자유롭게 하고싶은거 해. 공부를 해도 되고. 게임도 되고. 아! 가끔 영화도 보고 그래. 빔 프로젝터 있지? 저거로 볼수있어." 

"와아. 스케일이 다른데." 

"그치? 이거 다 한동민이 한 거다. 하여간, 미친놈이야." 

어떻게 학교 관계자들과 학생들 눈을 피해서 저런 공간을 만든걸까. 혼자서 구상한건 무리지 싶은데. 

"정확히는 동민이 친형이 몰래 도와준거고- 이런 비품들 다 사줬어." 

아무렴 그렇겠지. 고작 학생 한명이 모든 공간을 다 꾸렸을리가 없으니까. 

"걔 부잔가봐? 물건들 비싸보이는데." 

"부자보다는 재벌. 아버지가 어디 대기업 총수라나 뭐라나... 제대로 말은 안해줘서 정확히는 모르겠네." 


잠깐 스친 의미심장한 표정이 마음에 걸렸지만 일단 캐묻지 않고 넘어가기로 했다. 재현은 가라앉은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듯 아지트 이곳저곳을 소개해줬다. 

"암튼, 공부하는 데는 여기. 저긴 보드게임 모아뒀고. 참, 기타랑 바이올린도 있는데. 너 베이스 쳐본적 있어?" 

"숨 쉬면서 말 해." 

"응." 

말을 쉬지않고 쏟아내다가 지쳤던지 소파로 널브러졌다. 나도 눈치보며 옆에 앉았다. 

"그나저나 둘다 왜안와?"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곧장 두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동민의 뒤에 서있는 사람은 아마 그 3학년 선배겠지. 

"나 찾아?" 

"와, 드디어 왔네. 너 왜 늦었어!" 

"오늘 청소 당번이라." 

그 옆에 서있던 나를 흘끗 쳐다본 동민이 가방을 내팽겨치더니 리모컨을 들어 난방 온도를 높였다. 

"너네 안춥냐?" 

"어... 난 괜찮은데." 

"그니까- 우리 겉옷도 안입었잖아. 난 지금 더워." 

능청스런 반응에 화풀이라도 하듯 리모컨을 집어던지니재현이 익숙하게 리모컨을 받아들었다. 은근 죽이 척척 맞는게 마치 콩트 장면 같았다. 

"맞다, 형 채연이 처음 보지? 서로 인사해." 

어딘가 무뚝뚝하고 새침해 보이는 외모의 그는 나한테 고개만 슬쩍 까딱거렸다. 

"......" 

"아오!! 진짜. 일단 이름이라도 알아 둬. 박성호라고, 저 인간이 보다시피 좀 싸가지가 없어." 

"야." 

"왜? 내가 틀린말 했나~" 

그 서늘한 경고에도 여전히 그는 헤실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도대체가 어떤 이유로 뭉친것인지 알수 없는 조합인 세명이구만. 

"채연아. 그래도 친해지면 쟤들 나름 괜찮아. 나 믿지?" 

"...아니." 

"미안." 

우리가 얘기하던중 끼어든 동민은 내게 열쇠 하나를 불쑥 내밀었다. 여전히 조금 못미더운 표정으로. 

"받아. 동아리실 열쇠야. 잃어버리지 말고." 

파란 집 모양 키링이 달린 열쇠. 마치, 아지트의 정체성을 담아낸 것처럼 앙증맞고 귀여웠다. 

"여기서 뭐하는지는 명재현한테 설명 다 들어서 알지? 언제든지 나갈수 있고, 계속 있을거면 있던가 맘대로 해. 너 막을 사람 없어." 

굉장히 모호한 말투였다. 내가 있기를 바라는 건지. 나가길 바라는건지. 

"그래. 어쨌든 받아준걸로 다행이다." 

"이게 맞는건가 모르겠네." 

동민이는 착잡하게 한숨을 쉬었지만 전처럼 아주 예민해 보이지는 않았다. 저 언뜻 차가운 얼굴 뒤에 과연 뭐가 있을까. 문득 그게 알고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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