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비밀동아리
정체불명(?) 동아리에 들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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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4Visualizzazioni 9
내가 원도어 고등학교로 전학온건 날씨가 점차 추워지는 10월 초 무렵 2학년때였다. 후드티 안까지 차가운 기운이 들이닥쳐, 계속 옷깃을 끌어당기던 느낌이 생생하다.
그때는 바닥에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울적했었다. 아무래도 좋지 못한 기억을 안고서 쫓기듯이 전학과 이사를 한것이니 당연하겠지만.
차창 너머로 스쳐지나가는 풍경을 보면서 기도했다.
이번에는 무사히 학교생활을 할수 있기를.
"오늘 우리반에 전학생이 왔다. 자, 인사해야지."
"음.. 나는 이채연이라 해. 잘부탁해."
아이들의 박수 소리와 호기심 어린 눈동자가 교차한다. 뭔가 부담스러운 생각에 고갤 떨구고 말았다. 선생님이 내 자리를 임시로 정해주고 있는 틈을 타, 반 전체를 둘러보았다. 일단 겉으로 봤을때 다 착해보이는 애들이라 안도감이 든다.
"보자- 채연이는 3분단 뒷자리에 앉도록 해라. 지금 남아있는 자리가 저기 뿐이거든."
외따로 떨어진 맨 끝의 책상 하나. 이걸 외로워 보인다고 해야할지. 말없이 가방을 풀어 책상 옆에 두고 앉았다. 전학까지 왔는데도 여전히 불안하게 느껴지는건 왜일까.
쉬는시간이 되자 내 주변으로 아이들이 둘러싼다.
그리고 온갖 질문을 쏟아내는데, 그 과도한 관심은 날 조금 위축되게 만들었다.
"야, 너 ××고등학교 다녔다며? 거긴 어때?"
"거기서 친구 좀 있었어? 떨어져서 아쉽겠네."
"너 공부는 잘해?"
쏟아지는 질문 폭격 탓에 정신이 혼미해질 즈음, 누군가 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왔다.
"그만 좀 해라, 얘 놀라겠다."
단정한 교복, 단정한 머리. 누가봐도 모범생같아 보이는 남자애는 곧바로 소란을 잠재우고, 대수롭지않게 말을 걸어온다.
"일단 미안. 애들이 원래 엄청 시끄러워가지고."
"어? 아냐, 괜찮아."
"참, 내 이름은 명재현이야. 기억해둬. 내가 여기 4반 반장이니까 모르는거 있음 물어봐도 돼!"
자신이 반장이라던 그 애가 파란색 명찰을 가리키며 환히 웃는다. 어딘가 모르게 천진난만한 강아지가 연상되는 분위기였다. 그 덕인지 긴장이 살짝 풀렸다.
"고마워. 그러면 저기 혹시..."
"아! 학교 소개 시켜달라고?? 그래."
눈치가 빠른 재현이 나를 데리고 학교의 여러 장소들을 안내해주며 돌아다녔다. 힘들 법도 한데 얼굴 한번 찌푸리지 않고 열심히 설명을 이어나간다. 여간 친절하고 활발한 성격인게 아니었다.
"근데 너 안힘들어? 계속 돌아다니고 얘기해주잖아."
"아니. 괜찮은데! 내가 누구붙잡고 떠드는걸 좋아해서."
하긴, 그렇게 사교성 좋으니 반장도 하는거겠지.
나랑 다르게. 왠지 모를 씁쓸함을 삼키고 무심코 고개를 돌린 곳에, 웬 회색건물 하나가 보인다.
"저긴 뭐하는곳이야?"
"예전엔 체육물품 창고로 쓰다가 요즘 동아리실로 바뀌...었는데."
"무슨동아리?"
"그냥 뭐 이것저것 하는."
"한번 가봐도 돼?"
"쓰읍. 글쎄... 구경이라도 해보던가."
재현은 동아리실에 가는동안 꽤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어찌됐건 이미 그 건물에 다다랐고, 삐걱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리자 나는 감탄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우와. 되게 예쁘게 꾸며놨다."
"하. 씨. 걔 난리치겠네."
그의 알수없는 중얼거림을 뒤로하고 동아리실을 맘껏 구경해봤다. 파스텔 색 커튼, 곳곳에 있는 꽃화분,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더 가까이서 관찰하려고 허릴 숙이려던 순간 문이 다시 열렸다.
"야, 너 뭐야? 누군데 여기있어?"
뒤를 돌아보자 재현 말고도 다른 누군가가 서있다. 파란색 명찰 위에 적힌 '한동민' 이라는 글씨가 눈에 보였다. 그 애는 내 앞까지 성큼성큼 걸어와 팔짱을 꼈다. 큰 키와 쭉 뻗은 날카로운 눈매에 난 움츠러들고 말았다.
"그게. 나는..."
"어어 잠깐!! 내가 데리고온거야. 얘한테 뭐라하지마."
혹시 나에게 불똥이라도 튈까봐 재현은 필사적으로 앞을 가로막는다. 고맙기는 했다만 지금 상황에서 그다지 든든한건 아니었다. 그 애의 냉담한 표정까지는 가로막을 수 없었기에.
"그러니까 왜 데려왔는데. 누구냐고."
"아, 우리반에 오늘.. 전학온 친구야. 한번 구경하고 싶다해서."
날선 반응 탓에 재현이 눈에 띄게 안절부절한다. 괜히 내가 죄인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돌겠네 진짜. 너 말조심하라 그랬지."
"아니. 뭐 어쩌다보니 얘길 해버려가지구-"
상황을 그냥 넘기고 싶은건지 재현은 그저 허허롭게 웃었다. 나는 표정을 구긴채로 멍하니 서있을 뿐이었다.
"너, 당장 나가. 어디가서 여기 동아리실 있다는거 얘기하지말고. 알겠어?"
그 단호한 명령에 난 곧장 불청객이 되어버렸다. 당황스러워 어쩔줄 몰라하던 와중에 재현이 그 사이를 끼어들었다.
"그냥 쟤도 여기 가입시키면 안되나. 한명 쯤 늘린다고
대수야?"
"여기 3명만 있으면 된다고 너도 그랬잖아."
"와, 진짜 빡빡하게 구네. 정식 동아리도 아닌걸 뭐."
동민이 잠시 고민하는듯 싶더니, 살짝 누그러진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 좀 해볼테니까 둘다 나가."
나와 같이 쫓겨난 재현이 속상한듯 입을 삐죽거렸다.
"치. 까칠한 새끼. 아주 지맘대로야"
"근데 난 여기 가입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헐 진짜?? 미안, 내가 괜한 말했네. 지금이라도 취소한다고 하자."
"아냐 그래도 궁금하긴 해. 여기서 대체 어떤거 하는지."
내 말에 재현은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자기는 내심 새 부원을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들어가고 싶으면 내가 설득할게. 쟤가 우리 말곤 다른 애들은 안 들여보내거든."
이거 어쩐지 전학 오자마자 엉뚱한 일에 휘말린거 같다.